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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로니카 Sep 18. 2021

워킹맘의 불렛저널 도전기 - 3

아날로그 불렛저널과 디지털 캘린더 앱 병행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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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magazine/bullet


  불렛저널과 미라클 모닝, 어찌어찌 이행해나가고 있다. 문제는 저널링으로는 일정관리를 완벽하게 해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저널링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하루에 해나갈 일이 많았던 사람이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역할을 복잡 다난하게 수행하다 보면 세분화한 일들을 수십 가지 가까이 쳐내야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저널링은 온전히 하루에 집중하기 위해서 적어내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가족들과 업무 일정관리를 디지털 앱을 이용해 병행해나간다. 물론 갑자기 생각나는 일들, 챙겨야 하는 아이들 일정, 업무 일정은 생각날 때마다 불렛저널의 먼슬리로그 등에 메모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변동사항이 너무 많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정관리를 디지털에 집중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라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디지털은 분명 장점이 있다. 변동사항을 마우스 클릭으로 옮길 수도 있고 완료 표시나 색 구분도 용이하다. 할 일 관리 앱도 수도 없이 많이 시도해봤고 노션이라던가 여러 가지  생산성 관리 앱을 검색해보고 공부했다.

잠시간 사용해봤던 노션 / 일기장 대용으로 사용했던 DayMore


  그런데 디지털은 그만큼, 그 앱을 구동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행과정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무리 바탕화면에 띄워도, 입력과 수정이 아날로그만큼 빠르지는 않다. 디지털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단축키라던가,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너무 바쁠 때는 결국 종이 메모를 꺼내 들고 해야 할 일과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나를 발견했다.


  저널링을 꺼렸던 또 다른 이유는, 일과 가정을 분리하고 싶어서였다. 일정도 한 번에 묶어놓으면 내가 챙겨야 할 하루 일과가 너무 많아서 결국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들이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들과 아이들 관련된 특이사항은 초록색 캘린더에서 가족 캘린더 공유로 체크한다. 업무는 모두 구ㄱ 캘린더에 모든 일정을 다 넣고, ㄱ글 Task에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날짜별로 넣으면서 전체적인 업무 흐름을 잡는다.

네이버 캘린더(좌) / 구글 캘린더(우)

  노션도, 구글캘린더도, 모바일 앱이 생각보다 편하거나 빠르지는 않기 때문에 일할 때는 PC에서 바로바로 작성하고 수정하고 완료해놓고 자동 동기화되는 것이 중요했다. 업무 관련된 사항을 모바일로 매번 체크한다는 것도 그리 효율적이지 않았고. 노션이 생각보다 어려웠고 동기화 딜레이가 발생해서 자연스럽게 구글로 정착했다. PC를 구동하자마자 사내 업무시스템과 동시에 크롬에 설정된 구글캘린더 페이지를 모니터에 띄워놓는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일을 적어 넣으면 다른 부서 일정들도 바로바로 캐치하게 되면서 일정 조율에도 도움이 생기고 많은 일들일 최대한 빨리 쳐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공휴일과 휴무일이 동일하지 않은 회사이다 보니 매번 양쪽 캘린더에 휴무를 넣는 것이 귀찮아서 캘린더 동기화를 통해 합쳐보기도 했지만 너무 뭐가 많아지고 정신이 없어져서 다시 분리했다. 휴무는 내 생활에서 제일 기본이라 책상 달력에도 표시하고 하여간에 여기저기 계속 표시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렛저널을 시작하면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가 제일 고민이었고 신경을 쓴 부분이었다. 퓨처로그-먼슬리로그-데일리로그라는 구성을 유지하되, 업무 일정은 비전이나 목적 측면만 적고 모든 세부 일정은 디지털에 몰아넣었다. 대신 데일리로그에 하루 일과를 적을 때는 굳이 캘린더 앱에 넣기 애매한 모든 할 일과 메모를 적어 내렸다. 그렇게 하루에 집중하면서 가족들이나 아이들 관련 업무시간 중간중간 챙겨야 할 사항들을 끼워 넣고 일하다가 보이면 체크한다. 퇴근하고 집안 정리를 하면서 챙겨야 할 것들도 생각날 때마다 메모한다. 평소에는 계속 머릿속에 생각하다가도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뒤늦게 떠올리면서 “아 맞다!” 해버리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물론 이렇게 하면서도 놓치는 일들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그건 데일리로그 그날 페이지에 그대로 남아있으니 다음날에 다시 챙겨서 해나가면 된다. 업무는 퇴근 시간 직전 조정하면서 다음 일정으로 미룰 수 있는 건 체크해놓고 캘린더에 반영하던가 다음날 페이지에 아침 일과로 적어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9월 목표를 최대한 칼퇴하기!로 적을 만큼 야근이 습관화되어 있는 나에게 이건 분명 큰 변화였다(칼퇴!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퇴근 시간이 많이 당겨져서 직원들이 놀라기도… 쿨럭,).

  워낙 업무량도 많고 일을 끝내 놓지 않으면 찝찝해하는 성격 + 다음일이 떠올라서 6시에 다음 일을 시작하는 나쁜 습관 탓에 직장에서는 책임감이 있다는 평은 듣지만 그만큼 가정에는 소홀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일은 동시에 떠올리지 못하는 성격과 뒤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 일들을 견디지 못하는 성향, 은근히 완벽주의 기질도 있어서 어려운 일은 시작 자체가 늦어지기도 하는 점까지-; 업무적으로는 장점이지만 기혼자에게는 최악의 배우자이자 엄마이지 않았나…(집안일은 또 최대한 미루는 성격…)

  당장 사고나 즉시 보고가 많은 직장 탓도 있지만 그것들까지 모두 포함해서 조정하는 것도 또 다른 능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깨달음이 너무 늦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만큼 맡은 일들이 뭐가 많았다ㅠ).


  이번 달 또 다른 목표인, 자격증 시험 준비도 완벽하지는 않으나 어떻게 어떻게 자투리 시간마다 문제집을 펴서 진도를 빼고 있다(벼락치기가 될 확률이 높지만). 한동안 거리를 두었던 독서습관과 종교생활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이제 사춘기를 앞둔 큰아이의 독서교육(학습은 남편이 전담하고 있다), 예민보스 둘째의 건강관리도 챙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에게 아이들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니.

  나보다 더 바쁘고 머릿속이 더 복잡한 남편에게 저널링을 적극 권유하고 있지만 혼자 그 모든 것들을 챙길 수 있는 성격의 사람은 부산한 사람이 별걸 다 한다고 말하면서도 변화를 눈치채고 주목하고 있다. 정작 그런 사람이 건강은 전혀 챙기지 않아서 남편의 병원 진료, 검진 예약 등등도 저널링에 적고 잔소리를 거듭하며 관리하기 시작했다.


  사실 평일 출퇴근의 연속일 때는 하루 업무 관리에도 벅차 자기 성찰은커녕 아이들 챙기고 잠들기 바쁘다. 그럼에도 출근시간 5분의 투자로 하루 일정관리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복잡 다난한 여러 가지 일정들을 메모하며 머릿속에서 덜어내면서 조금 더 명쾌해지는 효과를 경험하기까지 했다(단기기억을 휘발시켜 용량을 덜어냄과 동시에 손글씨 행위를 통해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어디선가 봤던 것 같다).

  물론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노션이나 필기 앱을 통한 디지털 관리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 아이패드 굿노트 앱을 활용해서 불렛저널을 시도하는 사례도 꽤 많이 확인했었고. 아날로그 기반인 불렛저널의 단점도 분명히 있기에 디지털과 완전히 멀어지지 못하는 것도 자명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복잡해졌고,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일은 너무 많다.


  단순히 자기 계발, 생산성 관리를 떠나서 생존을 위해 일정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개인적인 상황과 감정을 한껏 담아, 불렛저널은 꼭 한번 시도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다음 글은 아마도, 불렛저널- 아날로그 메모의 단점과 활용할 도구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바뀔 수도 있고).




베로니카,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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