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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11화

11. 에프인 척하는 티

by 은수달


"고모, 혹시 제이(J)야?"

어느 주말, 티라미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티(T) 조카가 물었다.


"응. 티제이야."

"나는 에프가 되고 싶은 티야."

"정말?"


티라미수도 한 때는 에프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레 티로 바뀌었다.


"저는 평소에는 에프인데 직장에서는 티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는 티인데 직장에서만 에프 모드로 바뀌어요."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다 보니 양쪽의 입장을 들어주고 공감해줘야 할 때가 많은 티라미수다. 반면에 에프킬라는 독립적으로 일을 할 때가 많아서 오히려 직장에선 티스럽게 행동했다.


"티라미수는 공감 능력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제 마음을 잘 알아요?"

"저도 원래 공감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필요하니까 배우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에프킬라의 마음을 읽으면서 버퍼링이 생길 때가 많다. 공감도 어느 정도 형편이나 입장이 비슷해야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사람이 흙수저의 심정을 이해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본투비 마초인 남성이 여자보다 더 감성이 풍부한 남자를 이해할 가능성은.


오늘도 직장에서 '일시적 에프 모드'로 활동하던 티라미수는 퇴근하자마자 평소의 티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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