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내가 더 소중한가 보다. (이미지:네이버)
올 초에 본가에 방문했을 때 아빠가 진지하게 이야기했었다.
"아빠도 이제 기력이 없으니 니가 들어와서 우리 가족 경제적으로도 지원을 좀 하고, 할매 간병도 좀 했으면 좋겠다. 니가 못하고, 아빠도 못하믄 할매 요양병원에 보내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고 결혼한 니 동생한테 생활비를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대신 니가 옛날에 카페 같은 거 하고 싶다고 했었으니까 카페 하나 차려줄게."라고...
물론 예전에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전문적으로 커피를 내릴 줄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카페 운영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마음에 콕하고 박힌 말은 할매를 요양병원에 보낼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점점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 할매를 집에서 간병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지난 2년간 아빠가 많이 힘들었다는 것도 안다.
아빠의 말을 듣고 일본으로 돌아와서 줄곧 마음이 불편했다. 정말 내가 다 접고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걸까? 경제적으로 집안생계를 책임지는 건 일단 뒤로하고 할매를 요양병원에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헤집고 있었다. 그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고, 어떤 날은 할매를 요양병원에 보내는 꿈을 꾸다가 엉엉 울면서 깬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그럼 내 인생은? 이제 겨우 나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중이다. 일본에 와서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던가... 안 해본 알바가 없었다. 식당, 슈퍼, 편의점, 호텔 등등... 그러다 지금 회사에 입사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늦깎이 신입사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런 나의 10년이라는 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지?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 했다.
결국 나는 이기적이다. 할매를 가장 사랑한다면서, 할매 없이 살아가는 게 무섭고 겁이 난다면서도 결국은 나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내가 행복하게 지내는 게 할매가 가장 바라는 일이라면서, 휘둘리지 말고 내 인생을 살라고 한다. 과연 그래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