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찜질방 속에서 근무 중...
4일 전(6월 19일/목) 한국에서 돌아온 뒤 첫 출근날...
18일부터 도쿄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폭염주의보와 함께 열사병 주의 알람이 핸드폰에서 수시로 울리고 있었다. 이럴 때는 시원~한 사무실에 있는 게 전기세도 아끼고 더위도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출근해서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후욱하고 느껴지는 뜨뜻한 공기... 이건 뭐지???
자리로 가서 앉으니 먼저 출근한 선배들은 다들 한 손에 부채를 들고 아침부터 지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들어온 대답은 에어컨 고장... 그것도 건물 전체가 아닌 우리 사무실만 고장이란다. 허걱! 내 눈은 자연스레 사무실 한편에 있는 온도&습도계로 눈이 향했다. 실내 온도는 33.5도! 습도는 56%!! 세상에나... 언제 고쳐진데요?라는 내 질문에 언제 고쳐질지도 모른단다.
오 마이 갓.....!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에어컨을 켜고도 책상 위에 작은 선풍기를 켜 놓는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한단 말인가... 더 군다가 사무실에는 4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고, 40대가 넘는 컴퓨터가 가동되고 있다. 그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기만으로도 상당히 더운데 하필이면 창문도 열 수 없는 통유리다... 젠장!!! 더군다나 내 자리는 바로 통유리를 등지고 있다.
19일 결국은 세 명이 열사병 증상으로 조퇴를 하고, 어디서 가져온 건지 선풍기 몇 대가 놓였다. 수리가 되는 건 빨라도 다음 주란다... 세상에나... 절망이다.... 퇴근을 하고 내가 한 걸음에 간 곳은 드러그스토어(한국의 올리브영 같은 곳이다)! 얼려서 목에 거는 굿즈, 몸에 뿌리면 체온이 내려가는 미스트, 옷에 뿌리면 한동안 옷의 온도가 내려가는 스프레이... 각종 물품들을 구매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20일(금) 출근! 금요일인데도 몇몇 사람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결근이란다. 그리고 윗분들은 갑자기 무슨 회의가 생긴 건지 본사로 출근한단다... 참... 뻔히 눈에 보이는 이유로 사무실로의 출근을 피하고 있었다. 그나마 19일보다 기온은 1-2도 정도 내려가서인지, 아니면 19일 날 아무런 대비도 없이 맞이한 더위와의 싸움 때문인지 20일은 그나마 조금 버틸만했다. 회사에서 준비해 준 건 탈수를 대비한 포카리스웨트와 염분 태블릿.... 에라!! 다들 건물 내 편의점으로 가서 얼음이나 아이스를 사 오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텀블러 중 가장 큰 텀블러에 얼음을 가득 들고 가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한 발 늦은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얼음을 살 수도 없었다.
21일(토) 에도 마음을 다잡고 각종 더위 대비용 굿즈들을 챙겨 무거운 가방을 들고 출근했다. 사무실 문을 열자 어라?? 시원한 게 아닌가... 자리로 가서 에어컨 고쳐졌냐고 했더니 선배들이 기분 탓일 거라고 했다. 토요일이라 출근 인수도 적고, 가동되고 있는 컴퓨터 수도 적어서라고... 조금 있다 보면 기온이 오를 거란다. 그런가? 싶어서 앉아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계속 시원한 게 아닌가. 그때였다. 센터장에게서 단체 메일이 왔다. 일단 급한 대로 고치긴 했지만 제대로 된 수리는 다음 주 화요일(6월 24일)에 있을 예정이란다... 와우! 감사합니다... ㅠㅠ
이 더운 날씨에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계신다는 걸 안다. 평소에도 한 여름이나 한 겨울에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그분들이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화요일(6월 24일)에 고친다고 괜히 손대서 또 고장 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