오래전,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고 호텔에서 조식을 먹다가 엄마가 내뱉은 말이다. 얼마 전까진 결혼해서 자식도 낳아보라고 하더니 갑자기 왜?
자식들 키우느라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갑자기 쓰러져 수술받은 아버지 때문이 아닐까.
"혼자서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어요."
몇 년 전 명절 때, 엄마는 결혼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혼인주의'를 강요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환상이 1도 없고 결혼이 내 인생의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가 될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렸기에 엄마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결혼 안 해도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결혼하고 애 낳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다 너의 행복을 위해서 그런 건데 너는 왜 엄마 마음을 못 알아주니?"
"그럼 엄마는 왜 제 맘을 몰라주며 남들의 행복을 강요하는 건데요? 결혼도 제가 마음먹어야 가능한 거고, 저는 제 방식대로 잘 살고 있어요."
"나중에 나이 들어 아프면 어쩔 건데?"
"그땐 병원 가야죠. 그리고 안 아프려고 평소에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결혼을 원하는 사람은 그 이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는데, 왜 우리 사회는 비혼주의자한텐 해명(?)을 요구하는 걸까?
홍경희는 <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라는 책에서 연애의 거듭된 실패와 상처로 인해 비혼을 결심했으며, 기왕이면 합리적으로 잘 사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단다. 물론 비혼의 삶이 행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결혼하면 결혼생활에 충실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비혼 역시 자신의 앞가림을 잘하면서 나름의 행복을 찾으면 된다.
수도권의 일인가구 비율이 30퍼센트를 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주거뿐만 아니라 고독사도 중요한 사회 이슈로 떠올라 이에 대한 방지책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비혼주의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비난하거나 궁지로 몰고 갈 필요가 있을까. 여전히 우린 혼인 여부에 따라 사회적 시선이 달라지고 차별받는 세상에 살고 있다.
위 작가의 말처럼 '비혼, 무자녀, 일인가구'에 속하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단지 결혼이 싫어서가 아니라, 결혼할 여건이 안 되어서, 결혼이라는 법적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혼자라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비무일을 선택한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그렇다면 복지관에 가서 밥 얻어먹고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틈틈이 글도 쓸 것이다. 민폐가 되지 않도록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자신만 옳다고 우기는 떼쟁이는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