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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Mar 02. 2023

내 업무가 잡다해진 지금이 더 좋아.

스타트업에서의 삶이란, 정말 혼자 많은걸 쳐내야 하는 곳인것 같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지금 회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같이 해결하고자 한다면, 솔직히 UI디자인만 하든, 혹은 브랜딩 디자인 업무도 같이 병행하든 그딴건 아무래도 좋다고 느꼈을 것이다.


몇년전 부터였는진 모르겠다. 다만, 마치 매 분기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우리 업계에도 매년 엄청난 수의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고개를 든다. 그리고 그 스타트업 수만큼, 솔직히 말해 그동안 주니어/신입 포지션 외에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도 기회와 선택의 폭이 더 다양해지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타트업에 들어간 많은 UX/UI디자이너들로부터 아래와 같은 고민을 듣곤 한다.


이거 원래 UI/UX 디자이너가 하는 일 맞아요?
저는 UI/UX 업무만 하고 싶은데 다른 일까지 병행해야 하더라구요ㅠ

뭐,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들이 특정한 류의 업무를 원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도 아니다. 무엇을 원하는데 옳고 그름이 있을까.


사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긴 하다. 뻔하지만 부정하고 싶은 그것, 바로 원하는 직무만을 요구하는 자리를 찾아 이직/취업하는 것이다. UI디자이너, UX 리서처, 혹은 데이터 분석가 처럼…

하지만, 이런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혹은 그런것을 원치는 않는다면, 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부터 아예 새롭게 접근해보길 권한다.


일단, cross-functional이라는 단어에 대해 먼저 설명하면, 그건 직역하면 ‘복합적으로 기능하는'이란 뜻으로, 쉬운 예로 초기 스타트업의 디자이너가 온갖 종류의 디자인 업무를 가리지 않고 다 하는.. 그런 종합적인 포지션을 말할 때 주로 사용되는 영문표현이다.


사실 나도 영국회사에서도 일해보고,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도 일해보고, 이런저런 초기 스타트업 팀을 만나 협업해보면서 스타트업에서의 일에 대해 정확히 똑같은 고민을 했고, 내적 갈등이 깊었다. 하지만 충분한 자아 탐구를 통해 지금의 일에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들에게 부디 이 경험이 어느정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




1.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지금의 일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자.


우리가 하는 일, UX를 다룬다는 이 직업의 정체는 과연 뭘까?
우린 먼저, UX디자이너의 정의에 대해서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강산이 변하기 전, 호랑이 담배피고 스티브잡스가 승승장구하던 시절에 UX디자이너라는 사람에게 세상이 요구했던 것, UX디자인을 한다는 것의 정의를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수집하여,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충분한 조사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좋은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더 나은 경험을 구축하는 것'


말인 즉슨, UX디자이너라는 직업의 가장 근원적 가치는 ‘문제해결'에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걸 지금 고민하는 그 문제에 그대로 대입시킨다면, ‘디자이너'라는 레이블이 갖는 고정관념을 넘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 줄이고, 현재 나의 위치에 대한 자기만족을 높여볼 수 있다.


특히, 만약 당신이 향후 PM이나 PO로의 커리어패스를 계획하고 있다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나보고 UI/UX디자인이랑, 데이터 분석, 브랜딩 디자인이나
기타 편집 디자인업무도 다 하란 건가요?


음…. 이 글의 핵심은 ‘제품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다양한 면들을 볼줄 아는 공감각적 센스를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지금의 포지션을 즐겨보라’는 데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지 않는가.


실제로 나중에 PO로 일하게 되면 생각보다 회사와 제품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관리하고, 회사의 니즈에 맞춰 디렉팅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PO로서 어떻게 일하고, 내 업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다른 글에서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또한 그러려면, 하나의 관점에서만 product를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종합적 시각으로 UX/UI를 넘어선 여러 요소들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면서 일을 해나고, 관리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마케팅 디자인업무 등에 대해서도, 굳이 방법을 찾자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Freepik, Unsplash 등과 같은 아주 훌륭한 리소스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또한, 디자인 애셋을 관리하는 데있어 몸을 혹사시키기 전에,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면 될 일이다. 여튼, 이 글은 ‘아마추어처럼 일하기 VS 스마트하게 일하기’ 같은 것에 대한게 아니다.


2. 당신을 홀리는 주제를 찾아라.


말 그대로다. 힘들게 면접 전형 다 통과해놓고 입사후 절망적 상황들을 마주하기 전에, 당신의 입장에서 24시간을 쏟아부어도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진전을 보는데 있어 신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를 찾아라.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
학교에서 공부한 모든 과목들이 모두 재미있다고 느꼈는가?

내가 흥미없는 과목에서도 계속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아닐 것이다. ‘수포자', ‘문송합니다' 같은 웃픈 표현들이 널리 사용되는게 그 증거다.


그치만, 그런 지루한 학교공부와는 다르게,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쯤은 내가 무언가에 엄청 관심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졌던 경험들이 있을것이다(그게 게임이든 뭐든). 그리고 당신도 모르는 사이 당신은 거의 그것에 대해, 거의 빠삭한 전문가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갖는 것을 찾았었다면, 돌이켜 봤을 때 아마 당신은 자기만족, 혹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했던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명확히하고, 내가 어떤 분야/주제에 가장 열광하는지 알고 나서는 그 어떤 채용공고를 보더라도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다 해주세요' 라는 식의 JD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똑같은 문제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만큼, 혼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일을 팀으로 해결해가면서, 필요한게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힘껏 도와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기 때문이었다(지금 팀에서도 그렇고, 에너지가 굉장히 넘치는것 같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그러다보니, 지금 팀에서는 자연스레 프로덕트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도 같이 논의하게 되며, 우리 프로덕트의 사용자들과 더 가까워질 방법을 고민하며, 그들이 어떻게 우리 제품에 반응하는지 데이터를 들여다보려 하고, 아이디어를 마구 던지고, 어떤 브랜드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 등 여러 면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어졌다.


나는 그저 이 프로덕트가 흥해서, 결과적으로 내가 공감하는 문제의식에 더 큰 기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다른사람들에게 나의 이런 접근법이 도움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아, 저렇게 하면 나도 되겠구나!’라는 절대적 믿음은 갖지 않길 바란다.


아무리 내가 효과를 봤다 한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나도 아니고, 우린 다른 성향과 취향,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참고 차원에서는 어느정도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건, How가 아니다. Why와 What 이다.


무얼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내가 제안한 방법따위 무시해도 좋다. 하지만 만약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고자 한다면, 당신이 현업에서 UX 업무를 보듯, 스스로에 대해 심층 연구하고, 분석하여 나 자신에 대해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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