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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결심한건 바로 실행에 옮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기본개념이고 뭐고 내마음대로 시작해봤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열심히 검색해봤지만 기호도 다르고 이게 뭐지,
또 나름 원칙부터 분석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덕후답게, 다시 기본부터 되짚어나가기로 했다.
http://aladin.kr/p/G1erJ
불렛저널의 장점은 개인마다 다르게 커스텀(?) 할 수 있다-라는건데 저널링을 시작하는 목적을 잡고 시작하지 않으면 헤매기 십상이다.
기호를 왜 쓰는지부터 하루를 되돌아보고(성찰), 이동(마이그레이션)해서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까지.
여러가지 장치들은 말그대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될 뿐이지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호부터 구성까지 모든걸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바꿀 수 있다.
맨처음 할일 기호는 모눈사각박스였다가 불렛저널을 확산시킨 책의 저자가 최대한 빨리 찍을 수 있는 점으로 바꿨다고 한다. 정식 출판본에는 할일 기호가 사각이 아닌 점으로 안내되어 있다.
셋업을 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책을 통해 기본개념을 잡고 다시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유형을 접목할 것을 추천한다.
책을 읽기 귀찮다고 스킵해버리면 중구난방 이도저도 아닌 불렛저널을 꾸리다가 중도하차 할 가능성이 크다.
유명하다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절대 다이어리 꾸미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지만 유튜브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예시들은 정말 예쁘다.
매일 들여다보는 나 자신만의 공간으로 꾸리기 위해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누가 봐도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지는게 더 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미적감각이나 손재주는 0에 수렴하는, 혹은 마이너스 센스인 주제에 쓸데없이 고집이 있는 내가 고민하고 적용한 방법은 마스킹테이프 활용이었다.
일정 관련된 마스킹테이프를 검색해서 구매했다. ㄹㅋ배송이 아님에도 주문하면 하루+반나절 정도만 기다리면 배송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 뭐가 정신없을만도 하다. 날짜만 적고 마테만 붙여도 그럴듯해보인다. 아무래도 수첩 사이즈는 작은 듯 해서 10월부터 써나갈 A5사이즈의 수첩도 또 주문했다. 아직은 줄노트로 해나가고 있는데 방안 혹은 도트 노트로 바꿀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고 있다.
https://youtu.be/Vik1QZ5cLAM
줄노트로 시작해도 된다는 용기를 심어준 유튜브 동영상이다. 다른 불렛저널 영상은 키라던가 컬렉션 구상 등 참고만 하고 전혀 따라하지 못하지만 절대 좌절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마음대로 내키는대로 떠오르는대로 페이지를 구성하고 있다.
책을 보면서 다시 원점, 기호, 인덱스 작성부터 방법을 고치기도 하고 아니다 싶으면 제목에 줄 그어버리고 그 페이지는 버린다. 그렇게 몇 달 하다보면 나만의 불렛저널 구성이 완성되지 않을까.
불렛저널 관련, 또다른 책 한 권이 있다길래 그것도 살펴봤다.
http://aladin.kr/p/O2CUJ
조금 더 사용 예시가 쉽고 페이지수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예전 기호를 따르기에 기호 표기가 조금 혼동스러울 수 있지만 제일 유명한 책 두 권 정도는 훑어보고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시범으로 시작했던 8월이 지나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해보니,
아, 내가 정말 이렇게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해나가는 삶을 살고 있구나- 절실히 깨달았다.
복직을 하고 회사 업무 위주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아이들과 집안일을 바쁘다는 핑계로 챙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기존에 삶의 패턴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다른 생활로 급하게 적응해야 했었고 집에서도 일을 끌어안고 오면서도 일과 가정은 분리하겠다며 별개의 캘린더와 메모앱을 사용해왔었다.
지금도 캘린더는 나눠서 사용하고 있지만 업무 할일은 앱이나 디지털로 관리하되 나 자신을 오롯하게 들여다보고 하루하루에 충실하는데에 불렛저널이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며칠이나마 느끼고 있다.
수첩에 할 일을 적고 체크하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도대체 뭐가 이렇게 바뀌었을까?
할일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기 위해 집중해서 일을 해냈고 그와 동시에 아이들 관련 자잘한 것도 놓치지 않고 챙겼으며, 도저히 시간상 안될 것 같은 일들은 붙잡아놓지 않고 바로 연기 기호를 체크해서 다음날로 미뤘다. 살짝 헤매는 느낌도 있지만 퇴근하면서 급한 일은 깔끔하게 쳐내고 안된 일은 다음날 뭐부터 해야겠구나 정리가 되니 다음날도 9시부터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외 퇴근하면서 주유쿠폰을 사용한다던가 자기 전에 아이들 관련 한번 더 살핀다거나- 그런 것들도 놓치지 않을 수 있어서 스스로가 놀라웠다.
물론 손글씨 메모인 만큼 수첩을 펼 시간이나 상황이 안될 경우도 있기 때문에 분명 단점은 있지만 비빔밥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나’라는 사람의 하루를 온전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는 된 것 같다.
그 이전에는 왜 시도하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학창시절부터 스터디플랜을 항상 짜고 다닐만큼 일정체크 중독 습관자였던 내가 일정관리를 손 놓게 된 건 출산부터였다. 수유기록이라던가 아이 수면패턴을 체크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것과 달리 단 1분도 쉴 틈이 없었던 지옥같은 일상이었다.
둘째는 더 심했다. 지금도 예민하기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아이여서 그냥 하루 종일 아기띠로 안고 스마트폰만 붙잡았던 일상이었다. 육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책도 읽고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내마음대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하루 일과를 불렛저널이라던가 기록하고 체크한다는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날들이었다.
복직하고서도 스마트폰 메모앱 등을 이용해서 할일을 체크하고 투두리스트를 작성해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이행하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노력하다보니 그냥 그렇게 하루를 흘려보냈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불렛저널을 결심하고, 시도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었던건 그간의 무너저내렸던 멘탈을 다잡고 자존감이 어느정도 회복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것들까지 마주하게 해주는 불렛저널을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저널링을 해나가야겠다고 결심해본다.
베로니카,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