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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아주 그냥 종합병원이네...

이 덩치에 빈혈이라고? 하다 하다 이젠 별게 다 문제네....

by 이하나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은 2주에 한 번 방문을 한다. 상담을 하고 싶으면 다음 진료 예약을 할 때 같이 예약을 하면 되는데 요즘 나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어서 상담은 별도로 예약을 하고 있지 않다. 이 병원에서는 3개월에 한 번 혈액검사를 한다. 약의 부작용으로 간이나 다른 곳에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번 진료를 하러 갔을 때 채혈을 했고, 이번 진료 때 결과를 들었다.


결과는 적혈구수, 혈색소 수치, 헤마토크리트 수치, MCH 수치 등이 정상범위보다 낮게 나왔고, 중성지방 수치나 LCL콜레스테롤 수치, 혈소판 수치는 정상범위보다 높게 나왔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빈혈증세가 있는 것 같으니 내과에 가서 철분제를 처방받으라고 하셨다. 빈혈이요....? 제가요????

가끔 휘청할 정도로 어지럽기도 하고, 호흡이 짧아져서 과호흡으로 이어질 때도 있긴 하지만 이 덩치의 제가 빈혈이요??? 나는 최근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갱신하고 있다. 살이 좀 쪄도 건강한 게 우선이라고 늘 얘기해 주던 우리 할매가 며칠 전 영상통화를 했을 때 "와 그렇게 살이 쪘노~?" 라는 한마디에 금이 가 있던 마음이 파사삭 부서졌다...


식도와 대장에는 혹이 있어서 매년 더 커지지 않는지, 다른 곳에 더 생기지 않았는지 추적검사를 해야 하고, 역류성 식도염에, 오른쪽 무릎은 선천성으로 관절사이의 연골이 얇아서 생기는 통증으로 2주에 한 번 주사를 맞고 있고, 허리 디스크 초기에, 기압성 두통, 우울증&불안장애에, 이번엔 빈혈이란다... 아이고.. 차라리 병원을 하나 차리는 게 낮지 않을까 싶다...


이번 진료 때 항우울제가 한 알 더 늘었다. 계속 기분이 다운되고, 뜬금없이 눈물이 난다던지, 정말 느닷없이 자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선생님께 제가 나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나을 수 있다고, 같이 노력해 보자고 하셨다. 예약한 날 병원에 꼬박꼬박 와주고, 약을 제때 챙겨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오늘은 출근은 했지만 결국은 반차를 쓰고 왔다. 올해 나에게 부여된 연차는 5일... 지난해 휴직으로 인해 근로일수 80% 이상을 달성하지 못해서 법적으로 최소한 부여되는 연차 5일만 부여된 것이다... ( 회사 규정상 3월 19일부터 다음 해 3월 18일까지를 1년으로 보고 연차가 부여된다.) 그런 귀중한 연차를 벌써 0.5일 사용해 버렸다.


연차를 다 사용하고 나면 무급 병결처리가 된다. 연차도 연차이지만 쉬거나 조퇴가 잦은 직원을 좋게 보는 회사가 과연 있을까? 예전에 아는 분이 내 사정을 듣고는 "하나 씨 같은 직원 있으면 회사도 골치 아프겠다"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그분은 나쁜 의도로 나에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란 건 아는데 그 한마디는 줄곧 내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다. 회사에도 팀원들에게도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지만 결국 쉬거나 조퇴를 하는 내가 참 밉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취업을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만 조금 더 참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오늘따라 유독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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