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

자연, 자연스러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음.

by 은유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 원래 그런 것이란 무엇일까에서부터 글을 시작해본다. 인간은 자연에 속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 역시 자연의 속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인간의 모든 행위 또한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인위적인 것 또한 자연의 일부이기에.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자연은 지구의 자연이지만, 지구는 태양계의 일부이며, 나아가 우주 전체의 일부이다. 인간은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당연하지만 자주 쉽게 간과해버리는 이치를 마주한다. 자연은 분자들의 수많은 조합을 통해 먼지부터 인간, 나아가 우주를 생성하고 소멸시킨다. 역동적이고 창발적인 자기조직 과정의 연속이다. 모든 생과 모든 현상은 자연스럽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은 자연 그 자체와는 좀 다른 거 같다. 숨겨진 주어가 있기 때문이다. 숨겨진 주어는 ‘인간’이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공존할 줄 아는 삶이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자연은 개별자적 자연이 아닌, 다양한 개체들을 아우르는 통합적 자연을 칭하겠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하는 모든 자연들이 연결됨으로써 그들만의 창발적인 자연규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존중하는 태도와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적인 것 너머의 자연에 대한 이해와, 인간은 우주에 떠다니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라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필요하다.


한 가지 더 고민해볼 것이 있다. 생태계의 공존 방식이다. 생태계는 먹이 피라미드와 먹이사슬로 설명되곤 한다. 먹이피라미드는 생태계를 수목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면, 먹이사슬은 리좀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먹이 피라미드에는 상위포식자부터 시작해 가장 하위에 놓인 식물까지의 위계가 형성되어 있다. 상위포식자의 종과 수는 적고, 식물의 종과 수는 다양하고 많다. 상위포식자가 많아지게 되면 피라미드의 균형은 깨지게 되어 그 생태계는 깨지게 된다. 먹이사슬의 경우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로서의 역할을 통해 돌고 도는 방식으로 공존의 양태를 설명한다. 여기서는 각각의 주체적 역할이 중요하며, 그 역할은 다양한 변수적 상황 속에서도 각각의 개체를 균형있게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생산자가 풍부하게 유지될 때 소비자와 분해자 역시 풍족하고 편안하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각 개체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 부류 내에 속하는 각 종들의 다양성과, 다양성으로부터 비롯한 관계들의 복잡성이 잘 유지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서로 견제함과 동시에 서로의 생을 보호할 수 있다.


인간은 어디에 위치지어질까. 인간은 자연에서 최상위 포식자이자 소비자에 해당한다. 한편,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인간만의 독특한 자연규칙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글자’에 있다. 인간은 문자라는 상징체계를 통해 자신들의 생존 과정과 자연에 대한 이해 등을 축적하고 전수했다. 글의 축적은 곧 역사의 축적이다. DNA로 서서히 축적되어 서서히 변화해가는 다른 자연과 달리, 글의 축적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변화의 과정을 가속화시켜왔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인간 고유의 문화를 창조하게 한다. 이러한 속도의 차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자연보다 상위에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정신은 물질적 자연을 딛고 있다는 사실과 자연으로 존재하는 자신의 육체성을 간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착각은 결국 자연을 거스르는 행위로 이어진다. 어느새 최상위 포식자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자연적 위치와, 인간의 소비 패턴이 자연의 공존 방식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그 연결성을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연결성의 차단은 실제 연결되어있는 자연에 수많은 영향을 미친다. 개체 수의 변화는 당연하거니와, 자연의 소멸을 야기하기도 한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조건 두 가지는 산소와 물이다. 모든 생명은 산소와 물을 필요로 한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은, 산소와 물을 독점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공장식 축산 가축에게 물과 곡물을 제공하기 위해, 인간의 먹거리를 위해 댐을 만들어 평지로 흘러갈 물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평야 강가에서 몸을 식히곤 하던 하마는 이제 더이상 풍부한 물이 아닌 진흙에 몸을 식혀야 한다. 코끼리는 마실 물이 없어 수 차례 땅을 파서 지하수를 찾아야만 물을 마실 수 있다. 벌채로 인해 산림은 사라져가고, 인간이 야기한 각종 폐기물로 인해 담수는 망가지고 있다. 공기는 탁해져 가고, 지구를 뜨거워지고 있다. 인간이 현재 누리고 있는 편리와 탐욕 추구는 위험하다. 인간의 편리가 비인간의 멸종을 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연결성, 공진화하는 자연을 직시하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과 연결된 타자의 생을 필요 이상으로 침범하지 않고, 모든 생들이 리좀적으로 공생할 수 있도록 기여해나가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