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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Sep 10. 2024

우리 할매와 목욕탕(2)

매주 주말이면 할매와 함께 가던 동래 온천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우리 할매를 따라 온천을 다녔다. 아주 예전에는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해수온천을 갔었지만, 집에서 도보 30분 거리에 동래 온천이라는 유명한 온천지구가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확실한 기억은 없으나, 매주 주말이면 동래 온천에 있는 목욕탕을 갔다. 그곳에는 꽤 많은 목욕탕이 있는데 우리 할매와 가장 마지막으로 다녔던 곳은 금천탕이라는 곳이었다. 동래 온천은 주말이 되면 어느 목욕탕을 가도 북적북적하다. 어려서부터 온천을 다녀서인지 나는 아주 뜨거운 온천탕(온탕, 43도 정도였던 거로 기억한다)과 아주 차가운 냉탕을 번갈아가며 들어가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렸고, 목욕탕에서 파는 커피나 감식초 같은 음료를 한통 시켜 할매와 함께 마시며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했다. 심지어 나는 그 사우나 안에서  할매 다리를 배고 잠시 잠을 자기도 했다.(어릴 때 할매가 나를 데리고 온천을 가는 건 사람들이 적은 시간인 새벽시간대였다.)


할매와 나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다가 사우나도 하고, 떼를 밀고 목욕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추어탕 한 그릇을 먹는 것이 할매와 나의 주말 루틴이었다. 할매와 마지막으로 온천을 하고 추어탕을 먹은 게 벌써 6년 전이다. 8년 전 내가 일본으로 도망치듯 가고 난 후,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기 전 왔을 때가 마지막이었다. 입사를 한 뒤 한동안은 회사일에 집중하느라, 그 뒤에는 코로나 때문에 라는 핑계로 한국에 잘 오지 않았었다. 그때는 그랬다. 왜 하필이면 추어탕을 먹어야 하냐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목욕탕은 나에게 단순히 피로를 풀거나 목욕을 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술 취한 아빠를 피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만의 힐링 공간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집 근처 센토(목욕탕)이나 온천을 간다. 그때마다 나는 우리 할매가 생각이 난다.  과연 우리 할매와 같이 온천을 하고 추어탕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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