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TCHP 선항암 부작용 총정리

6차에 걸친 항암, 그간의 셀 수 없이 다양한 부작용 극복기

by 숭늉

물론 사람마다 겪는 부작용의 종류와 강도는 천차만별이지만, TCHP 항암을 앞두고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궁금한 다른 삼중양성 환우들이나 TC 항암을 앞둔 환우들, 특정 부작용에 대해서 궁금한 환우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소화불량


보통 3-4일차에 시작되어서 8-9일차쯤 해소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초반 차수에 증상이 더 심했는데, 뭘 먹어도 소화가 되질 않고 마치 위장운동이 아예 멈춰있는 듯했다. 처방받았던 소화제 여러 개를 번갈아가면서 먹었고, 매 끼니 후에 키위를 하나씩 먹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그 패턴에 익숙해져서인지 크게 힘들지 않았다.



변비


소화불량과 함께 시작되거나 조금 일찍 시작해서 그와 비슷하거나 하루 이틀 먼저 끝났다. 이 증상 또한 초반 차수에 더 심했다. 처방받은 변비약 마그밀을 먹어도 큰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밤에 배가 너무나 아파서 괴로움에 몸부림쳤던 적이 몇 번 있다. 아마도 밖에 잘 나가지 않아서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더 악화되지 않았을까 한다.



설사


변비가 끝남과 동시에 찾아오는 증상. 보통 2-3일 지속되고 끝났다. 음식 섭취 후에는 괴롭지만 그래도 뱃속이 비워지고 나면 괜찮아지기 때문에 위의 두 증상들에 비해서는 수월한 편이었다. 약 처방은 받았지만 따로 약을 복용하지는 않았다.



미각 변화


4-5일차쯤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안이 점점 까끌거리기 시작하면서 음식 맛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1차 때는 실제로 쓴맛이 났고, 다른 어떤 맛도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는 후각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그 냄새를 맡고 식욕이 동해서 한 입 가득 먹었는데, 그것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맛이 아닌 쓰디쓴맛이란 걸 깨달았을 때 오는 그 실망감이란..



식도염(추정)


사과를 먹다가 조각 하나가 식도에 걸려서 절대로 내려가지 않던 사건을 겪으면서 식도염이 생겼다. 계속 신트림이 나왔고 속이 쓰렸다. 위장이 안 움직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소화가 되지 않아서 케이캅정을 며칠동안 먹어야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모발


14일차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고 그 날짜에 맞춰서 쉐이빙을 했다. 머리가 엉켜버려서 쉐이빙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점차 코털, 인중 털, 손가락, 팔에 난 털 등 온몸의 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다행인 건 대부분의 눈썹과 절반의 속눈썹이 마지막까지 버텨줬다는 것. 친구가 극구 말리는 통에 눈썹 문신을 하지 않았는데 안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썹을 잃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와서 내가 그저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막항 후 딱 한 달이 지난 지금, 맨질맨질하던 두피에 까실까실하게 새 머리들이 올라 나오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그 기분이 좋아서 요즘 매일매일 쓰다듬어본다 :)



심장


3차 5일차 되던 날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돌아눕는 정도의 움직임에도) 심박수가 훌쩍 올라갔다. 잘 때 60 밑으로 떨어져야 할 심박수가 95를 웃돌았고, 일반적인 속도로 걸으면 90 언저리여야 할 수치가 110을 넘는 것이 다반사였다. 아주 조금 빨리 걸었다가 150을 넘어가는 숫자를 보고 '아, 이건 뭔가 문제가 있구나' 생각했다. 바로 외래를 잡아서 교수님에게 물어봤더니 '피곤해서 그럴 수 있어요'라는 답을 받았었다. 그때는 그 말 뜻이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심장이 문제여서 심박수가 높아진 것이 아니고, 몸이 전반적으로 힘들어서 심장이 열심히 일하느라고 심박수가 높아진 것 이 아니었을까, 한다.



IMG_2637.PNG?type=w966
IMG_2638.PNG?type=w966
9월에 항암하며 쭉쭉 올라가다가 막항을 했던 연말을 기점으로 뚝뚝 떨어지는 휴식기 심박수와 걸을때의 심박수



피부


1차 항암 때 얼굴 코 주변과 관자놀이 주변으로 트러블이 많이 올라왔다. 그때는 그냥 병원 며칠 입원하고 하느라고 제대로 못 씻고 환경이 좀 바뀌어서 생긴 트러블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교수님이 보시고는 모낭염이라고 하셨다. 동네 피부과 가서 약 처방받아서 바르라고 하셨고 에스로반과 세안제를 받아왔는데 그 이후로 빠른 속도로 상태가 좋아졌다. 2차 때는 손등에도 트러블이 올라왔는데 다음 차수부터는 얼음을 손등에 올려놓으라고도 하셨다. 이 부분도 어느샌가 사라졌다.


그 외에도 얼굴에 기미로 추정되는 검은 점 같은 것들이 생겼는데 치료가 좀 마무리되면 피부과를 가 보려고 한다. 사실 이런 자잘한 것들은 항암 중에는 다른 부작용이 하도 힘들다 보니 조금도 마음이 쓰이지 않았는데, 이제 컨디션이 회복되고 나니 언제쯤 좋아지려나 하고 매일매일 확인하게 되었다.



코피


초반 차수에 코피가 아주 많이 났다. 하루에도 열 번씩 시도 때도 없이 코피를 쏟았는데, 그 타이밍으로 말하자면 - 자다가, 세수하다가, 밥 먹다가, 친구랑 얘기하다가, 등산하다가 등등 예측불허였다. 보통 개개인이 약한 부분으로 부작용이 온다고들 하는데, 나는 어릴 때 코피가 많이 나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로 아마 코 점막이 다른 사람들보다 약한 편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 빈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5차 이후에는 한 손에 꼽힐 정도로밖에 나지 않았다. 이 증상에 대해서도 교수님에게 문의했었는데, 혹시 모르니 이비인후과를 가서 확인은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으나 따로 처방을 해주신 건 없었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꽤 흔한 증상인 것 같다.



손톱


손톱이 항암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 색깔이 변해갔다. 차수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선이 하나씩 추가되었고, 왼손 3,4,5번 손가락과 오른손 4,5번 손가락은 손톱이 검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급기야는 손톱 속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절반이 넘게 들린 손가락도 있지만 막항 한 달이 지난 지금, 다행히도 아직 빠진 손톱 없이 유지 중이다. 손톱 영양제도 매일 꾸준히 바르기도 했지만 큰 소용없이 손톱이 변해가는 걸 보고 어느 날부터는 그냥 짧게 깎아주는 정도로만 관리하고 있다. 혈종 교수님께서도 영양제보다는 손끝을 눌러주어 혈액순환을 잘 해주는 것이 더 낫다고 하셨다.




image.JPEG?type=w966
IMG_0909.jpg?type=w966
IMG_1851.jpg?type=w966
IMG_2639.jpg?type=w966
11월, 12월, 1월, 2월 사진. 가운데 손톱에서 피가 나서 손톱 속에서 딱지가 생긴걸 긁어내서 현재는 맨 오른쪽 상태. 너무 바짝 깎으면 안쪽 살이 노출될까봐 저런 상태.



손끝 저림


변해가는 손톱과 더불어서 손끝 저림도 생겼다. 큰 불편함은 없지만 한 번 생긴 이후로 별로 좋아지지도 나아지지도 않고 있는 상황. 다른 부작용에 비해 미비한 편이라 언젠간 좋아지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다.



눈꺼풀/눈 밑 떨림


언젠가부터 눈 주변 근육이 엄청나게 떨리기 시작했다. 보통 마그네슘 부족으로 나타나는 증상의 그런 가벼운 떨림이 아니라 한번 시작되면 아주 오랫동안 눈 밑과 눈꺼풀이 마구 떨렸다. 파르르 떨리는게 아니라 거의 꿀렁꿀렁 느낌. 그러다 보니 굉장히 신경이 쓰여서 종종 친구들과 있을 때 이 증상이 있으면 표정관리가 잘 안되곤 했다. 마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상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증상은 막항 후 자연스레 사라졌다.



다리 부종


항암 후반부부터 다리가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다리가 천근만근으로 무겁고 마치 코끼리 다리가 된 듯 땡땡 부어있는 그런 느낌이 지속되었다. 당시에는 이게 부종인 줄 모르고 그냥 다리가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항이 지나고서야 부종임을 깨닫고 이것저것 나아질 수 있는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지압 슬리퍼, 붓기에 좋다는 차, 스트레칭, 걷기, 압박스타킹 등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압박스타킹.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다리 부위별로 다르게 잡아주어서 더욱 도움이 되었다. 이런 답답한 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지? 싶었는데 놀랍게도 애초에 다리가 붓는 것을 방지해 줘서 한결 가벼운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었고 증상도 좀 완화시켜주었다.



눈물


항암 후반부 어느 날부터인가 야외에 나와서 찬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바람이 많이 불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러다 말겠지 했던 것이 점차 심해지자 혈종과 교수님께 여쭤보았더니 눈물길이 좁아진 것이기 때문에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협진을 잡아주셨다. 안과에 눈물 전문 교수님이 따로 계시단 것에 신기했다.


증상이 심해지면 실리콘 관 등을 삽입해야 하는데 이게 밖에서 보일 수도 있고 간혹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 완전히 막힌 건 아니라 약으로 해결해 보자고 하셨다. 안약 두 개를 받아서 매일 3번씩 넣은 지 두 달 되었는데 조금 나아진 것 같긴 하나 아직 큰 차도는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근육통/관절통


항암 초반 차수에 하루 이틀 정도 지속되던 근육통과 관절통.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사라져서 별생각 없이 잊고 지내다가 막항 쯤 되니 근육통으로 스트레칭이 안되기 시작했다. 초반부의 근육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려서 가동 범위가 나오질 않는다. 아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풀어줘도 다음날 아침이면 종아리가 당겨서 다리가 다 펴지질 않는다. 스트레칭 동작들을 할 때 유연성도 예전에 비해서 한참 뒤처진다. 아직 타목시펜 복용 전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걱정이다. 수술 후에 꾸준한 운동만이 답이겠지.



마음건강


항암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을 해보려 한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들로 인해 힘들었고, 내 스스로가 너무 예민해지고 날이 서서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지난 한 해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을 많이 겪기도 했고, 그로 인해 더 극대화되었던 것 같다. 나름 나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주변을 밝게 만들어주는 사람, 늘 씩씩하고 도전적이고 그러면서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내 마음이 우울함, 상실감, 피해의식과 보상심리 등 부정적인 감정들로 가득 차자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체력이 회복되고 마음껏 걸을 수 있게 되고 가끔 뛰기도 하고 산에도 오르고 하다 보니 다시 곧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면서 마음도 많이 좋아졌다. 미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면서 아무 생각 하고 싶지 않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도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본다. 몸 관리만큼 마음건강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소중한 건강은 좋을 때부터 잘 챙겨야지.



Screenshot_2025-02-01_at_11.51.30%E2%80%AFAM.png?type=w966
항암기간 내내 친구가 되어주었던 Day One 앱. 일기를 매일매일 썼다. 밀리면 밀린대로 기억나는 내용을 썼고, 항암일지 작성에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




체력


막항 즈음 체력이 정말로 바닥을 찍었다. 일단 다리 부종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으니 짧은 거리를 걸을 때도 많은 체력이 소모되었고, 아픈 다리와 추운 날씨 탓을 하며 집 안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근 손실이 온 듯했다. 막항 후 한 달 정도가 지나고 부종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하자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심장박동도 점차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체력이 돌아오자 마치 일반인이 된 기분이다. 그동안 할 수 없었던 것들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도 다양한 부작용들을 달고 살다보니 혈종 교수님께서도 "온갖 부작용은 다 생기네요" 라고 하실 정도. 물론 오심, 구토, 구내염 등 흔한 부작용 중에 겪지 않은 것들도 있다 (아주 감사하게도). 어찌되었건 다 지나가더라.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선항암이 드디어 끝났고, 이젠 다음주에 있을 수술을 바라본다.



이 또한 다 지나가겠지. 5년 후, 10년 후, 50년 후, 죽기 전, 아.. 그땐 그런 일이 있었지. 유방암은 나를 참 강하게 만들어주었지. 그 뒤로 오히려 건강 더 챙기며 잘 살았더랬지, 라고 희미하게나마 웃음지으며 돌이켜 볼 수 있는 과거가 되길.




keyword
이전 11화암밍아웃 후 주변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