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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유 Oct 16. 2020

밝은 날만 계속 되면 사막이 된대.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 지혜가 남기를.


  몸의 표면 위로 물기가 새어나와 옷을 적시던 작년 여름의 어느 날, 지인과 함께 연극 한 편을 봤다. 연극의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연극이 끝나고 무대 인사에서 한 배우가 한 말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밝은 날만 계속 되면 사막이 된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 지혜가 남기를 바랍니다.”

  연극 공연장을 떠나서도 배우의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밝은 날만 계속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작고 여린가. 안전한 삶, 밝기만 한 삶은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삶을 삭막하고 부서지기 쉬운 모래알로 만든다. 바위가 바람에 깎여 부서지는 흔적은 바위에게 점진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모래에게 있어 부서짐은 조각 하나하나가 큰 상실의 흔적으로 남는다. 생은 변증법의 연속이기에, 안전과 밝음만을 추구하는 것은 변증이라는 삶의 과정을 거부하는 것과도 같다.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주름’이라는 흔적에 어떤 내용들을 채우고 싶은가. 자신이 마주했던 순간들, 마주하며 치열하게 고민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시간의 결. 시간의 물결이 파동치고 거품들이 사라진 후 보이는 지혜의 실체. 지속적이고도 안정적인, 그러나 늘 새로움을 지니고 있는 자기창조적인 생의 향연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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