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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아사쿠사 축제(祭り)

요시하라와 오이란

by 이하나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지인분과 약속을 잡고 아사쿠사로 향했다. 집을 나서니 벌써부터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직 추운데... 한국보다는 아니지만... 아직은 바람도 꽤 불고 아침저녁의 기온차도 심한 편인데 벚꽃은 꿋꿋이 개화를 하고 있었다.(솔직이 벚꽃인지 매화꽃인지는 모르겠다.....)

벚꽃 (1).jpeg 집 앞 아파트 단지에 핀 벚꽃? 매화꽃? 어느 쪽이든 이쁘다....

오늘 만남의 장소를 아사쿠사로 정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2025년 1월부터 시작한 대하드라마(べらぼう/베라보)의 주무대가 되는 곳이 아사쿠사 센소지의 북쪽에 위치한 吉原(요시하라)이기 때문이다. 요시하라는 에도(동경)의 유명한 유곽으로 매춘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유곽에서 일하던 유녀들 중에서 최상위 계급인 유녀를 오이란이라고 하는데, 고객보다도 상좌에 앉을 만큼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대하드라마는 이들이 생활하는 지역에서 이루어진 출판업자였던 츠타야 쥬자부로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이다. 오이란이 곱게 단장을 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을 花魁道中(오이란도중)라고 하는데 드라마 상영을 기념으로 개최된다는 것을 알고 오늘은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방문했다.

아사쿠사 오이란마츠리1.jpeg 저렇게 높은 게타를 신고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걸을 수 있다니... 대단하다..
아사쿠사 오이란마츠리2.jpeg 실제로 오이란에게는 경호해 주는 사람이나 도와주는 사람이 늘 함께하고 그들에게 지불되는 임금은 오이란에게서 지불되는 것이라 결국은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겉으로는 저렇게 화려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그 지역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부잣집의 첩으로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미래였다고 한다. 가난으로 인해 부모에게서 팔려온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일본무용이나 악기 같은 것도 배우고, 이들은 이들만의 말투가 있다고 한다.

일본인 지인의 설명을 들으며 보니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둠과 시련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드라마 내용을 쓴 책과 역사적 배경에 관련된 책을 샀다.

오랜만의 외출에 사람도 상당히 많아서 패닉이 올까 봐 미리 약을 먹어두길 잘한 것 같았다. 정말 사람의 뒤통수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운이 좋게도 오이란상이 지나가는 길에 서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컨디션도 기분도 한결 괜찮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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