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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Apr 10. 2023

외국에서는 어떻게 사람을 뽑을까?

글을 쓰기에 앞서 미리 말하지만, 이건 환상을 깨고자 적은 것이지, 결코 욕하려고 적은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생생하게 경험해온, 발생한 사건 그대로를 나열하였음을 밝힌다. 또한, 이는 스타트업을 포함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유럽권 취업과정 및 영국 취업&직장생활 경험에 대해서만 국한된 내용임을 밝힌다. 일본이나 중국, 싱가폴, 미국, 캐나다 등의 미주지역이나 아시아권은 잘 모른다.


이 글은, 영/유럽권에서의 취업을 꿈꾸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에게 그 채용과정에 있어 대충 어떤식으로 진행되는게 흔한지 정보를 공유하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하였다.


목차

최종 Job offer를 받기까지

한국 면접과 영/유럽권 회사들의 면접

흔한 채용 트렌드

참고하든 말든 아무래도 좋을 내용

                    



최종 Job Offer를 받기까지

일단, 대부분 중소기업(스타트업 포함)들의 채용 프로세스는 최종합격여부 발표까지 짧게는 2주에서 1달 혹은 그 이상까지도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는 서류 심사만 2주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 이는 한국과 유럽의 구직인구 규모를 비교해보면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회사에 따라 단 몇일만에 연락이 오기도 하니까.)


무튼 최종 면접까지 간다고 했을 때 면접전형의 기간은 대략 그러하며, 그 채용단계는 대략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있다.


1. 지원서 검토

2. Hiring manager와의 짧은 간보기 인터뷰

3. 실무자와의 인터뷰

4. C-level의 실무자 또는 CEO와의 최종 인터뷰


1. 지원서 검토

이건 한국과 다를바 없다. 지원자가 자신의 포트폴리오와 함께 이력서, 그리고 자기소개서(Coverletter)를 제출하면 1차 채용 담당자가 그 내용을 검토하고, 포지션과 직무에맞다고 생각되는 인재에게 다음단계를 위한 회신을 보낸다. 지원서 검토단계에서, HR 담당자는 일단 펀딩을 좀 받는 회사라면 Talent 팀이 별도로 존재하여 보통은 실무자가 아닌 HR 담당팀의 실무자가 이를 검토하는데, 극초기 회사라서 팀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없을 때는, 그냥 팀원 중에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이 검토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의 경우, 특히나 요즘은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어?'라고 묻는 질문이 거의 100에 98 꼴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회사입장에서 생각하면 뻔하다. 인력만큼 널린게 회사라는건 세상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을 쏟을 가치가 있는 인재를 빠르게 걸러내기 위해 그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무튼,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linkedin이나 Indeed등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한 채용에서도 커버레터보단 '왜 우리 회사에 지원했어?' / '왜 네가 우리팀에 맞는 인재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 단일 coverletter로 모든걸 퉁치는 그런 얕은 수작은 더더욱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한땀한땀 매번 소설을 쓰고 있을 순 없다. 다만, 지원자들은 지원한 회사에 어필이 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형태로 답변을 잘 구성해서, 추가 인터뷰 요청을 하게 만드는 답변/자소서를 만들 필요가 있어졌다.


2. Hiring manager와 지원자간의 짧은 간보기 인터뷰

이 단계는 hiring manager하고 서로 필요조건들이 어느정도 맞는지, 서로 관심이 정말 있는지 정도를 간단하게 떠보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그렇게 진지한 얘기가 오가지는 않고, 대체로 지원동기, 개인적인 커리어 목표, (구직자 입장)포지션에 대한 간단한 추가체크, 그리고 회사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 등 아주 피상적인 수준에서 '서로가 얼마나 핏이 맞는 존재인가'를 알아보는 자리라고 볼 수 있겠다. 만일 내가 원하는 바가 명확하다면, 이 단계에서 어쩌면 회사와 지원자가 서로 일찍이 걸러질 수 있는, 그런 단계다.

(보통은 여기서도 실무자를 직접 만나는 경우는 없지만, 극 초창기 스타트업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3. 실무자와의 인터뷰

여기까지 오면, 이제 HR 담당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회사에서는 면접관이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실무자, 또는 잠재적 Line manager와 만나게 된다.

'이 놈은 진짜 내 지원서를 본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무지를 보여주는 채용담당자가 많은데, 아마도 각 단계에서 각 담당자가 알아봐야 할 내용조차도 분업화하여 보는걸까 싶다.


여기서는 좀 더 직무능력과 관련된 내용들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이 단계가 어떻게보면 코스 요리중 메인디쉬와도 같은데, 이 단계에서 그냥 추가 과업까지 쭉 이어가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경우에 따라 이 3단계 자체가 더 세분화되어 추가 프로세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단 실무진과 마주하는 3단계에 오면, 이 자리에서는 어떤 류의 세분화 프로세스를 거치든 항상 나누는 내용이 있다. 내 과거 경력은 어땠는지, 무엇을 했는지, 소개해줄만한 프로젝트가 있는지, 어떤 프로젝트 였는지, 내가 배운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겠다고 느꼈는지 등이다.


세분화되는 채용 프로세스는 대체로 다음중 하나를 따른다.

a. 3단계 실무면접에서 프로젝트 리뷰(포트폴리오 발표? 공유?)까지 진행하거나

b. 3단계 실무면접 통과시, 프로젝트 리뷰(포트폴리오 발표? 공유?)에 집중한 인터뷰를 별도로 진행하거나

c. 3단계 실무면접 통과시, 간단한 디자인 과제를 수행하고 그 프로젝트에 대해 별도 인터뷰 일정을 잡아 발표 및 이야기를 나누거나

d. 3단계 실무면접에서 White board Challenge까지 모두 진행하거나

* 언제나 예외는 있지만 대체로 큰 틀은 저 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3단계와 그 하위 면접들을 다 통과하고 나면, 다음은 4단계 인터뷰를 위한 일정을 잡는다.


4. 최종 인터뷰

최종 인터뷰는 이전에 면접을 봤던 실무진을 포함해 C-Level에 속한 사람들과 N:1로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실무 자체에 대한 내용을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미 앞선 단계를 통과하면 이미 실무적 능력은 어느정도 검증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별로 심도있는 실무면접을 보지는 않는다. 다만 대체로 회사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나, 비전, 컬처핏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느낀 한국의 면접과 영/유럽권 면접


1. 쓸데없는 압박면접이나, 업무와 관련이 없는데 괜히 던지고 봐서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질문은 없다.

일단 가장 명료하게 느낀 차이는 '쓸데없는 압박 면접이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지원자가 긴장하지 않게 도와주려 하고, 최대한 편안한 마음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사실 친절한 마음은 너무 고맙지만 딱히 효과는 없다. 아무리 편하게 해준다 한들, 이 험난한 구직시장의 한가운데 서있는 을의 마음이 뭐 얼마나 편해지겠는가.)


그리고 애초에 채용 프로세스 자체의 본질을 따져본다면 채용은 '그 직무를 수행해낼 수 있는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해'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업무에서는 그닥 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런 쓸데없는 압박면접 같은건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점은 명확히 하고 싶다. 압박면접도 나름의 목적이 있는 도구로, 아마 심적으로 압박이되는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그런 회사문화거나 직무일 경우 충분히 순간의 임기응변을 보기 위해 압박면접을 진행하는 곳도 있을것이다.


2. 비대면 면접이 더 많다.

아마도 이건 내가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면접을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IT 업계로 그 분야를 좀 더 한정해보면, 한국은 대부분 면접을 위해 직접 방문을 선호하는데 비해, 이곳에서는 화상면접이 더욱 흔하다. 거의 모든 면접을 화상면접으로 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아무리 브렉시트니 뭐니 해도 유럽의 인재들과 영국의 인재들간 교류는 여전히 활발하기에, 스폰서십을 받아서 HQ는 영국에 있지만 사람들은 유럽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는 곳들도 굉장히 많아졌다. 


3. 채용프로세스가 길고, 그만큼 더 지친다.

여기는 사람 한명을 뽑기 위해서 많은 단계를 거친다. 한국에서 취업할 때는 보통 포트폴리오까지 서류검토 단계에서 어느정도 판단한 뒤, 면접을 통해 그 사람을 더 알아보고, 그러고 나면 추가적으로 CEO와의 인터뷰가 1번 더 있거나 없거나 하는 정도의 면접 후 바로 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데, 이곳에 와서는 실무진을 만나기 위해서도 최소한 서류지원을 포함해 2단계는 거쳐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회사별 최종 오퍼까지 평균 시간은 1개월 정도 걸렸다.


단순히 채용기간이 길기 때문에만 지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취업률을 높이려면, 구직자 입장에서는 관심있는 곳중에서도 여러곳을 지원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한창 A회사와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B회사로부터 인터뷰 제안이 오기도 한다. 이럴 경우, 욕심을 좀 더 내본다면 일정이 서로 꼬이지 않으면서도 (잘 되었을 때)나의 최종 선택권이 하나라도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것 또한 정말 골치가 아프다.


3. 물어보고 싶은 내용은 편하게 물어봐도 된다.

말 그대로다. 한국은 가끔 이해할 수 없는게, 편하게 물어보라고 해놓고 그 질문 때문에 꼭 어떤 지원자의 인상에 대해 낙인을 찍는 듯한 경우가 있다. (사실 그럴거면 애초에 '편하게 다 물어보라'고 말해선 안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구직자 또한 구직자의 알권리와 궁금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믿기에, 연봉같은 경우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휴가는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물어봐도 큰 흠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내용은 대체로 이미 구인공고에 나와있어서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고, 너무 이런것만 물어보는게 아니면 몇개 좀 물어본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흔한 채용 트렌드


1. 능력의 유무가 중요하다.

사실 이건 내가 과거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좀 애매한데, 현 시점에서만 본다면 어디까지나 본질적인 것에 대한 능력을 검증하는게 중요하다. 듣기로는 요 근래 제법 깨어있고 올바른 이해를 가진 한국 기업들도 같은 경향을 띠는 것 같았다.


다만 영/유럽권의 경우, 회사에 관계없이 각자가 그 인재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에 맞는 인재를 찾는 경향이 아주 강하게 드러난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내가 느낀 채용 트렌드는 '난 네가 ~~~로서 우리팀에서 ~~~한 일을 해주길 원해. 너도 이런 일을 할 수 있고, 하길 원하니?'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2. White board Challenge 나 Home task는 빠지지 않는다.

특히나 프로덕트 디자이너 포지션이라면 압도적인 비율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인데, 아무리 못해도 둘중 하나는 꼭 거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프로덕트디자이너라는 업무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어찌보면 역량평가로서 당연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Whiteboard Challenge는 실시간으로 면접관과 소통하며 현장에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며, Home task는 이메일이나 그외 방법으로 과제를 전달받고 요구된 기간 내에 작업을 수행하는 평가 방식인데, 최근에는 회사들도 구직자의 시간을 오래 빼앗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것 같기도 하고, 또 누구는 하루종일 작업하고 누구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업하면 비교가 쉽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최대 N시간 이내에 끝낸 결과만을 보내라'는, 그 회사만의 특정한 전제조건을 걸기도 한다. 그러면 그 규정에 잘 맞춰서, 짧은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과제에 임한 다음 그걸 보내면 된다.




참고하든 말든, 아무래도 좋을 내용


1. 모든 것이 가능하다.

분명히 말하지만, 솔직히 내 경험이 전부도 아니고, 왕도도 아니니까 이런 일이 꼭 해외취업을 꿈꾸는 당신의 상황이 될거라고 100% 단언할수는 없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황홀한 나날을 보낼지도 모르겠고, 혹은 더 참담하거나, 내지는 비슷한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뭘 굳이 말리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그 사람에게 이런 생활이 꼭 맞을지 아닐지, 만족도가 얼마나 될지, 판단을 위한 데이터가 나에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또 해외 생활은 그냥 단순히 취업해서 일하는 것 외에 그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더해지기에, 좋은쪽 나쁜쪽 모든 측면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를 품고 오는 걸 권장한다.


2.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람.

해외취업을 꿈꾼다면, 대체로 자신의 직무범위에 대해서는 스스로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줄 아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물론 Line manager라는게 있지만 대체로 한국식 사수와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Line manager는 내 업무 퍼포먼스에 대해 피드백 및 평가하고 힘든일이 있을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관계이나, 그 사람은 그 사람의 직책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내 일은 죽이되든 밥이되든 내가 혼자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진 말자. 이게 무슨 유전적 요소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 어떠한 경험을 통해 후천적으로도 키울수 있다. 지금 당장 그렇지 않다고 해서, 앞으로 영원히 불가능하거나 힘들다고 볼수도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어떤 성향이 더 잘 맞느냐 아니냐를 봤을 때, 사수가 있는 곳을 선호한다면 해외취업시 회사도, 본인도 힘들 수 있다. ('홀로서기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라고는 묻지 말자.)


3. 완벽을 추구하지 말자.

타지 생활을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1위가 바로 '계획대로 안되서 속상함' 내지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마음'인데, 한국에서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여기서라고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낯선 환경, 문화, 그리고 더 넓은 다양성의 바다에 빠진만큼, 오히려 계획도 어느정도는 매번 틀어지고, 그래서 더 신경쓰이게 만든다. 그런 것에 예민하다면, A도 좋은데 B도 좋고 C도 웬만큼이어야 하는, 그런걸 바란다면 당신은 해외취업을 떠나 해외 생활 자체에 맞지 않은 성향일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좌절한 사람도 있고, 흥미가 떨어진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들은 그저 추론이 아니라 똑같은 로망을 품고 온 한 사람으로서 실제로 경험한 팩트인 만큼, 별로 위 생각들에 대해 딱히 죄책감은 없다. 가능성이 높은건 높은거고, 아닌건 아닌거고, 맞는것은 맞는 것일 뿐이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듯, 모든 면이 완벽히 동일한 조건이 아닌데 결과를 확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내 경험과 인사이트를 그냥 수많은 경험들 중 하나의 데이터 정도로 정의해두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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