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공포감, 지금은 조금 귀찮은...?
지난 본가 방문 후 매일 꼭 한 번씩 아빠로부터 카톡이 온다. 별다른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글이라던가, 영상만 틱 하나 보낸다. 지난 본가 방문 전에도 한번씩 카톡을 받긴 했지만 그때는 아빠의 카톡이 나에게는 무서움을 넘어 공포감을 가져왔었다. 아빠가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거나, 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는 건 늘 아빠가 술에 잔뜩 취한 날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아빠에게서 사랑한다는 카톡이 오면 사랑은 무슨... 사랑한다는 자식 한데 죽으라고 말하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아빠의 카톡을 받고도 읽지 않거나, 읽고 나서도 어떤 반응도 하지 않거나... 아빠의 카톡이 오는 날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함, 두려움, 무기력함 등을 느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것이다. 상담 선생님도 너무 그 카톡에 의미를 두지 말고, 받아들이기 힘들면 읽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하셨다.
아빠가 스마트폰을 시작한 건 조카가 태어난 후부터.. 그전에는 아빠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엄마에게서 카톡으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엄마가 나에게 연락을 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술에 취한 아빠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전화를 받지 않고 며칠이 지난 후에야 내가 전화를 하고는 했다.
요즘은 매일 다른 말 없이 좋은 글이나 영상 하나만 틱하나 보내놓는 아빠의 카톡에 하트라던지 아빠도 좋은 하루 보내라는 한마디 정도는 남긴다. 한 번은 아빠와 전화 통화를 할 때 아빠가 나에게 말할 적이 있다. "내가 왜 맨날 그런 거 보내는지 아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좋은 생각만 하고, 좋은 글들을 많이 봐야 된단다."
나는 나한테만 보내는 줄 알았는데 어느 하루, 갑자기 모르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단체방으로 카톡이 왔다. 알고 보니 단체방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한 번에 여러 사람에게 보내고 싶었나 보다.. ㅋㅋ 그래서 아빠에게 잘못된 것 같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제야 알고선 한 명 한 명한테 카톡으로 단체방 나가 달라고 보냈단다.. ㅋㅋ 아이고 아부지.... 지금은 아빠의 카톡이 무섭다기보다는 조금 귀찮은....??
이거... 관계가 조금 진전된 거 맞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