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어려움, 타인의 나에 대한 생각이 내 삶의 가치는 아니다.
12월 1일 자로 복직을 하고 18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복직을 결심했을 때 더 이상은 결근이나, 조퇴를 하지 않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었다. 그 다짐은 2주일이 지나면서 무너졌다. 코로나에 걸렸을 때처럼 온몸이 아파서 밤새 잠을 자지 못했고, 결국은 회사에 연락을 하고 하루를 쉬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가 아마도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착한 아이,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능력 있는 아이가 아니면 미움받지 않을까, 버려지지 않을까 주변의 눈치를 봤던 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습"이 되어버렸다. 가족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미움받지 않을까,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를 늘 생각하며 행동한다. 머릿속에서는 알고 있다.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싫어하듯이 어느 누군가도 나를 미워하거나 싫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복직을 하면서 주변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몸에 배어버린 "눈치 보는 습"은 생각과는 달랐나 보다. 그게 몸의 반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금방 몸으로 반응이 나타난다.
늘 내가 힘들 때 상담을 해주던 선배가 다른 선배에게 "하나 씨 귀찮아. 언제까지 저럴 건지..."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보이는 다정한 배려도 저게 정말 진심인지 의심부터 하게 되었다. 복직 후 그 선배와는 상당히 어색한 관계가 되었다.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인사만 아주 어색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그 선배 외의 다른 사람들과도 정말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면 하지 않게 되었고,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도 더 이상 힘들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병원에 가서도, 심리상담을 할 때도 다들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 사람들의 것이지, 하나 씨의 감정이 아니에요. 그런 미움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고요."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타인의 감정 & 판단 = 내 감정 & 내 가치"가 되어버린다.
얼마 전 병원에서 상담할 때 나에게 "하나 씨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라는 질문에 나는 "없어요..."라고 대답했었다. 그때 상담선생님은 잠시 당황한 듯한 반응을 보였고, 상담선생님과의 이야기가 끝나고 진찰실로 들어가서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선생님이 혼잣말로 '피해망상'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피해망상??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이어서 피해망상? 그래.. 어쩌면 피해망상일지도 모른다. 그 뒤로 또다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결국은 내가 죽는 것밖에 방법이 없나?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꼬리를 물던 생각이 결론은... "힘들겠지만 조금씩 지금까지의 나를 놓아보자. 일단은 나 자신부터 생각하고, 나 자신을 위해서 작은 것부터 해보자"였다. 일단은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보자.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조금 여유가 있으면 운동도 하고..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그럼 삼일 뒤에 다시 다짐해 보자 그러면 3일이 6일이 되고, 또 9일이 되고, 그러다 보면 조금씩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