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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Sep 22. 2024

처음 찍은 가족사진

가족 전체 사진을 핑계삼은 할매와 둘만의 사진 찍기

9월 14일(토)

이번 귀국일정(9월 5일~20일) 동안 나는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할매와 둘이서 사진관에서 사진 찍기! 생각해 보니 할매랑 둘이서 찍은 사진은 내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찍은 졸업식 사진뿐이었다. 지금이라도 할매와의 사진, 할매의 음성&동영상 녹화를 되도록이면 해두자고 생각했다. 저번 귀국(4월) 때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꼼짝도 할 수 없는 할매를 모시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누워있는 할매와 셀카를 찍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번에 귀국을 하고, 할매의 상태를 확인한 나는 할매와의 사진을 찍기 위한 작전에 돌입!

그것은 바로 가족사진을 찍자고 가족들에게 제안하는 것이었다. 동생의 결혼식 때도 조카의 돌잔치에도 코로나로 인해 참여하지 못했던 탓에 우리 집에 유일하게 있는 가족사진은 우리 할매의 칠순잔치 때 찍은 사진이 다였다. 이러한 이유를 핑계로 부모님과 동생가족에게 가족사진을 찍자고 제안을 했고, 웬일인지 모두들 좋은 반응이었다. 사진관 섭외와 동생가족과의 스케줄 합의 후 정해진 날짜는 9월 14일!


나는 사진을 찍기로 하기 전에 사진관을 방문해서 (주자장이나,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사진 구서은 어떻게 되는지 등) 사전 조사를 했다. 올케가 예약한 사진관은 부산대학교 앞에 있는 조그마한 스튜디오였고, 주차장도 멀고, 계단으로 올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우리 가족은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사실 사진 스튜디오에 도착하기 전부터 여러 가지 상황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올케가 부른 콜택시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할매가 한 번씩 사용하시는 앉을 수도 있는 걸음 보조기를 휴대해야 했는데 여러 가지 상황에 아빠의 짜증은 극에 달했고, 결국은 엄마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나중에 아빠에게 고함 좀 지르지 말지.... 딸내미 심장 떨리구로...라고 얘기하자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을 하긴 했다.) 아빠의 고함소리에 엄마는 할머니의 걸음보조기를 냅다 집어던졌고, 다행히 아빠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 아빠가 보면 상황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그럼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지 않겠다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나는 얼른 상황을 정리했다.

스튜디오에 도착한 뒤, 가족 전체 사진과 가족별로, 여러 가지 구성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진관 아저씨의 말에 나는 가족 전체 사진과 할매와 둘이 찍은 사진이면 된다고 했다. (아빠와 엄마는 서운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우리 할매가 일 순위였고, 할머니와 둘 만의 사진을 찍고 싶은 게 원래의 목적이기도 했기 때문에 원래의 나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강력하게 나의 주장을 이야기했다.)


할매와 둘이서 찍은 사진!! 액자는 추석연휴 뒤에야 완성된다는 말에 나는 가족사진과 할매와 둘이서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일본으로 들고 왔다. 할매는 내가 귀국하기 전까지 그 두 장의 사진을 몇 번이나 가져와서 보자고 했다. 내심 좋았던 모양이다. 나는 이번 귀국 때 할매와의 셀카도 몇 장 찍었는데 어플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은 적이 없는 할매는 싫다고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내가 사진을 찍을 때면 나를 쳐다보고는 내 표정을 따라 하기도 했다!

"아이고야, 내는 이런 거 찍기 싫다"면서도 내심 신기해서 포즈도 취해주는 우리 할매

이번방문에서는 셀카도 찍고, 할매의 걷기 운동하는 모습과 식사하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찍고 , 할매의 음성도 틈틈이 녹음했다. 그래도 할매가 돌아가시기 전에 조금이나마 지금의 모습을 간직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일찍 더 살갑게 대할걸...... 후회가 가득한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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