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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Mar 02. 2023

디자이너로서  포지션, 효율성, 목표 모두를 지키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팀에서 일하다보면 가끔, 내가 디자이너인지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오더를 받아 일하는 수족인지 헷갈리게 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리고 내가 다른 디자이너들과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경험상 당혹감을 느꼈던 대표적 상황들을 대충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비-디자이너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디자인 문제가 제기될 때
2.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꾸 디자인업무 관련해서 참고해보라며 뭔가를 내게 들고올 때
3. 대뜸 ‘~한 부분이 불편할것 같다’며 자신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들고 올 때


참고로, 지금 내 업무환경을 살짝 공유해보면, 지금 내가 일하는 팀에서는 개발자가 UI 디자인 개선 이슈를 제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CEO가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문제를 들고 올 때도 있지만, 아이디어가 먼저 불쑥 들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전엔 고민이 많았고, 내적 고민도 컸다. 그리고 이건, 어떤 측면에서는 분명히 서로가 서로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그런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진입장벽이 낮지만 전문성은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평생 들고가야 하는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최근 디자인 개입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나만의 원칙을 만들게 되었고, 지금은 혈혈단신 P.O로서 오히려 이 원칙을 통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


참고로 나의 매니지먼트 원칙은 2017년부터 Cross-functional한 디자이너로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 디자인 에이전시, 그리고 한국과 영국의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나만의 셀프-고찰을 토대로, 내가 평상시 사용해오던 나의 생각구조를 가시화한 것이다.


이 내용을 통해, 과도한 존재론적 회의감으로 고통받는 디자이너들이 줄어들길 바래본다.




모-든 디자인 아이디어와 문제가 가치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치있는 이슈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 올 수 있다.

라따뚜이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서 문득 포맷을 응용해봤다.


디자인이라는건 우리 삶의 곳곳에 너무나도 깊숙이, 은연중에 자리잡고 있다.솔직히 말하면, 디자인의 근간은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문제를 제기하고,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특히나 사용자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열려있는 문화의 회사라면 누구나 상황을 보고,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당신에게 들고오는 것이다)




디자인은 넘사벽이 아니며, 당신처럼 누구나 ‘생각’이란 걸 할 줄 안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의사결정과 프로세스와 업무에 대한 리더십, 소유권은 마땅히 디자이너가 가져야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포커스는 ‘누가’ 보다는 ‘무엇’에 두는 것이 좋다. 게다가 물리적으로도 당신의 몸은 하나고, 모든걸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그건 당신이 인간이기에 불가능하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디자인 아이디어와 문제를 들고 온다면, 환영할 일이지 그 사람이 월권을 했다는 식으로 섣불리 오해하면 안된다.


어쩌면, 오히려 아이디어나 문제를 구체화 하기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그것을 들고 왔다는 건 그 사람의 디자이너 역할에 대한 이해도와는 무관하게, 어쨌든 디자이너로서 나의 포지션을 존중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참으로 기특하고 감사하지 않은가!)


이런 일에 서운해 하는건 마치, 사용자들이 먼저 니즈를 건의한다고 속상해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마음이 조금 풀리고 열렸다면, 다음 내용들에 대해서 하나씩 생각해가면 된다.


1. 백그라운드를 파악하기

일단 상대방이 들고온 것이 문제든, 혹은 아이디어든, 중요한건 누군가 들고 온 문제/아이디어가 디자이너로서 내 에너지를 쏟아부을 가치가 있는지부터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걸 알기 위해서는, 미심쩍은 구석은 모두 캐물어, 그 사람의 머릿속 생각의 지도를 구석구석 파악해 내 것처럼 만들어라.


생각보다 이걸 놓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팀원이 적은 아닙니다만…)이랬다고, 아는 만큼 당신의 디자인 의사결정도 힘을 얻는다.


2. 그 아이디어가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의 방법인지 생각해보라.

사실 앞서 2번에 대한 것이 확실히 인지됐다면, 3번은 정말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질 것이다.


누가 그 아이디어를 가져왔던 간에, 당신은 디자이너로서 올바른 문제에 올바른 해결책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당신이 집중해야 할 건 ‘누가 그 아이디어를 떠올렸느냐’가 아닌,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이 맞는가?’이다. 그리고 최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디자인 업무관리 원칙을 제시한다.



디자인 업무관리 원칙

1. 아이디어가 본질적으로 문제해결에 기여하는가

2. 디자인영역에서 다뤄줄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맞는가

3. 지속가능한 솔루션인가

4. 현재진행중인 다른 우선순위를 제쳐두고 임해야 할만큼 큰 희생을 요구하는가

5. 회사에 추가적 비용 청구나 시간등의 리소스를 과도하게 잡아먹지 않고도 작업이 가능한 범주에 있는가


결과적으로, 이 5개의 원칙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그냥 바로 채택하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 아이디어나 문제에 대해 제안자와 함께 탐구하는 과정중, 그 과정이 말이 되는 경우 상대방의 생각에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는 것도 있고, 그렇게 한배를 타면서 그 아이디어는 곧 나의 생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제품과 사용자를 위해 일하는거지, 상사에게 잘보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무엇이 옳은건지 명확히 인지하고 매순간 집중하자.


어쩌면 저 원칙중 몇몇은,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건바이건으로 명료한 마감일정과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 에이전시 팀에서도 상당부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원칙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연히, 저 원칙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내 상황에 맞춰 부분적 채택 및 응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늘 나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으면서도 동시에 바라는 역설적 생각이긴 한데, 최소한 디자인 업계에서는 맹목적인 수긍이 하루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가치는 ‘생각'하는데 있는 것이지, ‘눈이 즐거운'걸 만들어주는데 본질적 가치가 있는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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