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enerative AI의 가장 대표적 모델인 Chat-GPT가 대두되면서, 논문스터디를 통해 교육계에서의 Generative AI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형 해외논문에 대해 공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글은 그 논문을 읽고 얻은 개인적인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써보는 글이다.
만약 누군가 Chat-GPT에게 UX/UI디자이너로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위협적으로 느낀다면, 그건 아직 그사람이 진짜 UX/UI디자이너(프로덕트디자이너)로 일해온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은 어쩌면 썩 유쾌한 말이 아닐수있다. 하지만 이건 (구체적인 타이틀을 떠나) UX/UI디자인, 또는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업이 담고 있는 직무의 근본적 성질이 무엇인지 올바른 이해를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일단 위의 말을 이해하려면, 총 2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1. 프로덕트 디자인, UX/UI디자인이란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가
2. Chat-GPT란 무엇이며, 어떤 원리를 가진 녀석인가
UX디자이너, 또는 UX/UI디자이너라는 명칭으로 이전부터 늘 빠지지 않고 소개됐던(심지어는 다수의 UX디자인 입문 강의에서도 이런 식으로 소개가 되는경우가 많다) 이 업의 정의는, 크게 보면 다이아몬드 프로세스, 발견-정의-해결(+검증을 통해 또 발견으로 회귀)이라는 일련의 흐름을 중심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가는 업무를 하는 직업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단계 더 들어가면, 위의 사고 흐름들을 기반으로 계속해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구축해간다는 것은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에 걸친 매니징도 포함한다.
그럼 디자인 프로세스를 매니징한다는 건 무슨 말일까?
디자인 프로세스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쓰자면 '문제해결 과정'이다.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하나의 프로젝트 덩어리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 등 여러가지를 잘 고려하여 어떻게 팀원들로 하여금 이 프로세스를 함께 잘 밟아가서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게끔 만들수 있을지 고민하고, 앞서서 깃발들고 가이드를 해주는 사람이다.
사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프로덕트 매니저가 없어도 PM과 거의 비슷한 업무를 하는 롤인데, 최근 PM이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을 이끌고, 디자이너는 PM의 진두지휘 하에 UI에 대한 솔루션 또는 그냥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역할을 요구하는 곳도 JD를 보면 꽤 있었다. 그 회사가 그리 하겠다면 나름의 이유야 있겠으나, 아무튼 원래 역할 정의대로라면,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도 어느정도 할줄 아는 롤이 바로 프로덕트 디자이너다.
그런면에서 봤을 때, 이 일을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이 필수다.
Chat-GPT에 대해 이미 잘 설명해주고 있는 글들이 많이 있는데, 내 경우 최근에 읽었던 논문의 소개자료를 가져와봤다. (아래에 있는 내용은 그 논문에서 가져왔다)
[Generative AI and the future of education: Ragnarok or reformation? - A paradoxical perspective from management educators]라는 논문의 내용을 참고하면,
Generative AI란 A technology that
(i) leverages deep learning models to
(ii) generate human-like content (e.g., images, words) in response to
(iii) complex and varied prompts (e.g., languages, instructions, questions)
복잡하고 다양한 프롬프트(언어, 명령, 질문 등)에 대한 반응으로써 인간이 제작하여 제공하는 듯한 그런 컨텐츠를 딥러닝 모델을 통해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그리고 Chat-GPT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론 Chat-GPT가 가진 능력또한 굉장한 능력임은 사실이지만, 지금 생성형 AI의 한계를 살펴보면 어디까지나 과거에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프롬프트(명령/요구)를 어떤식으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같은 답변이지만 그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Chat-GPT를 이용해 '마케팅 인사이트란게 뭐야? 예시를 들어 설명해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 Chat-GPT는 이 사람이 그러한 질문을 하는 의도, 또한 예시를 들어야 한다면 어떤식으로 사례를 들어주는 것이 가장 적합한가'에 대한 생각은 빠진 채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피상적인 원칙/이론들에 대한 예시를 줄줄이 읊어댔다.
논문의 일부 내용을 빌리면, 노암 촘스키라는 사람은 이 기술에 대해 '그저 유려한 Praphrasing 테크닉을 가진 High-tech Plagiarism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쩌면 좀 극단적일지 모르나,암튼 이 기술이 가진 명확한 한계를 바탕으로 봤을 때, 아직까지 생성형 AI의 주된 역할의 핵심은 '누군가 시킨 일을 아주 훌륭한 퀄리티로 수행해 내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총 2가지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1. UX/UI디자이너는 스스로 사고하고 생각할줄 아는, 메타인지적 사고능력이 있어야 하는 역할이다.
2. Chat-GPT는 메타인지적 사고가 배제된, 주어진 명령/요구사항을 충실히 따르고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Generative AI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 수준의 수행능력은 위 2가지 결론을 비교해보면 알수 있듯, 스스로 어떤 문제를 해결을 위한 사고력은 없다. Chat-GPT의 한계는 메타인지적 사고를 할줄 아는 '누군가'에 의해 구체적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만 그것을 수행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쉽게 대체되는 역할은, 이전에 AI라는 존재 자체가 대두되었을때부터 누누이 언급되어 온 '누군가 나를 위해 결정해주거나 답을 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독립적으로 나아갈 수 없는 피동적 포지션'일지 모른다.
따라서, 당신이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필요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해나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역할을 설명할때 흔히들 '찾고자 하는 내용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질문을 잘 구성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하는 직업이라 더 구체적으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어떤 직업인지 잘 모르겠으나, 그 역할의 정의인 '목표달성을 위해 좋은 질문을 구성할 줄 아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UX/UI디자이너의 주된 역량인 '목표달성을 위한 최적의 디자인 프로세스를 고민하고, 적합한 디자인 솔루션을 낼 줄 아는 능력(문제해결능력)'과 그 기본적 성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본다면, 비슷한 성질을 가진 다른 직업이 오히려 Chat-GPT 때문에 급부상하고 있는데, 유사한 성격을 가진 다른 직업은 인공지능에 잡아먹힐거란 가설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위 내용을 모두 종합해봤을 때, 되려 Chat-GPT의 존재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 위해가 아니라, 오히려 그 직업의 올바른 본질에 대한 깨우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논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Chat-GPT의 등장은, 기존의 에세이를 통한 학습평가를 더욱 비판적인 사고력을 요하는, 새로운 평가방식으로의 교체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된다(약간의 의역이 들어갔을 수 있다)'
오히려, 3개월 마스터 속성과정 같은 이상한 커리큘럼으로, 겉보기에 그럴싸한 포트폴리오를 무작위로 양산하는 현상이 만연해진 지금의 사회에서, Chat-GPT의 등장은 오히려 진짜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에게 어느정도는 득이 되는 존재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실, 앞으로 이 모델이 얼마나 어떤식으로 더 발전할지는 모르기에 이 안심이 영구불변할거라고는 보장할수 없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유중 또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매번 그래왔듯, 어떤 것이 너무 강력하게 대두되어 인간과 그 사회를 위협할 수준이 된다면, 그 전에 인류가 토론과 토의, 여러 정책 개발을 통해 함부로 활개치지 않도록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성급한 불안감에 나를 잠식시키기보다, 계속 조금씩 알아가면서,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고 차근차근 내 페이스에 맞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아니 솔직히 뭘 정확히 알아야, 대응을 해도 할게 아닌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