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12화

12. 시차 적응 중

by 은수달


[워크숍 다녀와서 시차적응 중]

[같은 대한민국인데 웬 시차적응?]

[몰랐어? 같은 지역이라도 미묘한 시차가 있다는 것?]


티라미수의 주장이 그럴듯해서 에프킬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는 티라미수도 다른 문화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리나 보다.


"제발 좀 쉬면 안 되겠니?"

"할 건 해놓고 쉬어야지."

"당장 안 해도 되는 거잖아."

"나한텐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어느 주말 아침, 티라미수와 같이 점심 먹으려고 들른 에프킬라는 집안일하느라 분주한 그녀한테 결국 한 마디하고 말았다.


"주스 마시면서 좀 쉬고 있어. 아니면 청소기라도 돌려주던지."

"자기 보고 싶어서 달려왔는데 계속 일만 할 거야?"

"아 좀~"


그녀의 뒤를 댕댕이처럼 따라다니는 그가 성가시게 느껴져 티라미수는 결국 성질을 내고 말았다.


"너무해! 자기한텐 지금 나보다 집안일이 중요하지?"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얘기해야 돼? 얼른 해치워야 마음 편하게 놀지."

"우리의 시간은 너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아. 도대체 자기 할 일은 언제 끝나는 거야?"


소파에 털썩 앉아 그는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도 시차적응이 필요한 건가? 아님 성향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때서야 티라미수는 에프킬라 옆에 앉아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지금 이 순간~우리 함께 해요."


그녀의 양손을 마주 잡으며 그는 노래의 한 소절을 개사해서 불렀다. 그의 진지한 표정에 그녀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냥 시차적응 중이라고 생각하자. 그게 편하겠어."

"그래."


그는 원하는 대답을 들은 아이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티라미수와 에프킬라가 만났을 때 1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