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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Oct 06. 2024

일본으로 돌아옴과 우울증

나는 괜찮아질 수 있을까?

약 보름간의 한국 본가에서의 생활이 끝나고 나는 일본으로 돌아왔다. 내가 돌아오기 며칠 전부터 우리 할매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니 며칠 있으믄 또 가노?"를 반복적으로 묻기도 했고, "니 가믄 내는 우야노.. 내 편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런 할매 옆에 앉아있으면 계속 "아빠 옆에 가서 얘기해라~ 여기 있지 말고~"라고 얘기했고, 나는 "왜 자꾸 아빠한테 가라 하는데? 싫다~ 나는 할매랑 있을 건데... 할매가 제일 좋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그라믄~ 내가 니를 우째 키웠는데~?? 그래도 아빠 옆에 가서 자꾸 얘기하고 해라~"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할매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아빠와이 사이가 멀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나는 본가에 있는 보름동안,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냈다. 혹시나 아빠가 또 술을 마시고 예전처럼 난폭해지면 어떡하지? 먼가 가족들 간에 다툼(대부분은 할매와 아빠, 아빠와 엄마)이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어떻게 해서든 밝은 모습만 보이려고 했다. 할매를 두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대한 미안함과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불안한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매일매일 웃으면서 보냈다. 그렇게 일본으로 돌아오고 운동도 가고, 잠도 잘 자고, 병원에서 가서 상담을 할 때도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전 몇 번 본가에 다녀온 뒤에는 감정기복이 심하게 나타나서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를 생각했지만  나는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도 3-4일 정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 지냈다. 


나의 우울감과 무기력함은 일본으로 돌아온 지 5일째 되는 날 드디어 드러났다. 운동은커녕, 침대에서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었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지난주까지 생활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의 우울함과 무기력감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도..... 그들로부터 돌아오는 말은 늘 같다..."네가 나을 의지가 없는 거 아니가?", "언제까지 그렇게 약에 의존하고 힘들다는 얘기만 할 건데...", "니만 힘든 거 아니다.. 다 힘들다. 니가 나아지려고 노력을 좀 해봐라... ", "자꾸 그런 얘기 듣는 것도 지친다..."


정말로 내 의지는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다른 사람들도 힘든데 내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앞세워 힘들다고 투정만 한 건 아닐까? 내 머릿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고, 그럴수록 내 몸은 침대 속으로 더더욱 들어가고 있다. 지난주부터 나는 다시 조금씩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 이외에는 최소한의 생활만 하고, 거의 내 생활은 다시 침대생활로 돌아갔고, 침대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다가를 반복하는 중이다.


나 정말 괜찮아 질 수 있을까?  또다시 내가 제일 편해지는 방법은 죽는 것뿐이라는 나쁜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한다. 일단은 할머니가 살아계실 동안은 살아내자! 그 이후는 그때가 되면 다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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