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유 Jan 03. 2021

<물결> 멸종에 저항하기

인간은 하나의 동물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지난 해 텀블벅에서 주문한 동물해방물결의 매거진 <물결> 1호가 새해 맞이 선물처럼 집앞에 왔다. 이번 잡지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은 동물당과 기후위기, 탈육식이다. 2020년 초 각종 창당대회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동물을 위한, 동물에 의한 정당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 또한 있었다. 당시 동물당 창당은 하나의 퍼포먼스로서도 다루어졌다. 그 후의 이야기, 아직 당도하지 않는 미래의 동물당에 대한 SF적 상상이 흥미롭다. 코로나-19가 동물에 대한 수탈로부터 시작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디어에서 동물 수탈에 대한 이야기는 다뤄지지 않는다. 인명 피해에 관한 뉴스로만 가득한 언론, 본질을 외면하는 미디어. 이로 인해 내팽겨쳐지는 것은 또다시 동물들이다. 김한민 말처럼 동물당이 ‘동물심’을 번역하는 역할을 한다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학대, 강간, 권리 유린 등 수많은 권리 침해에 대한 소송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동물 모두가 정치적 주체로서 천부 동물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동물 해방은 곧 나의 해방이다. 인간 또한 하나의 동물에 불과하기에. 인간과 동물은 모두 고통을 느끼는 물리적 연속선상에 놓여있기에. 이제 그 물리적 연속선을 도덕적 연속선으로 가져가야 할 때이다. 동물 사체가 ‘고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생전의 생명의 흔적을 유기하는 과정을 목격해야 한다. 소젖이 ‘우유’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어지기 전에 청소년기 암소가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당하고, 매일같이 젖을 수탈당하는 폭력의 흔적을 목격해야 한다.


  오늘날 기후위기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 역시 동물이다. 그들은 멸종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멸종 중이다. 인간 또한 연결되어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 앞에서 인간의 안위를 운운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고이다. 자신이 자초한 문제 앞에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멸종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먼저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장식 축산에 문제의식을 가지는 것, 이로써 육식을 거부하는 것,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수탈당하는 수많은 동물들과 자신의 영토를 빼앗기는 또다른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 그리고 동물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존 버거는 자신의 책 <벤투의 스케치북>에서 ‘사소한’ 연대와 저항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실천들이 모여 연대를 이루고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가능하게 한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실천으로 모인 연대는 무한한 저항의 힘을 만들어낸다. 저항은 “미래가 무엇을 품고 있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을 지키기 위해” 행해지는 것으로써, 저항하는 행위 그 자체 속에 작은 승리가 있다. 육식을 거부하는 행위, <물결>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는 행위, 동물권과 인권을 교차해 생각하며 동물의 윤리를 확장하기 위한 인지적 노력의 행위 등을 행한다는 것으로부터 저항은 시작되고, 승리는 이루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지구의 터에서 주어진 생의 일상에서 공존을 실천하며 일상의 혁명을 실현하기.

작가의 이전글 탄생을 준비하듯 죽음을 준비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