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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音(혼네)와 建前(타테마에)

주변사람들에게 本音를 말하는 건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by 이하나

일본에는 本音(혼네)와 建前(타테마에)라는 말이 있다.

本音(혼네)는 진심, 내면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고, 建前(타테마에)는 겉모습, 표면적인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本音(혼네)를 잘 들어내지 않고, 대화를 할 때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돌려서 말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이 상대방을 향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요즘 회사에서 정말 사람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내가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실수를 하면 팀 내 전원에게 누군가가 단체 메일을 보낸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주의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아니면 당사자가 없을 때 그 사람에 대한 불평, 불만을 이야기하다가도 그 사람 앞에서는 웃으면서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대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회사에서는 말 한마디 하기가, 혹시나 업무상 실수를 하진 않았는지 걱정과 함께 뭔가 모를 부담감이 느껴진다.


이번 달부터 업무시간을 6시간에서 7시간으로 1시간 늘리기 전에 같은 팀 여자 선배에게 살짝 물었다. 혹시 나의 업무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선배는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그 말을 100% 신뢰하지 못하는 건 나의 피해망상인 걸까? 누군가가 나에 대해 좋게 이야기해도 나는 그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꽤 오래전부터 인 것 같다...


휴직을 하기 전 꽤나 친했던 선배 한명와의 관계가 갑자기 틀어지면서부터인 것 같다. 나는 원래 나의 사정이나 감정에 대해 타인에게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었다. 화도 잘 내지 않고 늘 웃고 다녀서 회사 선배 중 한 명은 내가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을 때도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꽤나 친했던 그 선배는 집도 걸어서 5분 거리에 살아서 퇴근할 때 같이 걸어서 퇴근을 하기도 했고, 이래저래 힘든 일들이 있으면 상담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선배와 지금은 기본적인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더군다나 그 선배가 내가 일하는 지점의 매니저가 되면서, 근무평가도 그 선배가 하게 되었는데, 복직을 하게 되었을 때, 상반기는 휴직으로 인해 근무평가가 되지 않으니 하반기에 120% 이상의 성과를 내지 않으면 근무평가를 해줄 수가 없다고 했었다. 물론 매니저의 입장으로서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말이 왜 그리 서운한지...


처음에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잘 들어주고 공감해 준다. 하지만 듣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칠 수밖에 없다. 정작 본인도 치지고 있으니... 그래서 나는 요즘 회사에서 本音(혼네)보다는 建前(타테마에)로 사람들을 대한다. 회사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또다시 진심을 이야기하기 힘들어졌다. 얼마 전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요즘 아빠가 우울증 같다.... "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또 다른 나를 탓하게 된다.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해서... 우울하다고 이야기해서 그 감정이 옮아간 것이 아닌가 해서...


하지만 계속 建前(타테마에)로 살다가는 내 속이 시커멓게 타버릴 것 같아서 유일한 창구로 브런치에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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