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와 "폭싹 속았수다" 라는 방송을 보고 난 후
요즘 매주 빼먹지 않고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아빠하고 나하고>라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미 종영이 됐지만 몇 번이나 돌려봐도 볼 때마다 울고 마는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이다. 나는 나만 불행하고, 우리 집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화목한 가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요즘엔 이건주 님과 이승연 님, 여경례셰프님 가족들을 보며, 나만 불행한 건 아니구나... 아니 나보다 더 힘든 과거를 보낸 사람들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이승연 님의 낳아주신 어머님과 길러주신 어머니, 그리고 이승연 님이 만나서 식사를 하는 부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엉엉 울고 있었다. 키워주지 못한 미안함을 가진 어머니와 친딸처럼 키워주신 어머니... 특히나 키워주지 못한 미안함을 가진 낳아주신 어머니의 표정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눈에 들어왔다.
아주 어릴 적에는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나를 낳아준 친엄마는 돌아가신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살고 있고, 나중에 나를 만나러 올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어느 정도 철이 들고 나서는 그 엄마에 대한 원망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언젠가 한 번 아빠가 술을 마시고 또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났을 때 엉엉 울면서 우리 할매한테 " 차라리 내 키우지 말고 갖다 버리지, 뭐할라고 내를 키워서 이렇게 살게 하노"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아직도 내 가슴과 목에 콕 박혀있다. 그래서 작년에 본가에 갔을 때 할매한테 이야기했었다. "할매~ 내가 옛날에 내 버리지 왜 키웠냐고 했던 거 기억나나? 그거 내 진심 아니디... 내 이쁘게 이쁘게 키워줘서 진짜 진짜 고맙다."라고...
이승연 님의 친어머님을 보고 우리 엄마도 나를 두고 세상을 등질 때 나에게 저렇게 미안해했을까?? 그렇게나 안아보고 싶었던 나를 한 번도 안아보지도, 젖을 먹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날 때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직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어서 엄마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방송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엄마도 저랬을까? 어쩌면 가장 억울하고 속상한 건 엄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방송을 보면 상당히 자극적이고, 다른 사람을 비하하면서 웃음을 유도하거나 억지로 텐션을 올리려는 듯한 방송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 두 방송은 보면 볼수록 뭔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고 결국은 울고 있는 내가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애순이와 엄마, 애순이와 금명이, 할머니와 애순이.... 이들의 관계가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앞으로도 이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각박해진 세상에 조금이라도 온기가 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