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엄마는 남동생을 장가보낸 후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하고 뭔가를 계속 기대하기에 보다 못한 내가 타이르듯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자식들한테 독립하지 못했다. 작년 추석 때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얘기에 대놓고 서운해하던 모습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부재중 전화 8통. 문자 3건. 연인이나 스토커한테 받은 연락이 아니다. 교육받느라 무음으로 해놓았고, 마치고 바로 친구들 만나러 갔는데 알람을 듣지 못했다. 그 사이 엄마는 내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연달아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순간 무서웠다. 딸 걱정하는 엄마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 나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외박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 연락에 집착하는 걸까.
돌이켜 보면, 온갖 고생을 감수하며 자식들한테 지나치게 헌신한 탓이다. 남부럽지 않게 먹이고 입히고 공부까지 시켰지만, 자식들이 늘 성에 차지 않았으며, 가족 신화를 누구보다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자식들이 본인 품을 떠나 독립을 선언했을 때 엄마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허전함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린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가진, 독립된 인격체이다. 그 사실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고 제 뜻대로 자식을 키우려 한다면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
좀처럼 불만이 없던 남동생도 엄마의 지속적인 잔소리와 간섭에 지쳐 거리두기를 결심했지만, 두 여자 사이에서 여전히 원치 않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반면에 멀리 사는 여동생은 그나마 자유로운 편이며, 가끔 본가를 방문하면 손님 대접을 받는다. 그 사이에 끼인 장녀는 가족들의 일정이나 소소한 감정싸움을 조율하느라 바쁘다.
타지에서 자취할 때는 일 년에 두세 번만 얼굴을 봤기 때문에 간섭이 덜했고 약간의 애틋함과 그리움도 생겼다. 하지만 고향으로 내려온 순간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정한 독립을 위해 투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