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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 다른 아버지

아프지 말기를...

by 이하나

나에게는 삼촌이라고 부르는 분이 한분 계신다. 정확한 관계는 우리 할배의 작은 누나의 아들, 즉 고모할머니(내가 좋아하는 우리 고모할매)의 작은아들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런저런 집안 사정으로 삼촌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고, 한 때는 고모할매도 함께 우리 집에서 사셨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또 다른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 할매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다. 우리 할매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죽이며 반찬이며, 찌개며 해서 매주 우리 할매를 만나러 오는 존재... 진짜 아들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삼촌은 우리할매에게 잘한다. 물론 나에게도... 내가 본가를 가면 늘 짐이 두세 배가 되어 결국은 EMS로 짐을 부치고 나서도 큰 캐리어에 뭔가가 가득하다. 전부 다 삼촌이 가져가라고 들고 오신 것들... 누룽지, 소고기 고추장, 김, 참기름 등 우리 할매가 건강했다면 한 보따리 챙겨줬을 만한 것들... 그리고 용돈 30만 원... 이젠 내가 드려야 되는 거라고 거절해도 "삼촌이 나중에 일 못해서 돈 못 벌면 그때 줘도 된다. 지금은 내가 돈 버니까 받아라~" 유일하게 나를 낳아준 엄마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도 들려주는 분이기도 하다.


그런 삼촌을 어릴 때는 작은 아빠라고 불렀었다. 친구들을 만나는 곳에도 데리고 가서 내 딸이라고 할 만큼 나에게 잘해주셨다. 유치원 졸업식 사진에도 우리할매, 고모할매, 삼촌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부모님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싶으셨나 보다. 삼촌은 결혼하고 나서도 나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카톡으로 영상통화를 하면 꼭 옆에 있는 동료분들한테 일본에 있는 우리 이쁜 큰 딸이라고 소개해주신다. (예쁘지 않냐며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라는 말씀도 잊지 않으신다.)


본가보다 오히려 삼촌과의 영상통화 횟수도 더 많다. 그런데 그런 삼촌이 얼마 전부터 연락이 되질 않는다. 바빠서 전화를 못 받으면 다시 전화를 주시거나 다음에 다시 통화하자는 카톡을 남기시는데 기독조차도 되지 않는다. 작년 말부터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살이 많이 빠지셨다. 그래서 혹시나 건강에 이상이 있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삼촌과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그랬더니 역시나 몸이 안 좋으셔서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15일 날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딱히 어디 아프다! 이런 건 아닌데 살도 자꾸 빠지고 컨디션이 썩 좋지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고 한다.. 내 전화를 안 받은 건 혹시나 우울증이 있는 내가 삼촌 상태를 보고 놀라서 걱정할까 봐였다고 한다. 삼촌도 나와 같이 울보다.. 할매 얘기나 엄마 얘기를 하면서 둘이서 코가 빨갛게 될 정도로 울기도 하니, 그런 나를 걱정 하신 것이다.


삼촌~~~ 아니! 작은 아빠! 아푸지 마래이.... 내 지금까지 너무 많이 받기만 했고, 또 작은 아빠 아니믄 누가 내 맘 알고 엄마 얘기도 해주고 그라노.... 내 전화 안 받아도 되고, 카톡도 안 해도 되니까 제~~ 발 아푸지 말고 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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