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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Sep 09. 2024

우리 할매와 목욕탕 (1)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우리 할매와 목욕탕에 갈 수 있을까?

휴직기간 중이라 9월 5일부터 15일간 일시 귀국을 했다. 휴직이 아닐 때는 길게 와도 4박 5일에 부산으로 오는 날과 돌아가는 날을 제외하면 정작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2-3일이다. 휴직이라고 해도 집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나를 2주가 넘도록 부산 고향집에 있게 만드는 건 역시 우리 할매! 내가 오기 몇 달 전부터 언제 오는 거냐며, 비행기 표는 샀는지 통화할 때마다 물어보고, 목이 빠지다 못해 눈알이 빠지겠다는 격한 표현까지 서슴없이 하는 우리 할매! 그런 할매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많이 보내기 위해 나는 이번 귀국을 결심했다.


작년에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입원을 하시면서 치매까지 오신 우리 할매! 아빠나 엄마, 본인의 동생까지도 못 알아보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보고 활짝 웃어주시며 "아픈데 없나~?, 밥은 묵읏나~? 그 먼 데서 아푸믄 안된데이.... 다 묵고 살자고 하는긴데 잘 먹고 댕기라~~"면서 누구보다 나를 걱정해 주는 우리 할매!! 건강악화로 올봄에 왔을 때에는 대소변을 받아내고 본인 혼자서는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셨기 때문에 이제 다시는 할매와 함께 목욕탕에는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어설프고 뒤뚱뒤뚱하지만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 앉으시기도 하고, 다른 사람 손을 잡고 조금씩 걷기 시작하셨다. 내가 본가에 도착을 하고 나에게는 할매를 모시고 목욕탕에 가기! 미션이 떨어졌다. (엄마는 불안해서 혼자서 할매를 모시고 목욕탕에 못 간다고 하셨다.)


9월 7일 일요일, 늦은 점심을 먹고 할매, 엄마, 나는 목욕탕으로 갔다. (물론 목욕탕입구까지는 아빠도 동행을 했고, 휠체어를 타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며 목욕탕까지 도착을 했다. 나는 할매랑 다시 목욕탕에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뜨끈한 물에 목까지 담근 할매의 몸은 내가 두 손으로 안아도 남을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목욕 후 재어본 체중은 43킬로!) 하지만 거의 2년 만에 목욕을 온 할매는 "따끈~하니 좋네!"를 몇 번이나 말씀하셨고, 세신사분께 할매의 때밀이를 부탁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할머니는 거울을 보시더니.. "내가 봐도 뽀얘졌네~~"라고 좋아하셨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본가에 있다면 앞으로도 우리 할매와 함께 목욕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나는 추석연휴가 끝나면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과연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우리 할매랑 목욕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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