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이 되기까지(2)

인간과 비인간에 대하여

by 은유

비인간 존재란 문자 그대로 ‘인간이 아닌 존재’이다. 그렇다면 ‘인간’으로 칭해지는 존재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법적 권리의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권리(Right of Man)을 언급한 것은 1762년이었는데, 이 시기 인간은 문자 그대로 ‘생물학적 남성’만을 지칭했다. 모든 성인 남성에게 선거권이 부여된 것은 1848년 2월 혁명을 통해서였다. 여성이 온전하게 시민권을 얻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20세기 후반이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15년에서야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했다.


한편, “2017년 3월 인도 우타라칸드(Uttarakhand) 고등법원은 갠지스 강이나 야무나 강에 법인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법인격은 한마디로 법적으로 부여한 인격이며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말하는데, 법인격이 없으면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사람과 같은 자연인이나 국가(공법인), 주식회사(사법인)와 같은 법인이 대표적인 법인격체다(김도희, 2019: 6).” 갠지스 강이나 야무나 강은 법인격의 소유자로서 법적 대리인 등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적 권리를 부여받더라도 실질적으로 이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는 ‘인간’일까? ‘피해자다움’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성폭력 피해당사자, 아동학대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주장할 수 없는 ‘미숙한’ 당사자는 진정 ‘인간’에 해당할까? 성소수자는 여전히 ‘비체(abject)’,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허다하며, 장애인는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일 때에만 존중받는다.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두 발로 걷는 비인간 존재들은 무수하다.


비인간 존재는 역사적으로 구성되며, 상황적이고 맥락적이다. 비인간은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은 혼종적이다. 그 뒤섞임 속에서 혼종적 존재들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법적 권리에 온전히 명시조차 되어있지 않은 비인간이자 혼종적 존재-동물, 식물, 사물, 로봇 등-, 즉 권리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곳에 위치되어 있는 존재들로부터 틈을 벌려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극히 인간적인 법적 정의 아래에서 명백히 비인간, 법외로 간주되는 이들과 시선을 마주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라는 것이 얼마나 인간중심적 환원주의에 갇힌 사고인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명백히 타자로 보이는 동시에 깊숙히 자아와 동일한 존재가 왜 지금 여기에서 말할 수 없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가에 대해 분석하고 틈새를 벌려가는 것은 권리의 확장을 위해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다.



<참고문헌>

김도희, 미래의 권리들, <여섯 가지 키워드로 읽는 포스트인문학>, (아트앤스터디,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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