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전원(転院)과 첫 상담
다니던 병원에서 소개서를 받아 회사 선배가 소개해 준 병원으로 바꾼 후, 첫 진료는 상담이 없이 진찰과 심리 검사(바움 테스트, 우울증 테스트 자가진단 CES-D 검사)를 했고, 두 번째 진료할 때도 일단은 상담 없이 처음 방문했을 때 했던 심리검사의 결과를 들었다.
<바움테스트(나무그림 그리기)의 결과>
커뮤니케이션스킬이 비교적 높고,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에 능숙한 경향이 있다고 보이지만, 상대편의 반응에 민감해서 스트레스로 느끼는 가능성이 있다. 현재 피로감과 의존하는 경향이 있으며, 스트레스는 속에 담아두기 쉽다고 보인다. 폭발하기 전에 되도록 조금은 풀어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울증 테스트 자가진단 CES-D검사결과 46점 /60점>
중도우울증 상태라고 판단된다. 치료를 포함해 어떠한 대처가 빨리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전에 다니던 병원에서는 이런 검사를 한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내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검사 결과...
아.. 나 이런 상태였구나... 그동안 몇 번이나 블랙아웃 현상도 겪었고, 잠결에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지면서 안면을 부딪혀 앞니 두 개가 금이 간 적도 있었다. 그런 상황을 이전 병원 선생님한테 이야기해도 왜인지 모르게 약이 더 늘어날 뿐이었다.
병원을 바꾸고 두 번째 방문 했을 때 선생님께 이러한 상태들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약이 중복으로 너무 많이 처방이 되어있다고 하시며, 자기 전 먹는 약 중 두 알을 일단 줄이자고 하셨다. 일단 두 알을 줄인다고 상태가 나빠진다거나 더 불안해지 거나한 일은 없으니 걱정 말라는 말씀과 함께 혹시라도 다음 진료일 전에 힘들거나 하면 그 사이 언제라고 내원을 해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무기력함이 약의 영향일 수도 있다고도 하셨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약을 줄여도 괜찮을까??
그런데 중간에 한번 깨긴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그래서인지 출근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그렇게 일주일정도 지나고, 병원을 소개해 준 선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더니 얼굴이 훨씬 좋아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틀 전 두 번째 진료와 상담이 있었다. 진료 전 20분 동안의 상담이 있었는데, 첫 상담이라 처음 병원을 가게 된 계기부터, 작년에 입원을 했던 일, 병원을 이곳으로 바꾸게 된 계기 등 이야기하는데 상담선생님이 즉각 즉각 반응해 주시며, 공감도 해주시고, 그 많은 일들을 다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셨다. 왜인지 모르게 그 이야기들을 하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상담선생님은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다며, 그래도 이렇게 살아주어서 고맙고 지금까지 노력한 자신은 대단한 거라고, 칭찬해 주라고 하셨다. 진짜 엉엉 울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상담실에서 나왔다. 그러고 나서 진찰을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약을 줄이고 어땠냐고 하셨고,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웃으시며 다행이라고 얼굴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좋아 보이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매일 식후에 먹는 약도 매번 꼭 먹을 필요는 없으니까 하루에 한 번은 안 먹어 본다던지 쉬는 날은 한 번만 먹어본다던지 해보라고 하셨다. 우울증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아질 때도 있으니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에 따라 약을 조절해 보라고 하셨다. 단, 하루에 처방된 용량 내에서!
어제 아빠와 통화하는데 아빠가 무슨 좋은 일 있냐며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좋아 보인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 건가....??? 요 근래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출근도 잘하고, 운동도 다니고 나름 컨디션은 좋은 듯하다.
(転院)(転院)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