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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Aug 30. 2024

타국에서의 정신병원 입원기(3)

두 번의 자살 시도로 인한 입원 2일 차~3일 차

* 6월 15일(토) 입원 2일 차 *

병원생활 2일 차, 일주일 중 4일만 샤워&목욕이 되는 날 중 하루라 목욕탕 사용시간을 아침부터 기다렸다.

매주 화요일, 금요일은 입욕이 가능한 날이라, 병실 순으로 사용이 가능해서 차례를 기다려야 하고 수요일, 토요일은 샤워만 가능한 날이라 14시부터 15시 30분 사이라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고 한참 더워지는 날씨에 샤워를 매일 못하고 머리도 매일 감지 못하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제한적인 행동반경(병동 밖으로는 출입불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정(식사, 목욕, 작업치료 등), 솔직히 이런 환경과 하루종일 혼잣말을 하거나 병동내부를 뛰어다니는 등 여러 형태의 사람들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나도 저렇게 되지 않을까 라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드는 하루였다.

하지만 그런 반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출근, 집안일 등)이 없어서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면도 있었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고, 주치의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매점에 갈 수도 없어서 필요한 물품은 매일 오전 10시까지 간호사실에 비치된 종이에 적어놓고 돈을 지불하면 간호조무사 분들이 구매를 해서 가져다주신다. 내일은 연비한테 전화해서 반입이 금지된 물건처리와 입원 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필요한 것들을 좀 부탁해야겠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어서 공중전화를 사용해야 하는 관계로 전화카드와 헤어고무 구입을 요청했다.

매일 몇 잔이나 마시던 커피도 마시지 못해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도 한잔이 간절해지는 하루였다. 그래도 오늘은 MP3를 충전하는 시간 동안 병동 라운지에 나와서 비록 아주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 창문이지만 창문틈 사이로 바깥공기도 쐬어보았다.(휴대용 배터리도 반입이 되지 않아서 간호사실에 보관을 하고 충전을 부탁해야 한다. MP3뿐만이 아니라 애플워치도 충전해야 해서 매번 충전하러 가는 것도 귀찮고 눈치 보였다. 그리고 휴대용 배터리가 방전되면 그것은 병원에서 충전하는 것이 안된다고 해서 연비에게 부탁할 물품 중에는 건전지로 사용하는 휴대용 배터리도 구입을 부탁해야겠다)


* 6월 16일() 입원 3일 차 *

병원생활 3일 차, 간호조무사 분이 구입요청한 전화카드와 헤어고무를 가져다주셔서, 연비에게 전화를 했다. 생각보다 필요한 것도 많고, 더운 날씨에  병원까지 와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반입이 불가능했던 물품을 넣은 캐리어를 보관해 달라고 하는 것도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부탁할 사람이 연비밖에 없다... ㅠㅠ 연비야 미안... ㅠㅠ)  

<연비에게 부탁한 물건>

①건전지 사용하는 휴대용 배터리, ②손목시계(애플워치를 사용할 의미가 없기도 하고 매번 충전을 하러 가기도 싫은 귀차니즘으로 인해), ③티슈( 2개를 들고 오긴 했는데 의외로 많이 사용해서 금방 없어질 것 같아서) 

저녁 식사 후 병동 라운지 자리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지켜보는데 저녁 7시가 지났는데도 아직 날이 밝다. 여름이 되어가는 중인가 보다. 오늘은 이틀 동안 조이는 듯이 괴롭히던 두통도 조금은 가라앉은 것 같고, 식사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것과 씻지 못했다는 점 말고는 조금씩 병원 생활이 적응되는 듯하다.(하루 일과가 먹고, 자고의 반복이라 딱히 하는 것도 없어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자유로운 생활의 소중함을 입원해서야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왜 몰랐을까? 과거의 일을 핑계 삼아 지금의 나를 방치하고 주변환경과 싸울 용기가 없었던 건 아닐까? 버림받기 싫어서, 미움받기 싫어서 , 인정받고 싶어서......  그래야만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지금까지는 세상 누구의 앞에서도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저는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아요..... 할 수 있고 해낼 거예요....라고.....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나날들에 지쳐서 지금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따라 우리 할머니가 해주던 밥이 너무 먹고 싶어 진다.


입원 3일 만에 바깥세상의 자유로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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