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리더기 입문기
단 한순간도 글을 읽지 않으면 뭔가가 불안한 활자중독(이라고 쓰고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읽자).
계속 가벼운 글들만 훑어내려가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정작 전자책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종이책으로 보는 게 진짜 독서지!) 전자도서관 등등 시도해보다가 이건 나와 맞지 않다고 접어버렸다.
종이책을 많이 읽지도 않는다. 너무 어려워도 안되고 너무 가벼워도 안되고 이 내용은 내 가치관과 맞지 않고 이런 주제는 굳이 사서 보기는 아깝고 집 바로 옆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들은 반납 연장 놓쳐서 매번 연체 대상자에 올라가고 그렇다면 새 책으로 사서 깨끗하게 보고 중고로 바로 팔아야지- 라는 마음으로 사놓았다가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쌓여있는 책이 책장 한가득-
아이 키우면서는 육아책 위주로, 또는 아기띠로 안고 재우면서 멍 때림을 극복하기 위해 고전이라도 읽어야지 해서 스마트폰을 들고 억지로 꾸역꾸역 본 책이 1년에 다섯 권 정도였나. 보고 싶은 책들은 많은데 막상 결제하려면 이 플랫폼이 망하면 어쩌지(실제로 만화책을 구매해서 봐왔던 플랫폼이 한 군데 망해서 그 이후로 더더욱 꺼려왔던 것도 있었다), 이 가격에 전자책을 구매하면 과연 그 가치를 할 것인가(라고 한참을 고민하면서도 웹소설은 잘도 결제함).
다독가는 아니지만 다독을 하고픈 욕심은 있는데 굳이 책이 아니어도 활자를 수시로 볼 수 있는 전자기기의 발달로 점점 책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고전이나 조금 어려운 책은, 한두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다른 앱을 열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하면서 전자책리더기 구매를 고심하였고, 구매하였다.
전자책리더기- 종류도 많고 각기 장단점이 분명하고 확실한 건 가성비가 여타의 전자기기 대비 높지만은 않다는 것. 그러나 책이라는 매체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책만큼 가성비 따지기에 의미 없는 매체는 없고, 존재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전자책리더기도 그런 맥락으로 접근해보면 오히려 책 보관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물건이 아닌가.
그렇게 합리화 과정을 거쳐서 구매를 하려고 보니 입문에는 이 정도 기기가 좋아요, 기왕 사려면 이런 걸 들여놓는 게 좋아요.
https://cafe.naver.com/ebook
ㄴㅇㅂ 디지털 감성 e북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검색하고(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때마침 평화로운 중고나라에 뜬 크레마 그랑데를 적당한 가격에 들였다. 예스 24 버전이지만 알라딘과 예삼은 한 몸이니(이것도 이때 알았다. 예전에 예삼이 싫어서 적립금 다 털어내고 탈퇴하고 옮겼더니 그 집이 그 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좀 황망했...), 열린서재를 이용하면 큰 문제가 없었고 그렇게 알라딘 이북으로 구매한 책들을 감성 있는 척 읽어보기 시작했다(그러니 알라딘은 망하면 안 됩니다).
일단 종이책 최고를 외치던 사람이 보는 전자책리더기는 느렸다. 조금 빠르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리더기도 있지만(여기서 패드류의 태블릿은 제외한다.), 크레마는 특히 느렸다. 그런데 느림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건 사실이다. 종이 잉크와 페이지 넘김의 잔상도 디지털 기계로 어설프게 흉내 내고 싶어 하는 어정쩡한 아날로그 감성이라 매력적이었다. 물론 독서에 집중할 수 있다는 본연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다. 크기도 작아 아이들 재우기 전에 챙겨서 머리맡에 두면 잠들기 전 단 몇 페이지라도 넘기다가 졸리면 그냥 플립을 닫아버리면 절전모드로 넘어가니 충전을 자주 하지 않아도 배터리 소모량은 많지 않아 쓸만했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피곤해서 바로 뻗어버리는 날들이 많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느려도 너무 느렸다. 그리고 전자책 가격대가 애매해서 구매를 하기까지 장바구니에 넣고 빼고 구매를 결정하기까지 스마트폰 앱을 뒤적거리다 보면 다시 리더기에 접근하기까지 시간이 또 걸렸다. 이러면 결국 종이책과 다를 바 없는데. 그래도 아예 고전을 넣고 읽었을 때의 휴대성과 가벼움은 정말 좋았다.
어떤 기기나 수단은 장점과 단점을 동반하는 법. 만족하며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였다(연말 업무과부화로 멀리하게 된 건 생략하자).
크레마를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디북스에서 페이퍼프로 1+1 & 리디셀렉트 1년 회원권 2장 이벤트가 급작스럽게 떴다. 어랏, 이 기회는 놓치면 안될 것 같아... 어어어어. 덜컷 흐름에 편승해버렸다. 리페프 재고떨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리디셀렉트 1년 회원권에 기기를 얹어주는 꼴이어서 리더기를 다수 보유한 분들도 꽤 많이 탑승했던 걸로 안다.
이쯤에서 전자책 구독 서비스에 대해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하는데 사족이 다른 주제가 되어버려서 한 템포 쉬어가기(다음 편에 계속).
베로니카. 즐겁게 살기로 결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