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러지? 나름 감정 컨트롤 잘하는 나인데...
며칠 전 할매와 통화를 하다가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뿌엥~~~~ 하고 엉엉 울어버렸다. 몇 달 전부터 언제 집에 오냐며 기다리는 할매에게 봄이 되면 가겠다고 했는데 그게 할매에게는 6월이었나 보다. 6월에 오는 게 맞는지, 비행기표는 샀는지 계속 물어보는 할매에게 일이 바빠 6월에는 못 간다고 했다. 그러자 푸욱 실망한 할매의 어깨가 내려가는 모습에 울컥... "그래~ 바뿌믄 우야긋노... 그라믄 7월달이나 8월달에 오나~?"라는 질문에 또 한 번 울컥... "응 그때는 갈 수 있게 노력하게~"라는 말에 이미 우리 할매는 내가 8월에 본가에 가는 걸로 생각하고, "그래~ 그때까지 내 밥 잘~ 묵고, 학교(주간보호센터)도 잘~ 댕기고있을 꾸마"라는 대답에 드디어 폭발해서 엉엉 울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엉엉 울자 우리 할매는 당황한 듯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통화를 하면서 운 적도 아프다고 한 적도 없다. < 괜찮다. 내는 너무 잘 지내고 있지! 밥도 내가 어디 가서 굶고 댕길 아가예~ 걱정 안 해도 된다. 아픈데도 하나도 없다!>라고 씩씩한 모습만을 보였는데 그런 내가 울어버렸으니 울 할매 얼마나 당황했을꼬..... 그러다 허둥지둥 전화를 끊고 한참을 또 엉엉 울었다.
예전에는 감정컨트롤도 잘하고,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늘 웃으면서 생활했는데, 요즘은 울음이 많아졌다. 지인은 나에게 그게 좋은 거라고 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고, 웃기면 웃고..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 보니 진짜 그렇다. 회사 사람들이나 지인들이 나에게 화를 내 본 적이 있긴 하냐고 할 정도로 감정을 그닥 표현하지 않고 살았다. 약점이 될 뿐만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결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 지금의 나로서는 슬픔, 걱정, 미안함과 같은 감정이 눈물로 표현되는 것 같다. 아직 다른 감정들은 어떻게 표현될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조금씩 내 감정에 솔직하게 표현해보려고 한다. (설마... 화가 난다고 난폭해지는 건.. 아니...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