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느껴지는 여름냄새
일본에서는 봄이 가까워지면 많은 사람이 화분증( 花粉症 / 꽃가루 알레르기)으로 고생을 한다. 스기(삼나무)와 히노키(편백나무)에서 날리는 꽃가루가 주요 원인인데, 나도 재작년부터 이 화분증으로 봄이 온 것을 확인한다. 눈이 가렵고, 눈물도 나고, 줄줄 흐르는 콧물에 재채기, 두통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도 지금은 사람들이 코로나를 이전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괜찮지만, 코로나가 한참일 때는 덴샤에서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훌쩍이는 것이 얼마나 눈치 보이던지....
그래서 꽃구경을 가려면 화분증 약을 먹고 마스크를 하고 단단히 무장을 하고 가야 한다. 특히 올해는 벚꽃구경은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비가 자주 와서인지 꽃잎도 금방 떨어졌다. 아침저녁으로는 아직 기온이 낮아지기는 하지만 낮에는 반팔로 다니는 사람도 보이기 시작했고, 나무들도 푸릇푸릇하게 제법 여름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회사 앞에 있는 아주 큰 나무다. 퇴근하다 우연히 쳐다본 나무는 파릇파릇하고 하늘도 파랗다.
여름이 되면 습도가 높아지는 일본에서는 그 특유의 여름 냄새가 있다. 약간 눅눅하면서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름 냄새... 그 냄새가 벌써 코앞에 다가온 것 같다.
일본의 여름은 몇 년을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회사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그 얘기를 했더니 평생 산 자기들도 익숙해지지 않는단다... ㅋㅋ 일본의 여름은 습식사우나, 한국의 여름은 건식사우나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날씨가 좋아서 밖에 빨래를 널어도 높은 습도로 인해 빨래가 제대로 건조되지 않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방 안에서 빨래를 널고 에어컨을 제습으로 해놓는다. 이제 겨우 5월이 시작되는데 지금부터 여름 냄새가 나니 올여름은 또 얼마나 길어질지....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회사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제대로 여름이 찾아오기 전에 체력을 조금 길러야겠다..... 컨디션이 다운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