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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나 Aug 30. 2024

타국에서의 정신병원 입원기 (2)

두 번의 자살 시도로 인한 입원 1일 차

* 2024년 6월 14일(금) *

생각했던 것보다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이 되었다.

최대한 덤덤해지려고 마음을 다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도쿄 외곽으로 도쿄에 8년째 살면서도 처음으로 가보는 곳이었다.

집에서 출발해서 덴샤를 두 번 갈아탄 뒤, 버스를 타고 병원 근처의 버스 정류소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2-3주간의 병원생활을 위해 준비한 짐은 기내용 크기의 캐리어와 백팩하나.....

덴샤를 두 번 갈아타자 부쩍 더워진 날씨와 구글맵이 있어도 길을 헤매는 길치라는 핑계로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비치는 풍경은 점점 도심에서 멀어져서 인적이 드문 주택가로 접어들었고,

병원에 도착한 나는 소위 "언덕 위의 하얀 집"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통원하던 병원에서는 2-3주간 생활리듬 개선을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원을 하라고 했는데

 "언덕 위의 세 건물"을 눈앞에 둔 나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물 안은 다르겠지...라는 나름의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입원수속과 동시에 체온체크를 했는데 날씨가 더워서인지 체온이 무려 38도!!!

병원 담당자도 나도 순간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고 날씨 때문이라며 잠시 냉방이 되는 곳에서 대기 후

다시 체온을 재자고 했고 10분 뒤 다시 잰 체온은 37.8도!!!

입원하러 와서 코로나 검사를 하게 될 줄이야.... 코로나 검사 후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은 후에야

주치의 선생님과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면담을 하면서 자살을 하고 싶다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음을 사실대로 얘기했고

몇 장의 서류에 사인을 했다. 사인을 할 당시에는 긴장을 한 탓인지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때 서류에 사인을 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입원 생활은 조금 달라졌을까??


모든 입원수속이 끝나자 내가 지내게 될 병동의 간호사 분이 로비로 마중을 나오셨다. 그분을 따라 병동으로 향했고,

나는 그곳에 도착해서야 폐쇄병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폐쇄병동????!!!!!!! 내가 왜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거지?? 순간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병동에 도착한 시간대가 마침 점심시간이라 나는 간호사실 안쪽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고, 우선은 점심을 제공받았다.

점심을 먹은 후 가져온 짐을 체크하고 속옷부터 겉옷까지 전부 병원에서 제공되는 것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사전에 전화통화로 입원 시 필요한 물품에 대해 전해 들었는데 처음 한 달간은 모든 것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것을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은 옷을 다 갈아입고 가져온 물건을 검사했는데 가져간 물건들 중 캐리어를 포함해 반입이 되지 않는 물품이 반 이상이었다.

핸드폰사용이 입원기한 동안 제한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책과 MP3도 제한이 있다는 말에 또다시 당황.....

책은 3권까지, MP3는 주치의 선생님의 허가하에 반입이 허용되었다.

(요즘 세상에 MP3라니.... 혹시나 몰라 입원 전날 급하게 구매하긴 했지만, 요즘 세상에 MP3를 판먜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모든 짐 검사를 끝내고 병동생활에 대한 간단한 안내를 듣고 반입이 되지 않는 물품은 전부 캐리어에 넣고

나중에 연비에게 연락해서 가지러 와달라고 부탁들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 사용금지, 휴대용 배터리는 간호사실 보관에 충전이 필요하면 간호사실에 부탁을 해야 했다.

휴대용 배터리 전원이 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간호사는 친구분이나 면회 오실 분에게 건전지로 충전할 수 있는

휴대용 배터리 구입을 요청해라고 했다. 병원에서 그것까지는 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반입이 되는 물품을 들고 내가 향한 곳은 8명이 생활하는 다인실... 3-4인실은 추가 요금이 필요하고 당장은 준비가 어렵다고 했다.

8인실에 쭈뼛쭈뼛 들어서서 짐을 정리하고  나는 말없이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무서웠다.... 혼잣말을 중얼중얼하는 할머니와, 다중인격인듯한 사람, 창밖만 바라보며 계속 울고 있는 사람......

나 여기서 지내는 거야?????  무섭고 두려운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당황스러운 입원 1일 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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