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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Oct 19. 2024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집, 병원, 운동의 반복생활

요즘 매일 내가 하는 생각은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이다!

나이가 40이 되도록 저축도 없어서, 휴직 중인 지금은 친구들이 빌려준 돈과 회사에서(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정부에서) 주는 상병수당/傷病手当(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휴직을 한 경우 지급되는 휴직급여? 비슷한 제도)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다. 휴직한 지 벌써 4개월이 되었지만 상병수당을 받은 건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 달간의 수당뿐이다.

휴직을 결정하기 전에 회사 선배로부터 들은 정보로는 한 달간의 통원증명서와 기타 서류를 제출하면 월급날 받을 수 있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처음 신청을 하고 심사를 거쳐 첫 지급이 되는 것은 빨라야 두 달 뒤여야 했다. 그것도 두 달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달 뒤부터 한 달 치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수입이 없는 상황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민세 등 세금은 지불해야 하는 상황....(거의 한 달에 10만 엔은 지불해야 한다.) 거기에 생활비 및 병원비까지.....

돈이 없는 자는 아파도 쉴 수가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사정을 알고 있는 지인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생활을 하는 중이다. 그래서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외출을 하는 건 병원과 운동... (운동도 사치라고 생각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극구 운동만큼은 계속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지속해서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운동도 우울증 증상이 심한 날은 갈 수 없어서 적어도 주 3회는 가자고 다짐을 하고 주 3회는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약 15년 동안 회사생활을 했건만 왜 저축도 못하고 생활했을까? 명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3만 원이 넘어가는 옷을 하나 살 때면 몇 번이나 고민을 한다. 도대체 왜일까? 작년에 할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지시고 본가를 몇 번이나 갔다 왔었고, 그때마다 가족들은 필요한 것들을 사 와 달라고 말했었다. 정작 난 그들로부터 김 한 장, 김치 한 포기 받아 본 적이 없다. 거기에다 할머니 간병에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300만 원, 할머니가 하루라도 편하게 계셨으면 하는 바람에 사드린 가정용 환자 침대 450만 원........ 할머니를 위해 쓴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히려 더 많이 해드리지 못해서, 옆에 있어드리지 못하는 미안함이 더 크다...

이제야 나는 알았다. 조금만 이기적으로 살걸... 조금만 더 내 것을 챙겨둘걸...

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휴직 중이니까 여행이라도 다녀와~", "바람이라도 쐬러 가~"라고 이야기한다.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사치를 누릴 수가 없다.

그러다 갑자기 든 생각!!   "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

며칠 전 병원에 갔을 때 주치의 선생님께 복직에 대해 상의를 했었다. 선생님의 답변은 <지금 상태로 복직은 무리>였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일단은 11월 중순까지의 상태를 보고 복직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언제까지 그렇게 우울감에 빠져있을 건지, 약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나을 의지는 있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말들을 한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면 내 의지가 너무 약한 것은 아닌지, 우울증이라는 병을 앞세우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정말 내 의지가 부족한 걸까?? 오늘 하루도 그런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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