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왜 이러지???
병원을 다른 곳으로 바꾸고, 먹는 약의 양도 줄어가면서 괜찮아지고 있는 줄 알았다.
지난 한 달 동안 컨디션 난조로 인해 3일 결근을 했었다. 그중 2일은 감기로 인해 열이 올라 3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서였고,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인한 결근은 하루였다. 조퇴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씩 잔업도 했었다. 그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아빠와의 대화가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아빠로 인한 트라우마가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빠와의 관계도 아주 조금이지만 개선이 되면서 이제 많이 괜찮아졌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한 달 전부터였을까?? 문득문득 자해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지독하게도 조용하고 깜깜한 밤이 되면 더 그런 충동이 강해졌다. 손목을 긋고 싶다는 생각... 아직까지는 꾹 꾹 참아내고 있다. 자해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너무 강하게 들 때는 자다가 일어나 30분 정도 실내자전거를 정신없이 타고 샤워를 한 뒤 뻗어서 자기도 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아무런 이유 없이 느닷없이 눈물이 나려고 한다던지, 쉬는 날이면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약만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잔다. 운동도 안 간 지 오래되었다.
출근하는 날이면 출근하기 전부터 목이랑 가슴이 무언가로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호흡하기도 힘들어진다. 아직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 준다. 그래서 딱히 업무적으로 부담감을 느낀다거나 그런 건 없다. 오히려 출근을 하고 일에 집중하다 보면 그런 답답함도 사라진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날은 정말 사담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는 날도 있었으니.. 하지만 업무를 소화해 내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서, 이번 달부터는 6시간 근무부터 7시간 근무로 근무시간도 1시간 연장을 하게 되었다.
왜 이런 걸까??? 정말 오랫동안 생각을 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문제가 되고 있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이유.... 40이 넘은 나이에 모아놓은 돈은 제로, 휴직기간 동안 생활하는데 친구들로부터 빌린 돈, 그리고 현금이 없어서 카드를 쓰다 보니 매달 나오는 카드값, 단축근무로 인해 확 줄어든 소득..... 지난달 내 통장에 입금된 돈은 10만 엔이었다. 공과금과 고정적인 지출을 제외하고 카드값을 내고 나면 내 손에 남는 건 없다. 근무시간을 늘린 것도 솔직히 말하면 지금 내 상태로는 무리인 걸 알지만 조금이나마 더 벌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거기다 작년에 출근일 수가 법정 근로기준의 80% 이상이 되지 않아서 올해는 연차가 부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공휴일 외에는 쉴 수 없다는 부담감도 한몫하는 것 같다. 그중 가장 마음이 불편한 건 친구들에게 빌린 돈... 뭔가 하나를 사더라도 빚이 있는 내가 이걸 사도 되나...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은 전혀 부담 가지지 말라고, 일단 건강해지자고 얘기해 준다. 하지만 그 빚이 내 마음을 가장 짓누르고 있다.
거의 13년 넘게 일을 했다. 명품이나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남은 건 친구들에게 진 빚과 하루에 한 움큼씩 넘기는 안정제와 항우울제 약... 지금은 일단 친구들에게 진 빚을 갚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며칠 전 병원에서 이러한 상황들을 얘기했더니 항우울제 약이 한 알 늘었다. 자기 전에 먹는 약이 한 알 늘어난 것이다. 그것 때문인지 몸이 쳐지고 아침에도 일어나기 힘들다.
오늘도 안개로 가득 찬 어둠 속에 있는 것 같다.
머릿속을 비집고 나오는 나쁜 생각을 꾹 꾹 눌러 담고, 일찍 자야겠다...
나.... 진짜 정말로 괜찮아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