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첫 출근날이라 다행이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쉬는 오늘! 일요일! 나는 6월 중순 휴직을 한 뒤 복직신청을 하고 오늘 드디어 복직 후 첫 출근을 했다. 회사의 배려로 근무시간은 10시부터 17시까지(점심시간 1시간 포함)! 출퇴근 시간대의 덴샤에 타는 것을 힘들어하는 나를 위한 회사의 아~주 친절한 배려다. 휴직하기 전에도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출퇴근시간을 피한 시간대를 근무시간으로 하고, 출근이 힘든 날은 재택근무까지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런데 난 이러한 배려들이 마냥 고맙지만은 않았다. 남들이 일하고 있을 때 출근하고, 다들 일이 안 끝나 야근을 해야 할 때 퇴근하고, 재택근무를 하면 전화응대나, 세관대응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온전히 통관업무만 진행할 수 있으니까 출근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것들은 오히려 나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었다.
이번에 복직을 결정할 때에도 처음부터 시간단축이 아니라 풀타임으로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근무하고, 재택근무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휴직기간 동안 쉬었다 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나를 볼지, 쉬고 왔는데 아직도 저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어제 결국은 힘든 마음에 급하게 상담을 잡고, 상담을 했다. 상담 선생님의 답변은 아주 명확했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일한 만큼 돈을 받아가는 거고, 하나 씨는 하나 씨가 일한 만큼 월급을 받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야단치기보단 출근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세요. 꼭 말로 내뱉으면서 한쪽 팔로 어깨나 머리를 토닥토닥해 주면서요..] 그랬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점심값을 조금 아껴볼까 해서 어젯밤 밥을 짓고, 냉동실에 있던 밀키트 하나를 집어 들어서 오랜만에 집에서 음식을 했다. 밀키트라 음식이라고 하기까진 좀 그렇지만 휴직을 한 뒤로 집에서 뭔가 음식을 만들어서 먹은 적이 거의 없었다. 음식 냄새가 집안에 퍼지자 오랜만에 사람 사는 집 같다는 생각을 했다.
휴직 때 집에 있으면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잔은 꼭 에스프레소를 내려서 마셨다. 출근을 하니 쉬는 날이 아니면 낮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없으니, 아침에 출근 전 한잔 마시고, 한잔은 텀블러에 따뜻한 물과 함께 담아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가방 속으로 넣었다.
복직 후 첫 출근은 나쁘지 않았다. 일요일이라 출근하는 사람이 소수였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같은 팀분들도 다들 반갑게 맞아주셨고, 오랜만에 작성하는 수입통관서류들도... 그래도 긴장은 했던 탓인지 살짝의 몸살기운이 있어서 퇴근하자마자 반신욕 물을 받고, 물이 받아지는 동안 청소와 도시락을 씻어놓고, 반신욕을 했다. 오랜만에 하는 반신욕이었다. 반신욕을 하고, 내일 점심 도시락도 미리 싸놓고, 저녁도 야무지게 먹고, 허브티 한 잔을 마시며 "오늘 하루 고생했어~"라고 나 자신을 토닥토닥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뒤집히는 나의 감정이라 또 금방 나를 야단치고 무기력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