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동기부여 공격!
내게 '동기부여'라는 키워드는 빼놓을 수 없다. 무언가로 나아가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속이 뜨거워져야 한 걸음 내딛을 온도가 채워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3년 동안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내 하루에서 나를 동기부여시킬 수 있는 방법들은 꽤 찾았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제외한 내 삶에서 동기를 끌어올려 본 적이 있는가 자문해보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그만큼 그러한 경험 자체가 부족했던 것. 태권도를 하며 얻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것이다. 회사 밖에서도 나를 충분히 동기 부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한번 끓여놓은 마음은 태권도를 하지 않을 때도 꽤나 건강하고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태권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길래?
경쟁구도로 준비운동을 하는 경우가 꽤 많다. 4줄 서기로 차례로 도장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오거나, 짝을 이루어 다른 짝들보다 무조건 빠르게 앞차기를 한다거나, 가끔은 조를 나누어 누가 더 빠르게 높이 정확하게 하는지 시합을 하기도 한다. 이때 사범님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비교하기'이다. 처음에는 엄청난 반발심이 들었다. 내가 좀 열심히 하는 날엔 설렁설렁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누나도 이렇게 하는데 너 지금 유품자가 누나보다 못해?' 라거나, 모든 조가 열심히 발차기를 하고 있는데 '너네 조가 지금 가장 느려'라고 꼭 집어 말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특정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으로는 절대 동기부여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방식이 얼마나 별로인지 한 번은 말씀드려야겠다 싶었다. 아이들 교육방식의 차원에서 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 날은 내가 비교하기를 '당했던'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사범님이 오늘도 재밌게 하셨느냐 묻기에 냉큼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동기부여하시려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다 각자의 속도로 하고 있는데 누구보다 내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더 하기 싫지 않겠느냐고. 아이들도 더 기가 죽을 것 같다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아이들은 오히려 기를 쓰고 한단다. 또래집단 내에서 친구들에게 누구보다 영향을 받는 시기여서 단순히 '내가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도 많다는 거다. 그리 일리 있어 보이진 않는다만 일단 수긍했다. 그리고 다른 방식을 권해보았다.
주로 잘 못하고 있을 때 보다 차라리 잘할 때 비교해주시면 어떻겠느냐고.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 자신의 전과 후를 비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이다. 가령 이런 식인 거다. '어제보다 피치가 훨씬 좋은데 더 힘주어 차면 발차기가 더 높이 올라가겠다' 라던지, '달리기 속도 많이 빨라졌는데? 더 빨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힘내 봐' 라던지.
그 후에 사범님이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하시는 멘트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효과가 어땠는지 효과가 있긴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그런 방식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내게도 그렇게 적용될 때 훨씬 동기부여가 되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는 것이니까. 앞으로 살아감에 이 비밀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동기 누구, 선배 누구와의 비교가 아니라 그저 전보다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안에서도 작은 동기를 찾아 나아갈 추진력을 얻는 것.
흰 띠에서 노란 띠로 승급한 이후. 이번에도 두 달이 지나 파란 띠로 레벨업 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범님은 다시 '다음 주 승급심사' 통보를 내렸다. '아니, 벌써?' 싶었지만 벌써인 이유가 있었다. 노란띠 다음은 파란 띠다. 하지만 내가 다음 심사에 통과하면 파란 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노란 줄 띠가 되는 것이었다. 노란 줄 띠라 함은 노란색과 파란색이 정확히 반씩 갈라져 있는 띠이다. 파란 띠로 가기 전 반 발자국만 걸쳐놓은 느낌을 주는 띠.
이 때는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태극의 1개 장을 온전히 심사받는 것이 아니라 반으로 쪼개서 받는다. 반절을 통과하면 노란 줄 띠가 되고 다시 한 달 뒤 나머지 반절을 통과해야만 파란 띠가 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처음에는 굳이 왜 이렇게 나노하게 단계를 나눠놓아서 매 달 심사의 긴장감을 갖고 운동해야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승급심사를 거쳐보니 이건 소름이고 과학이었다! 줄띠를 받을 때는 온전히 1개 장을 수련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전 엄청난 동기부여의 힘을 갖고 있다.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품새를 배우고 각자 연습하는 시간에 자신보다 아주 조금 먼저 진도를 나가고 있는 친구에게 자세교정을 받게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흰 띠에게 절대 3품을 붙여주지 않는다. 흰 띠는 최대 1품 이하의 친구들을, 1품에게는 2품을, 2품에게는 3품 친구를 매칭 하는 식이다. 나보다 아주 월등히 잘하는 친구가 아니라 조금 먼저 앞선 친구에게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면서 나도 금방 저만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고자 하는 건 아닐지 생각해보게 된다.
뱁새가 황새 쫒아가다 가랑이 찢어지기 전에 백기부터 드는 일 없도록. 줄띠를 손에 든 날에는 얼른 또 다음 색띠를 받고 싶어 의지가 불탄다. 나중에 사범님께 들어보니 내가 성인부가 아닌 중고등부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이를 경험할 수 있었던 거였다. 아이들은 빠르게 지치고 쉼 없이 동기부여 장치가 필요한데, 1품까지 가는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고 싶도록 승급 단계를 나눠놓았다는 것이다. 아이는 아니지만 운동 쪽에선 꼬맹이나 다름없으니 내겐 너무나도 알맞은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