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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Mar 30. 2023

왜 저 앱/웹은 늘 그대로야?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또 영국에서 UI/UX디자이너로 일하며 알게된 것

자고로, 운영진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이 글의 가장 직접적인 주제는 '왜 어떤 앱이나 웹서비스는 업데이트를 해도 거의 변하지 않을까?'이지만, 더 넓게 보면 '(실무자 관점에서)올바른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도 연관이 깊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봐온 것을 토대로 돌이켜보면, 대부분 UX/UI를 다루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갖는 가장 대표적 고민중 하나가 바로 '전과 후의 비주얼이 너무 비슷하면 어쩌지'이다. 또 때로는 디자인이 수년째 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것을 주제로 삼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 글이 그 고민을 포함해, 한번쯤 궁금했을지도 모를 '대체 얘네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서비스를 안바꾸는거야?'라는 지점에 대해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어느정도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프로덕트가 잘 안바뀌는 이유.


우리는 사용자로서 매일 수많은 자잘한 불편감에서부터 크게는 얼굴을 찌푸리고 앱을 지우게까지 만드는, 다양한 문제를 만난다. 그리고 어떤 앱이나 웹사이트를 보면, 황당할만큼의 비주얼 수준을 자랑하는 제품부터 UX적으로도 잘 납득이 가지 않는 요상스러운(?) 디자인도 접할 때가 있다. (세상은 요지경)


사실 고객센터란 소비자(혹은 사용자)가 어려움 또는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신고하기 위한 기능도 있기에, 우리는 우리가 겪는 불편감을 가능한 채널을 통해 기업에 호소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사용하는 앱들, 혹은 매일이 아니어도 이따금씩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보면 대부분 맨날 뭐가 업데이트 됐다고는 하는데 사실 작정하고 전후를 비교하려 들지 않는 이상, 소비자로서 체감하는 변화는 거기서 거기인 수준인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아니, 분명 고치겠다고 해놓고, 또 좋은 피드백/아이디어라고 하고선 왜 새 기능이 추가되거나 디자인이 크게 변하는 일은 흔치 않은 걸까? 물론 절대 사용자(소비자)기만은 아니다. 분명 프로덕트를 운영하는 우리의(특히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기에, 그냥 겉치레나 하려고 소비자 의견을 접수받고, 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지금 집중해야 하는 올바른 문제


그렇다면 기업에게 있어 올바른 문제란 어떤걸까?

사실 그 정의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즉 같은 펫용품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정확한 정의는 제시하기 나름인건데, 회사라는 곳에서 조직의 일원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람이 맞다면 아마 다음 기준원칙에 동의할 것이다.


이 문제가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문제가 맞는가?

이 비즈니스 목표라 함은 비즈니스 레벨에서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즉, 비즈니스를 이끄는 사람들이 결정한 내용을 말하는데, 이에 따라 모든 팀원이 향해야 하는 지향점도 분기별,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이 이를 주의깊게 살펴 올바른 문제를 정의해야만 하고, 보통 정의된다. (아 물론 CEO나 뭐 특정 이해관계자의 입김이 세서 그사람의 직관만으로 방향이 정해지는 곳도 굉장히 많은데, 그런 말도안되는 곳은 논외로 하겠다. 난 어디까지나 옳은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니까. 말이 안되는 것을 두고 가타부타 말하면 괜히 입만 아프고, 억지주장을 이겨낼 수 있는 논리와 이성은 없는것 같다.)


왜 그냥 문제도 아니고 하필 '올바른' 문제를 골라야 하나?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당신의 하루 중 회사에서 보내는 그 8시간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함으로써 당신이 회사에게 내어준 리소스, 즉 자산이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주어진 자원을 잘 활용하여 더 높은 이익, 또는 특정한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는데 쓰려고 할것이며 그게 맞다.


그리고 그 자산을 이용해 회사의 일을 해주고 있는 당신의 입장에서는, 마땅히 그 자원을 쓸 때도 지금 그 자원이 정말 올바른 곳에 쓰이고 있는지 확실히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한번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되어 수일에 걸쳐 기획-비주얼-개발까지 거치고 나면, 이건 점점 일이 커지고 돌이킬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를 대신해 프로덕트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Problem-solver로서는, '내가 지금 회사의 리소스를 맞는 문제에 쓰고 있는게 맞나?'라는 확신이 들어야 하고, 그렇기에 '지금 무엇이 올바른 문제인가'를 확인하는건 아주 중요한 일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위 내용을 종합요약하면, 우리가 그렇게 많은 소비자를 지닌 서비스임에도 어떤 서비스가 좀처럼 개개인의 피부에 와닿는 혁혁한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모든 사용자는 언제나 중요하나 그렇다고 모든 개개인의 니즈와 문제가 더 거시적인 기업차원에서의 달성목표와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언젠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은 맞지만, 매일같이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다루고, 또 해결하며 제품경험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서 우리는 어쩔수 없이 그중 우선순위 평가를 통한 부분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납득이 안되면 일단 자가복제 기술이 상용화 되어 "몸이 10개라도 부족하다"라는 말을 잠재울 수 있어야 하겠다.)




믿기 어렵겠지만, 우린 단 한번도 정체되어있지않았다.


혁혁한 변화는 대개 더 많은 일을 수반한다. 이는 현실이며 우리 통제밖의 영역이다. 따라서 한번에 큰 도약을 하려고 하면 그만큼 그 도약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에도 많은 일들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람의 마음과 그 사람들이 모여 형성하는 트렌드는 또 조금씩 변화하고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야금야금 변화해서 실제로 변화를 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동네에서 수영을 하고 싶다고 바로 수영장 건설에 돌입하는게 아니라, 인근 스포츠센터나 물놀이를 해볼만한 공간을 먼저 찾고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어떤 큰 변화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을 때, 일반적으로는 그 목표를를 실현 가능한 레벨까지 Granulate(세분화)하는게 중요해진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가 비싸고 큰 선물을 준비할 때까지 계속 불편한걸 쓰라고 내버려두는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 큰 변화를 이루기 위해 변화에 필요한 내용을 필요한 수준까지 과업을 세분화시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큰 변화가 극도의 레벨까지 세분화되고 나면, 사실상 그 작은 변화 하나하나는 그 일을 담당한 사람, 또는 열렬한 DAU 상승기여자 정도나 미친수준의 관찰력 보유자가 아닌이상에는 사실상 일상에서 그걸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


또하나의 현실적 이유로는 우리는 하나의 프로젝트만 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매일 처리해주어야만 하는 업무들이 있으며 시시각각 치고 올라오는 긴급한 사안들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자의 삶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솔루션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최종 구현작업에 막 착수했다. 그런데 작업기간 중, 현재 유저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페이지에 아주 심각한 오류가 발생해 자꾸 태스크 플로우 과정에서 중도이탈하는 사용자가 생겨나고 있다는 신고나, 버그 리포트가 접수된다고 가정해보자. 이건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회사라면 아마 버그 개선은 매일같이 일어나는, 해도해도 지울수 없는 그런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개발자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급한불을 먼저 끈 다음 다시 돌아와 하던 일을 마저 할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도 예외는 아니다. 중간중간 마케팅 팀이나 다른 여러 곳에서 들어오는 크고작은 요청들이 발생하면,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생각을 멈추고 그 작업에 잠깐 몰두한 뒤 다시 돌아와 하던 일을 마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매일같이, 또는 굉장히 빈번하게 일어난다.


사실 이건 특히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일당백으로 움직여줘야만 하는 스타트업 환경이라 내가 더 그런걸 느낀것 같은데, 이런 현실적 제약과 여건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실무자들은 현실적으로 판단해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온갖 다양한 결정의 변화가 발생하며 많은 일을 조금씩 병렬적으로 처리해가다보면, 분명 미세한 변화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는 수준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충분히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어찌보면, 이 글의 제목에 '그대로인 이유'라는 표현을 썼지만 어찌보면 이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어떤 형태나 과정으로든, 우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변화하고 있는게 사실이니까.


어찌보면, 스타트업 제품을 쓴다는 것의 매력은 그런 미세한 성장과정부터 시작해 때때로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큰 업데이트에 이르기까지 사용자로서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고 '오, 이 팀이 변해가고 있군! 내가 느꼈던 페인포인트는 언제, 어떤식으로 반영될까?' 두근대며 과정을 지켜봐주는, 마치 다마고치같은 점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이상 자기합리화와 변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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