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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병원과 관계의 변화

조금씩 과거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마주 보자.

by 이하나

솔직히 지금까지 다녔던 병원은 다니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고나서부터 병원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즈음은 유튜브에서 정신과 선생님들이 영상도 많이 올려주시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처음 이 병원을 갔을 때 심리 검사나 이런 것은 따로 하지 않았었고, 문진표만 작성을 했었다. 원래라면 병원을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 힘들어하는 성격이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다잡고 병원을 바꿔보고 싶다고 했다. 담당 선생님이 처음에는 소개서를 쓰는데 2주 정도 걸리니 2주 뒤에 한 번 더 내원을 하라고 하셨지만 , 나는 당장 다음 주 월요일로 예약을 해놨고, 통원을 하고 있는 병원에 이야기 힘든 분들은 꼭 소개장이 없어도 초진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더니, 그럼 알겠다고 상담을 하는 동안 소개장을 써주겠다고 하셨다. 엥????? 2주나 걸린다더니 바로 써준다고? 거기다 어느 병원으로 가냐고 하셔서 병원명을 말했더니.. 아... 거기?...라고 하더니 입원을 했던 병원을 가는 건 어떠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입원했던 병원은 덴샤를 3번이나 갈아타고 한참을 걸어서 편도 거의 두 시간이 걸리는 곳이라 출퇴근을 하는 덴샤를 타는 것도 힘든 나로서는 무리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2월 10일(월) 새로운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두 분이서 앉아계셨다. 담당 선생님은 나와의 대화에만 집중을 하시고 옆에 계신 분이 컴퓨터로 내용을 기록을 하셨다. 대화를 하는데 소개장에 쓰인 내용과 처방받고 있던 약의 내용이 다른 것을 알고 나는 약수첩(薬手帳/일본에서는 병원에서 처방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약수첩에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스티커로 붙여준다. 그래서 다른 병원을 가거나 시판용 약을 살 때 들고 가서 간이 먹어도 되는 약인지 확인을 받고 처방을 받는다.)을 보여드렸더니, 내용이 꽤 다르다며 약수첩을 복사해도 되겠냐고 하시며, 약을 생각보다 너무 많이 드시네요..라고 말씀하셨다. 갑자기 약을 줄이는 건 좋지 않으니 우리 병원에 계속 다니실 거면 증상을 보면서 조금씩 줄여가자고 하셨고 나는 이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고 했다.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는 꼭 2주에 한번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병원을 가야 했고, 다음 상담료를 미리 지불하고, 혹시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 상담을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 상담료는 되돌려 받을 수도, 다음 회차로 이월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새로운 곳은 상담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병행해서 할 수 있고, 하고 싶을 때 인터넷으로 언제든 진료와 함께 신청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담당 선생님이나 상담 선생님이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되면 병원 내의 다른 선생님으로 변경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새로운 선생님은 내가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많이 힘드셨겠다며 같이 노력해 보자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가 끝나고 나무그림을 그리거나 우울증 척도 검사지를 작성했다. 검사 결과는 다음 내원 시 의사 선생님이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거기다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과 주말 모두 진료를 하는 병원이라 언제든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편했다.


거기다 요즘은 아빠와도 자주 연락을 하는 편이다. 병원을 바꾼다고 했더니 그걸 기억하고는 병원 갔더니 뭐라고 하드노? 라며 카톡이 왔었다. 그리고 노래도 슬픈 거 이런 거 듣지 말고 즐겁고 신나는 거 듣고...라는 잔소리도 늘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과거의 일에 묶여서 담을 쌓고 또 쌓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도 그 벽이 완전하게 허물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있을 미래를 마주 보려고 한다. 그게 쉽게 되지도, 다시 동굴을 파고 그 속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그럼 또다시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가보자. 지나간 과거는 바뀌지 않으니까... 하지만 현재와 미래는 바뀔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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