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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Jun 26. 2023

더블 다이아몬드 디자인 프로세스, 발가벗겨주마.

제발, 제발!!! 그놈의 순서랑 방법에 집착좀 하지마라.

마지막 글을 이후로 수 주가 흘렀다. 사실 그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일부러 내 브런치 채널을 방치해왔는데, 그동안은 정말 브런치 같은 것에 할애해 줄 생각의 여유가 없었다. (최소한 주말 이틀은 정말 생각없이 몸 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보내야 그 다음주 5일동안 또 골똘히 업무에 대해 생각하고, 일해갈 에너지가 겨우 충전된다. 한 90%쯤?)


그러다 슬슬, 비로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할 여지가 생겼고, 다음엔 뭘쓸까 고민하던 중 많은 UX/UI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업무, 포트폴리오에 대해 고민할 때 이따금씩 등장하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떠올랐다.

디자인 프로세스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아마 가장 대표적이고 흔하게 알려진게 린 프로세스와 더블다이아몬드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프로세스'라고 업계/학계에서 널리 인정되는 대표적 프로세스가 아직 그 둘뿐인걸까? 거기까진 잘 모르겠다.)


그 중, 이번 글에서는 특히 프로세스 프레임워크의 시조새, 더블 다이아몬드 framework의 정의를 통해 본질을 들여다보고,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이놈을 대하는 것이 좋은가를 논해보고자 한다.


'아 분명히 배웠는데....'


목차

1.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란?

2. 초보의 착각

3. 마무리 하며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란?

더블 다이아몬드 프로세스는 영국의 Design Council(=디자인 의회ㅋ)라는 단체에서 정립한 프레임워크로, 소개는 이렇게 되어있다.


"The Double Diamond is a visual representation of the design and innovation process. It’s a simple way to describe the steps taken in any design and innovation project, irrespective of methods and tools used."

(약간 의역)더블 다이아몬드는 디자인, 그리고 혁신을 이뤄가는 과정에 대한 시각화 자료입니다. 이 디자인 프로세스는 모든 디자인 그리고 혁신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들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일련의 단계들을 간단하게 표현한 자료이며, 그 방법과 사용되는 도구와는 큰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다. 이 말인 즉슨, 혁신을 목표로 하거나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일련의 과정들(작업 단계들)을 가시화 한 것이 바로 더블 다이아몬드라는 말이다. 어쩌면, (그 전에 이미 어떠한 분야에서 이렇게 한차례 정립한 사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더블 다이아몬드는 그저 기존에 이미 우리 업무에 녹아져있던 것을 인포그래픽 형태로 가시화한 '이론'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이름에서도 쉽게 짐작 가능하지만, 더블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ttps://www.designcouncil.org.uk/our-resources/the-double-diamond/


이론의 시작점을 보면 Discover-즉 문제의 발견을 포함해 현황에 대한 여~러가지를 두루 알아보고, 그 다음 Define-정확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며, Develop-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고 마지막으로 이 방안을 Deliver, 구현하는 흐름으로 이어져있다.


실제로 디자인카운슬 웹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더블다이아몬드의 더 자세한 소개내용을 보면, 각 단계별로 다음과 같이 안내되어있다.


Discover: The first diamond helps people understand, rather than simply assume, what the problem is. It involves speaking to and spending time with people who are affected by the issues.

첫번째 다이아몬드는 그저 순수한 가정만으로 접근하기보다,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작업은 그 문제로 영향을 받고있는(사용자도 포함한다)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그들과 이야기하는 활동 또한 포함합니다.

Define: The insight gathered from the discovery phase can help you to define the challenge in a different way.

Discovery를 통해 모은 인사이트는 당신이 도전과제(문제)를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도록 돕습니다.

Develop: The second diamond encourages people to give different answers to the clearly defined problem, seeking inspiration from elsewhere and co-designing with a range of different people.

두번째 다이아몬드는, 색다른 곳에서 깨달음(영감이라고 하면 예술적 영감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부러 다른 표현을 써봤다)을 얻고, 다양한 분야의 서로 다른 이들과 함께 디자인을 만들어가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앞단에서)명확히 정의된 문제에 대해 다양한 답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Deliver: Delivery involves testing out different solutions at small-scale, rejecting those that will not work and improving the ones that will.

Delivery는 작은 규모의 다양한 해결방법(디자인)들을 테스트 하는 것과 더불어, 그닥 효과적일것 같지 않은 안들을 소거하고 먹힐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더 다듬는 과정까지를 모두 내포합니다.


소-올직히, 정말 광범위하고, 정말 다양한 디테일들로 채워질 수 있는, 그런 뼈대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개략적 소개내용들의 밑에, 한때 이름깨나 날리셨던 국제적 선망의 기업, IDEO의 CEO가 남긴 one-liner가 자리잡고 있다.

"It's not an instruction manual on how to design,
it's an invitation to get involved"
이건 '이렇게 디자인하라'는 지침서가 아닙니다. 이건 그저 관련된 사람들을 디자인 프로세스에 초대하는 것일 뿐입니다. (내가 읽으면 이정도로 해석이 되는데, 혹시 이 뒷 문장의 의미를 좀 더 명쾌히 아는 분은 댓글에서 알려주시면 감사하ㄱ...)



초보의 착각

보통 이 프로세스에 대해 초보자들이 갖는 오해와 편견들이 있는데, 그냥 지금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의 고민을 접해본 바로서는, 대충 다음 생각들에 사로잡힌 경우가 더러 있었다.


1. UX디자인은 이 프로세스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2. UX디자인 과정은 반드시 Discovery 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3. 유저 리서치, 사용자 인터뷰, 아이디어 떠올리기 등은 특정 단계(예: Discovery)에서 이뤄져야만 한다.


답변부터 말하면, 틀렸다. 지금부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이 프로세스 프레임워크를 통해 명확한 사실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 프로세스는 사고의 흐름을 보여준다.

반드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침은 없다.

각 단계에 대한 정의는 각 단계에서의 목적이다.

각 단계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도구와는 별 관련이 없다.


위의 명백히 발견된 3가지 사항을 바탕으로 다시한번 위 3가지 오해를 살펴보자.


1. UX디자인은 이 프로세스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아니, 여기서는 나타나는 현상을 이론화했을 뿐, 그 어디서도 강제성은 띠고 있지 않다. 되려 Design council에서 채택한 IDEO CEO의 한줄평마저도 이런 착각에 일침을 가한다. 물론 우리의 사고과정이 보통은 어떤 문제상황을 직면했을 때 Discovery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일지 모르나, 디자인 업무에의 프레임워크로서는 그 어떤 타임라인도 강제하고 있는 것이 없다.


2. UX디자인 과정은 반드시 Discovery 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 위에서도 말했듯 시작점에 대한 강제성은 전혀 없는 프레임워크이며,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는 모든 상황이 '문제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막연하게 '문제 발견부터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당신은 아직 이 프레임워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3. 유저 리서치, 사용자 인터뷰, 아이디어 떠올리기 등은 특정 단계(예: Discovery)에서 이뤄진다.

여기서 상세하게 단계별로 소개하는 활동들은 그저 'nice to have(suggestion)'일 뿐이지, 그 어디에도 '반드시 이렇게 하십시오' 라는 강제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무리 하며

Design council 웹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면, 다이아몬드 프로세스의 탄생배경 등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소소한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메인페이지의 하단에 보면, Design council의 '디자인 및 혁신'의 수장(director)인 리처드 아이저만은 이런 말을 한다.


The team put in the work trying to define design, process, methods, etc. What we did with the Double Diamond was codify it, rename the steps and popularise it. It was important work, but we were certainl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
우리 팀은 디자인, 프로세스, 방법 등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블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를 통해 우리가 한 일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조화(가시화)하고, 단계를 재-명명하고, 이를 대중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중요한 일을 한 것이지만, 앞선 연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귀찮아서 대충 Bard를 이용해 초안번역을 따고, 의역을 더함)


UX를 하지만 UX디자인을 어려워하는 디자이너들을 보며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점은, UX디자인에 대해 너무나 수능과목 공부하던 그 시절처럼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 나도 학창시절엔 뭐 그냥 그런 사람중 하나긴 했다.)


여기서의 접근방식이란, 아직 수업내용이 명쾌하게 이해되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이 시험에 나온다고 하니 일단 받아적고 죽어라 외워, 시험에서 익숙한 문제들만 선생님이 말해줬던 공식, 외운것을 바탕으로 쓱쓱 답을 기입하고 끝내버리는, 속전속결의, 하지만 본질을 파고들어 보는 접근은 단 1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 접근방식을 말한다. (나 또한 학창시절 이랬던건 안비밀. 이렇게 수많은 수포자들이 발생했었다)


학원에서, 또는 인강으로 몇번씩 보며 듣기만 했다고 그것이 내것이 되는 건 아니다.

더 자세한 건 추후 '앎'에 대한 글에서 다뤄보면 좋을듯 한데, 아무튼 주어진 것에 대해 명확히 알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것을 조금씩 펼쳐가야 하는데 생각보다 디자이너들 중에서는 그런 사람을 많이 보지 못했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지금까지 피상적으로만 접근해 필요한 것을 확실히 배우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디자이너들을 도와주고 싶어 '발가벗기기' 시리즈를 연재해오고 있다. 부디 이 글을 포함해 다른 시리즈들까지, 막연한 허상으로 고통받는 디자이너들이 내 글을 보고 그 허물을 벗고 나와, 실상은 그렇게 두려워할 것들이 전혀 아니라는 걸 알아가면 좋겠다. 그래서, 자신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더 주체적으로 임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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