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게인 레벨테스트'라는 작고 소듕한 서비스를 약 2년째 운영중이다
사실 너무 오래되서 이젠 기억이 좀 가물가물해지려고 하는데, 대충 시작은 이렇다.
2020년 여름, 4명의 사람들이 모여서(어떻게 모였는지는 기억도 안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보자 했고, 각자 주제를 들고와 모인 끝에 '유기견 발생에 조금이나마 이바지 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로 의견이 모였고, 그렇게 어찌저찌 해서 지금의 서비스까지 발전하게 됐다.
이 글은 뚜렷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글은 아니며, 그냥 이 서비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줘보고자 쓴 글임을 밝힌다.
사실 서비스 자체에 대한 소개는, (비록 영어지만 쉬운영어다) 아래 포트폴리오 링크를 들어가면 나와있다.
- 초기버전 : https://www.behance.net/gallery/113447203/A-level-test-for-whom-considering-to-have-a-pet
- 첫 디벨롭 : https://www.behance.net/gallery/158812653/Again-Level-Test-First-iteration
- SNS 계정 : https://instagram.com/again.level.test?igshid=YmMyMTA2M2Y=
어게인 레벨테스트는 쉽게 말해, '초보/첫'입양자들을 대상으로 내가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 얼마나 신중하게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고민해보았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입양자 자격점검 레벨테스트이다.
'자격'이라고 말하니 여기서 욱할 분들도 최소 몇명은 있으리라 본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에선 의사가 되기 위해 의사면허가 필요하고, 또 좋은 보호자가 되기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관문같은건 없지만, 독일의 어느 주 들에서 시행한다는 반려견 양육면허시험 처럼, 그냥 미래에 더 나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 나의 객관적인 상태를 좀 더 이성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의 자가점검을 독려하는 서비스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서비스가 무슨 경찰서도 아니고...)
포트폴리오에도 자세히 소개되어있긴 하지만, 대충 포맷을 보면 이러하다.
총 5개부문에 걸친 테스트 컨텐츠가 있고(기본지식, 교육/훈련, 경제/시간, 책임감, 주거/환경), 이 5분야에 대한 테스트를 해본 뒤 분야별 점수와 자신의 점수레벨에 맞는 추천 컨텐츠를 구분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보통 여느 스타트업이나 앱, 웹사이트를 떠올리면 프로덕트 사이클에서 정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게 있다.
바로 'User retention(사용자 재방문율)', DAU, MAU 등이다.
그런데, 우리 서비스는 조금 특별하다. DAU나 MAU 같은건 좀 낮아도 상관없다. 다만 더 널리 퍼지고,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이 우리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현재 서비스의 가장 핵심이다. 왜냐하면 이 서비스의 가장 본질적인 취지이자 목표는 이러한 일종의 자가점검을 하며 입양계획에 신중함을 더하는 문화를 만들고, 가벼운 입양 후 쉽게 파양하는 사람들을 줄여나가기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전,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옆테이블 손님이 실제로 자기 일행에게 한 말이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개통령느님, 유명한 모 수레이너 쌤이 활약하시는 이 시대에도 경솔한 입양과 그로인한 파양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물론 최근 공공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통계들을 보면 보호소를 통한 입양률도 꽤나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이러니한 건 입양 후 '아휴 해보니까 도저히 안되겠어'라며 파양하는 케이스도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입양을 하느니만 못한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 서비스를 부흥까지는 못시키더라도, 최소한 유지는 해야겠다라고 결심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상들에 있다. 펫페어가 매년 열리고, 뭐 펫팸족 시대니 뭐니 하는 세상이 됐지만, 그럼에도 '개는 훌륭하다', 또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여러 비통한 뉴스기사들을 보면, 참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게 사실이다.
나는 솔직히, 이런 서비스가 필요 없어지는 날을 꿈꾸고 있다.
유기견이 한마리도 나오질 않아서, 이런 아이디어같은건 논할 가치도 없는,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면서 그 전까지는 이렇게라도 한쪽 구석에서나마 작디작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많은 사람들이 입양 전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이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감정적인 충동만으로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경우,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파양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아직 누구도 그렇게 말한적 없지만, 혹시라도 쉽게 얕잡는 말을 들으면 많이 서운할 것 같다.
물론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맞다. 그런데, 그냥 그런 단순한 '좋아함'만을 가지고 시작한 건 절대 아니다. 얕은 지식수준만을 가지고 이 서비스를 만든것도 아니고.
1. 머릿속에 대충 떠오르는걸 테스트로 만들지 않았다.
나 또한 10년동안 반려견을 키웠고, 키우면서 댕댕이 말년에는 교육센터도 다니면서 훈련사 분들을 통해 배운 내용들과 그동안 인터넷, TV 방송을 보며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테스트 컨텐츠를 기획했다. 또한, 논문도 찾아보며 개의 연령대에 따른 행동패턴이라던지, 생체특성 등 객관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테스트를 기획했다.
2. 실제 관계자, 전문가 분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컨텐츠 자문을 구해가며 만들었다.
이런 테스트는 그 무엇보다 윤리적 잣대가 아주 크게 작용하는 컨텐츠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해도 전문가는 아니기에, 여러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컨텐츠의 자문을 구했다. 모 입양 보호센터 입양매니저, 내 반려견과 교육을 받았던 훈련사님들, 동물구조단체, 실 등 여러 전문가와 관계자 분들을 통해 테스트가 어떤역할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또 실제로 어떤 입양센터로부터는 실제로 그 센터에서 사용중인 입양신청서 샘플을 받아, 테스트 기획에 적극 참고하다.
3. 무턱대고 선을 긋지 않는다.
전문가분들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무작정 그 내용이나 양식을 따라하는 것도 아니다. 테스트 초기 기획 당시, 팀원들끼리 인터뷰 내용을 공유하고, 각자의 인사이트와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몇차례에 걸친 팀회의를 통해 정말 그 질문이 우리 서비스의 메인 타겟층인 '첫/초보 입양'을 하는 사람들에게 던질만한 적합한 질문인지 검토했다. 그리고 그렇게 첫 버전에서는 총 37문항의 테스트가 탄생했고, 이후 첫번째 서비스 업데이트에서도 몇문항을 추가해 조금씩 질문들을 업그레이드 해가고 있다.
그렇게 2년정도 서비스를 운영해오면서, 새삼 다시 확인한 점들이 있고, 또 새로 얻게된 인사이트도 있다.
1. 사람들은 불편한 것을 굳이 꺼내어 확인하려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는 인간 본성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 또한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이런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기 때문에. 하지만 보다 '올바른 입양문화'가 테스트를 통해 전파되길 바라는 우리의 희망과는 다르게, 사실 어게인 레벨테스트는 누군가의 재미나 흥미를 돋우는, 그래서 또 하고 싶게만드는 그런 컨텐츠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았던건 사실이다. 물론 감사하게도 첫 버전 출시 때 약 몇달만에 사이드 프로젝트 치곤 621회라는 어마어마한 테스트 참여횟수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더 많은 새 참여자를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 이 서비스가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기에 그런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한 영향력이라면 많이 참여해주지 않을까 라고 희망을 걸어보았던 것에 비해서는 사실 아쉬운 성과이긴 하다.
2. 재방문을 하면서까지 스스로 더 나은 보호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두번째 포트폴리오를 보면 알겠지만, 1차 기능 업데이트를 하면서 소셜로그인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테스트 결과 URL을 어딘가에 저장해두지 않으면 참고 유튜브 영상 등 추천 자료들이 모두 날아가버리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영상을 고이 간직해두고 잊을만 할때쯤 원하는 사람은 다시 꺼내보고 그렇게 반려견 양육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갈 수 있도록, 아카이빙 기능을 위해 추가한 기능이다.
사실 소셜로그인 기능을 달긴 했지만 큰 기대는 걸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소셜로그인을 이용해 테스트 결과를 저장하는 것까지 이용했던 사용자가 발생했었다. 수치는 많이 적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유의미한 수치였고 이런분들을 위해서 '이 서비스를 더 발전시키고, 조금씩 키워가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단순히 우리 서비스를 재방문할 의사가 있는 유저를 발견했어! 라는 기쁨보다는, '이렇게 인간 본성인 불편한 측면을 당당히 마주하고, 나아지려는 좋은 분들이 있구나'라는 점에서였다.
해야할 일들을 목록으로 정리해두긴 했는데, 요즘 본업상황이나 여러가지 개인사정으로 너무 지쳐있어서 이전만큼 집중적으로 끌어가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본격적인 서비스 디벨롭을 위한 계획의 주춧돌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
이전에 키웠던 반려견 하늘이를 교육하셨던 훈련사분과는 초기버전 구축때부터 인연이 계속되어, 이번에도 필요하다면 컨텐츠 자문을 해주시기로 하셨다.
다른건 바라는 거 없고, 다만 어게인 레벨테스트가 이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자신의 주변사람에게 "나 강아지 입양할려고"라고 한다면, 혹은 입양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그때 그 주변사람이 그사람에게 "강아지 키우는거 좋지~! 이런 테스트도 있으니 한번 해봐!"라고 추천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
그렇게 해서 단 한번이라도, 아직 충분히 고민해보지 못한 누군가에게 우리 서비스가 닿아서 그 사람이 더 심도있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면, 너무너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