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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Sep 11. 2021

워킹맘의 불렛저널 도전기 - 2

미라클모닝


시리즈로 글쓰기

https://brunch.co.kr/magazine/bullet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보고 기록을 남기고 다음을 계획하는 일 등등을 저널링이라고 한다. 정작 사전에는 없는 단어이고 컴퓨터 관련 용어는 있는데 불렛저널의 인기와 함께 의례적인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듯하다.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례를 보면 아카이빙 쪽이 더 맞을 것 같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저널이라는 단어도 신문, 잡지, 학술지 등으로 더 많이 사용되는데 하루의 일을 되돌아보는 의미의 일기는 diary라는 단어가 더 가까우니 journal은 일지(日誌)라는 뜻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한영 번역사전에는 일지로 나온다).


  일기든 일지든 아카이빙이든 주제 개인 기록이든 컬렉션이든, 불렛저널은 여러 가지를 자신의 사용과 편의에 맞게 변용할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리고 자신의 하루를 사용자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불렛저널의 사용과 함께 세트로 딸려오는 것이 트래킹과 미라클모닝이다.


9월 슬립로그와 헬스케어 트래커 / 10월 모닝루틴

  해빗 트래커라던가 스터디 트래커라던가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매일매일 체킹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는데 일단 시작해보니 꽤 효과가 있었다. 가시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한창 식단관리이니 체중관리를 한다고 타임스태프로 기록을 남겼을 때도 그냥 파편화된 사진기록을 어떻게 관리하지도 못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미가 되었다. 물론 수면 기록이나 식단관리 앱을 활용하면 되겠지만 이런 앱들도 조각조각 흩어져있다 보니 한 번에 모아주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생각보다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불렛저널의 매력이었다. 나처럼 다꾸를 전혀 못하는 사람도 계속 고쳐나가면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http://aladin.kr/p/gnIX5

  불렛저널을 검색하면 연달아서 딸려오는 미라클모닝 유튜브 영상들을 좀 봤는데 초반에는 당연히, 이건 풀타임 워킹맘인 나에게는 해당이 전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미라클모닝으로 유명한 모 여성 변호사는 당연히 개인 시간 관리가 가능한 미혼이었고 아주 간혹 가다가 전업맘 혹은 워킹맘의 미라클모닝 브이로그를 보기도 했지만 출퇴근 시간으로만 하루 세 시간을 버리고 다니는 나에게는 그저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할 수 없는 조건과 상황에 대해서는 아예 회피하는 것으로 정신건강을 도모했지만 궁금한 건 기본부터 파내려 가야 하는 성격이 어디 가지 못하여, 책을 찾아 읽어(정확하게는 오디오북 기능으로 들어) 봤다.


  오. 저자의 상황은 그렇다 치고, 성공하는 20%가 될 생각도 없지만 강조하는 6가지가 궁금했다. 기왕 불렛저널 했으니 미라클모닝도 한번 해볼까.

  책에서 강조하는 6가지를 매일 아침 10분씩 투자하면 그 한 시간만으로도 인생이 바뀐다는 이야기였는데 출근시간 거리만으로 강제 새벽 기상을 하고 있는 나에게 10분은커녕 1분 당겨 일어나는 것도 언감생심이었다. 그렇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새벽밖에는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불렛저널 빈 페이지에 끄적거리면서 방법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체질인지 성격인지 아침잠이 많았었는데, 어릴 때부터 마흔을 앞둔 지금까지도 약속시간보다 먼저 어딘가를 가본 적이 별로 없었다. 물론 면접이라던가 시험이라던가 인생에서 중요한 일에 있어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지각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재다가 발을 동동거리며 이동하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아마도 집안 환경 탓도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테지만 그래서 더더욱 성인이 되기 전부터도 스케쥴러를 목숨처럼 여기며 일정관리를 해나갔던 것 같다.

  20년 전,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자기 계발서 열풍 중에 단연코 으뜸을 차지했던 “아침형 인간”을 읽고 생애 처음으로 이른 기상을 시도했었다. 절대 일어나지 못하고 방학을 허송세월 흘려보냄에 자책하는 날들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씩, 나라는 사람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기여서 그랬기도 했을 것이고 이른 나이부터 경제활동과 고시생활로 이어지는 학업을 병행했던 시절이었으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기 발전이 없었던 나름 처절한 시기였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강제”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시도했던 구민체육센터 등록 - 처음에는 스쿼시, 호흡곤란으로 쓰러질뻔한 이후로는 수영과 에어로빅으로 수강과목을 바꿨다 -해서 몇 년 간  꾸준히 운동을 했던 건 심신 양쪽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워낙 체력이 약해서 그렇게 운동을 하고 오면 오전 시간에 계획했던 일을 다 해내지 못해 자책하기도 했지만 학원 강사 일과 병행했을 때도 저녁은 김밥 한 줄로 때우면서 일 끝나고 12시 전에는 잠드는 습관을 정착하면서 단순히 체중감량의 문제가 아니라 체형도 이상적인 형태로 바뀌고 힘든 고시생활을 버티게 해 줬던 기초가 그 당시 만들어졌던 것 같았다.


   그때의 경험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공공기관 입사 초기에 적응과 야근, 음주 등으로 망가지기 시작하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던 20대 후반의 시간은,

  급작스럽게 임신을 하면서 모든 여건과 상황이 바뀌었다.


  결혼 준비를 하던 와중이었으니 계획에 없던 임신은 아니었지만 계획했던 것보다 1-2년 앞선 돌발상황이었고, 그러면서도 나름 공부하고 준비했던 육아는 출산 첫날부터 산산조각이 났다.

  당시에는 육아휴직 기간이 최대 1년이라 급하게 복직했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집 근처 헬스장을 등록해서 새벽 운동(이라고 쓰고 약간의 러닝머신과 동영상 시청, 샤워라고 읽자) 후에 출근을 했다. 그 모든 것이 집과 헬스장- 지하철역이 근거리였기에 가능했고 출근시간도 50분 남짓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체중감량에는 실패했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체계적인 운동과 관리를 통해 나의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둘째는,

  이 글의 주제와 벗어나기에 생략하지만 정말로 나의 시간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였다. 자폐성향까지 보여 복직도 불가능할 것 같았고 그러면 그럴수록 육아 우울증은 심해졌다. 길게 잡았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아이 상담을 위해 갔던 센터에서 상담사에게 들었던, “어머님이 힘드셨겠네요-” 한마디에 펑펑 울면서 위로를 받아버렸던 그 시간들 속에서 자기 계발은 그저 사치였다.

  지금은 조금 예민한 정도의 아이가 겨우 기관 생활에 적응할 무렵,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 남은 휴직기간을 포기하면서까지 복직을 시도했다. 둘째 36개월 직전이라 그나마 집 근처로 발령을 받을 수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학기 중이라 돌봄 교실 빈자리도 없어서 사정사정 끝에 남는 반에 욱여넣고 급하게 저녁 시터를 구하면서 회사로 도망쳤다. 인수인계받으러 가는 출근길이 너무 행복했고 드디어 나 자신을 찾은 것 같았다.



  전국 발령 직장이라 아무리 집 근처라고 해도 수도권 유일한 곳이니 멀었다. 서울에서 경기북부로 이사한 터라 더 멀었다. 집 앞을 지나는 경의선 급행을 타기 위해서는 6시 50분에 나와야 했다. 자기 계발이고 미라클모닝이고 강제 새벽 기상 와중에 아이들 가방 챙기랴- 오랜만에 사회생활하는 나 자신 챙기랴- 정신이 없었다. 처음 맡아보는 일들이 계속 실수 연발에 업무량도 많아서 서툰 서울시내 운전을 시도했다. 야근이 이어지는 날들 속에 아이들 자는 시간 전에는 퇴근하자는 목표로 매일 편도 33킬로 운전을 했다. 디스크 초기 증상, 거북목, 어깨 충돌증후군을 얻은 건 그 대가였다.


  올해 초부터 새벽 운동이라던가, 식단관리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다만 동기부여가 부족했고 효과가 미미하니 자기 비하만 늘었다. 여건상 더 이상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은 부족했고 업무 등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패턴을 무너뜨릴 정도로 놓아버렸다. 출퇴근은 착실히 했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도 소홀해졌다. 남편이 아이들 등원부터 큰아이 공부까지 매일 챙길 수 있던 점이 다른 풀타임 워킹맘들보다는 위안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서 더 도망갔다. 10년 결혼생활을 겪다 보니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심신의 안정을 얻기 위한 “회피” 능력만 높아져갔다.




거두절미하고,

  6가지를 1분씩, 혹은 다른 방향으로,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책에서 권하는 순서나 방법, 요령 등을 참고하되 여건에 맞춰 변용하였다.


첫 번째, 침묵(Silence).

  보통 명상을 말하는데 유튜브에서 1분 아침 명상을 찾아서 타이머로 딱 1분만 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기상 이후 멍해진 느낌을 전환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원래는 모닝 스트레칭 이후에 했었는데 스트레칭 이후에 깨어난 몸과 마음이 다시 이완되는 느낌이 들어 순서를 바꿨다.

  의외로, 멍 때리는 시간은 많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비워내는 시간은 없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느낀 것 같다.



두 번째, 자기 확언(Affirimation).

  확신을 주는 말이라고도 하는데, 유튜브 검색해보니 힐링 긍정 확언 등 여러 멘트를 배경음악과 함께 따라 할 수 있을 수 있게 된 영상들이 많아서, 그중에 적당한 영상을 찾아 하고 있다.

  같이 사는 남자 셋이 모두 잠귀가 너무 예민한지라, 기상 직후 집 안에서 소리 내어 말할 수는 없어서 출근길 도착 직전에 한다. 이 루틴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



세 번째, 비전보드(Visualization).

  책에서는 직관의 시각화라고 하는데, 검색해보면 불렛저널과 맞물려서 비전보드라고 통용된다.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생각한 다음, 시각화를 통해 실체화시키고 그 실체물을 매일 되풀이하면서 다짐하는 방법이다.

  불렛저널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시간 날 때마다 보며 음성 녹음을 통해 되풀이하고 있다. 음성 녹음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



네 번째. 아침 운동(Exercises).

  1분 명상 직후에 모닝 스트레칭 영상을 따라 한다. 8분 남짓이며 쉬는 날에는 15분짜리로 변경하기는 하는데 어쨌거나 두 코스를 이행하는데 10분을 넘기지 않는 게 목표이다. 이 십분을 만들기 위해서 기상시간을 십분 당기는 게 이번 달 목표였으며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후 본격적인 아침 운동은 출근해서 주차장에 도착하고 25분 정도 산책을 하는데 출발시간이 조금이라도 늦거나 차가 조금이라도 더 막히면 이행하지 못해서 어떻게든 일찍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섯 번째, 독서(Reading).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도 아침에는 도저히 하지 못하는 항목인데, 운전하면서 전자책 듣기 기능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원래 여기서 말하는 독서는 종이책이나 활자를 시각으로 인지해서 뇌로 거치는 작업을 말하는 것일 테지만, 그런 독서는 하지 못하더라도 자기 계발서나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에세이는 듣기 기능으로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아서 시도했고, 그 덕분에 열흘 동안 책 세 권을 끝냈다. 여기에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도 큰 도움이 되었다.



여섯 번째, 기록하기(Scribing).

  사람들에 따라서는 저널링을 말하기도 하고, 해빗 트래킹 체크를 말하기도 하고, 순수하게 일기를 쓰거나 불렛 저널을 체크하기도 한다.

  나도 사실은 평일 풀타임 출근 시간에는 불렛저널의 컬렉션 페이지를 꾸릴 시간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가볍게 포기하고, 대신 사무실에 출근해서 업무 일정을 데일리로그에 정리하면서 슬립로그나 헬스트래커를 체크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대신 이 모든 것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음성녹음을 시도하고 있다.



  책에서는 미라클 모닝을 위해 이 여섯 가지의 습관은 반드시 수행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앞글자를 따서 삶을 지키는 수호자- 라는 느낌의 “라이프 세이버(SAVERS)”라고 칭한다.

  순서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필요가 없을 수도, 해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분명 각각의 의미는 충분히 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인 모닝 루틴을 수립하고 큰 덩어리에서 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난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기상하자마자 인공눈물을 넣어야 눈을 뜰 수 있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공복 물 한 잔-을 마시고,

  나 자신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니 식구들 하루 먹을 쌀을 씻으며(식구들 식감이 워낙 예민해서 하루 지난 밥은 안 먹는다… 요새 햇쌀들은 수분기가 많아서 전날 불려놓지 않고 바로 씻어서 밥을 하고 뜸이 다 들면 뒤집어놓고 출근한다. 그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약간 떡진 밥이 된다고 안 먹는다…) 정신을 좀 차린다. 그렇게 밥솥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배변활동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처리할 건 처리하고(큰아이 건강상태 자가진단이라던가 하루 날씨 확인이라던가), 정신을 좀 차리고 머리를 감는다.

  예전에는 이렇게 화장실에 멍 때리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었고 출근하기 싫어서 몸부림을 치다가 겨우 시간에 임박해서 씻고 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기 일쑤였다. 미라클모닝을 시작하면서는 이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은 최대한 자제하고 바로바로 다음으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를 마치고 거실에서 앞서 언급했던 명상스트레칭을 한다. 이건 올해 초에 시도해봤던 아침 운동의 경험이라서, 다른 영상들도 하면 좋지만(겨울에는 스트레칭과 코어운동 등 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출근을 했었다) 욕심을 누르고 최대한 빨리 다음 준비로 넘어간다. 요새 차가 너무 막혀서 7시 전에 출발해도 한 시간 30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체중을 측정하고, 밥솥의 밥을 뒤집으면서 개수대의 그릇을 찬장으로 다 올려놓는다. 저녁에는 돌봄 선생님이 아이들 저녁을 챙겨주는데 개수대에 그릇이 꽉 차면 여러 가지로 불편해서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이것만큼은 꼭 정리하고 나간다.

  동시에 둘째 아이 식판과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고, 큰 아이 점심때 마실 물을 보온병에 넣거나 원격수업 때 집에서 먹을 점심을 챙겨놓는다(큰아이는 코로나 시국에도 계속 학교 돌봄 시스템을 이용했는데 이번 달부터 운영이 중단되어서 집에서 혼자 해낸다).

  아침 출근길에 아침 대용으로 먹을 생토마토 주스(이틀에 한 번 저녁때 살짝 데쳐서 양배추즙과 믹서기에 넣고 갈아놓은 것), 유기농 식빵(잼과 고구마 샐러드 넣은) 샌드위치, 두유 & 점심(청사 신축공사 중이라 식당이 없어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거나 외식, 배달 등을 해야 한다.) & 저녁 대신 퇴근 전후에 먹을 삶은 계란과 요거트 등등을 보냉백에 넣고 집을 나선다.


  빨리 나서봤자 7시였던 걸 이번 달부터 십분 당기고 있고 그에 맞춰서 기상시간도 5시 50분에서 5시 30분으로 당겼다. 자격증 공부할 시간이 평일에는 도통 나지 않고 큰아이 점심으로 먹을 유부초밥 같은걸 만들어놓거나 해야 하면 5시에는 기상을 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은 강제 새벽 기상이었지만 기존에 여러 가지로 시도했던 모닝 루틴에 약간의 추가만 한 셈이다. 미라클모닝과 불렛저널의 신기한 점은, 그전에는 기상 자체가 고통이었다면 전날 바로 잠만 잘 든다면 의외로 시간에 맞춰서 눈이 떠진다는 점이었다. 이것이 작심삼일의 효과인지, 그냥 운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심하자마자 다음날에 십분 당겨서 기상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요새 둘째 아이가 야뇨증이 있어서 새벽마다 깨다 보니 4시나 5시에 한번 깨서 잠깐 눈을 붙이다가 시간을 좀 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늦게 일어나서 삼십 분 만에 집을 나서는 일은 하지 않게 되었다.



  서둘러서 출근길을 나서는데도 차가 많다. 매번 다니는 길이고 신호가 많은 길이라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샌드위치 등등 아침을 때우는데 그전에는 그냥 음악을 들었다면 최근에는 독서 리더기 앱을 이용해서 전자책 듣기 독서를 한다. 엊그제부터는 최근 준비 중인 자격증 관련 동영상을 듣거나 매일미사 영상을 틀어놓는데 성경구절이라는 것 포함해서 그냥 독서나 자기 계발로 묶어놓는다. 너무 졸리면 바로 끄고 음악을 틀기도 한다.

  화장까지 모두 마무리하면 도착까지 20분 정도 시간이 남는데, 그때부터 스마트폰 음성 메모 앱을 동작시켜 음성 브이로그를 남긴다. 주로 전날부터 당일 아침 불렛저널과 미라클모닝의 성과에 대해 브리핑한다. 처음에는 브이로그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운전 중이고 기록을 남겨봤자 나중에 용량 등의 이유로 삭제할 것 같아서 음성 메모로 타협을 했다. 예전부터 발표나 브리핑, 토론 등 말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요새 유튜브 영상을 보면 자연스럽게 요점을 전달하는 것은 필수가 된 시대가 되었다. 횡설수설하거나 티 안 나게 얼버무리는 버릇이 있어서 고칠 겸, 매일 하루 일기를 쓸 시간은 없지만 하루하루를 성찰하고 당일을 계획할 겸 시도하게 되었다. 여기에 비전을 반복해서 되짚고 자기 확언의 말까지 내뱉으면 나름의 미라클모닝을 대부분 완수한 셈이 된다.


  음성 메모는 다양한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아서 출근길에는 꼭 수행할 계획이다. 주로 막바지 막히는 구간이다 보니 어어엇! 외마디를 외치고 잠시 침묵을 하는 구간도 많지만 어쨌거나 마무리까지 완료한 이 파일들을 어떻게 관리할까 고민하다가 아이폰 메모장 앱으로 공유하는 법을 알게 되어 우선은 그렇게라도 정리하기로 했다. 지난 음성을 듣지는 않지만 나중에 비교하는 용도로는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폰 메모엡 음성 녹음 파일 갈무리


  

  주차장에 도착하면 8시 15분쯤 되는데(예전에는 8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는데 요새는 더 많이, 일찍 막힌다ㅠ), 차키와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챙겨서 회사 인근 산책로를 걷는다. 아무래도 한 시간 넘게 운전하면 아무리 스트레칭을 해도 허리가 아프고 또 계속 앉아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운동이 아니라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걷는다. 고심 끝에 실행에 옮겼던 산책코스가 천변 조성 산책로라 ASMR 계곡 소리도 좋아서 음악을 듣기도 하고 유튜브 힐링 명상 영상이나 긍정 확언 명상을 듣기도 한다. 조금만 늦어도 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걸으려고 노력한다.

  25분 정도 걷고 회사로 들어서면 8시 50분 정도지만 예전처럼 허덕거리지 않게 되었다. 이미 머리와 몸을 모두 깨우고 하루를 긍정의 말을 다짐하며 시작했기 때문에 불렛저널 데일리 로그를 펴고 할 일을 적어 내림과 동시에 일을 바로 수행한다. 그래서 오전에 최대한 많은 일을 끝낼 수 있고 퇴근 시간도 꽤 많이 단축시켰다. 며칠 전에는 업무 사고가 발생했는데 어떻게든 추스르면서 마무리까지 다 해놓고 퇴근했다. 멘탈이 흐트러져도 퇴근하면서 힐링 명상을 틀어놓고 마음을 다잡으면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점도 확연히 줄어들게 되었다.


  쉬는 날에도 삼십 분이라도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면 오전이 여유롭다.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해서 기상시간을 강제하지는 않기로 결심했는데 전날까지 집중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아침 - 점심 운동까지(점심 일찍 먹고 40분 걷기 운동한다) 하고 일까지 다 쳐내고 오면 아무래도 바로 뻗어버리고 그래서 수면의 질도 급격히 좋아졌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즐겨봤던 웹소설이나 만화는 아껴두었다가 쉬는 날 짬나는 시간에, 혹은 정말로 스트레스가 넘쳐서 멘탈 관리하고 싶을 때만 살짝 본다.

  예전에도 쉬는 날 일정관리를 안 했던 건 아닌데 개인/육아/업무를 분리해서 섞다 보니 놓치는 것이 많았던걸 불렛저널을 통해 하루에 집중해서 자잘한 걸 쳐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집중하고 틈새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챙겨냈다.


  미라클모닝과 불렛저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열흘 남짓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효과와 더불어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로 실행력이 높아졌다. 이게 작심삼일이라고 말하는 단기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흐트러진다고 해도 성공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바로 궤도에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아날로그 일정관리에 불과한 불렛저널이 뭐가 다르길래- 나 자신도 조금 놀랍지만 디테일한 일정관리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 자세히 풀어낼 예정이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자기 계발법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처럼 나 자신의 성장과 확신이 우리 가족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리라 믿으며.



베로니카,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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