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리즈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
(글 속에서 일부 중복이나 오타가 있어 한차례 수정을 거쳤습니다.)
사람들이 UX디자인과 그 방법론에 대해 막연히 갖는 환상들, 고민이 은근히 많다.
이번 글에서는, 이 글을 계기로 혹여 퍼소나를 비밀무기로 삼고있을지 모를 UXer들의 권위에 바람빠진 풍선처럼 무기력하게 힘이 빠져버리게 되는, 그런 짖궂지만 재밌는 상상을 해보면서 그 기본 정의와 목적, 실제 구글링을 했을 때 나오는 사례들의 간단한 소개,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통한 퍼소나의 본질까지 쭉- 돌진해보려고 한다. (부릉부릉�)
퍼소나, 그거 뭔데 어떻게 하는건데.
유저 퍼소나는 단연 만인(UXer)들의 가장 대표적 로망이자, 지금까지 봐온 신입/주니어 포트폴리오에서 거의 압도적인 비율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UX강의에서도 늘 빠지지 않고 꼭 한번씩은 국룰처럼 등장하는 존재가 바로 이 유저퍼소나인데, UX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정작 만들면서도 매번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이중적인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앞서, 한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 글은 내가 퍼소나의 대가라서 쓰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금 학계 또는 실무계에서 활발히 케이스를 공유하고 딥하게 연구되는, 퍼소나에 대한 아주 심도있는 내용들은 알고있지도 못할 뿐더러 굉장히 큰 내용이라서, 여기에서 다루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주니어, 입문자, 그리고 경력불문하고 아직 자신이 퍼소나 제작에 대해 뭘 어떻게 해야할지 1도 몰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는, 퍼소나와 당신사이에 존재하는 쓸데없는 것들일랑 싹- 걷어내기에 충분할 것이며, 웬만한 사이드 프로젝트, 또는 실무환경에서 품에 꼭 안고 가기에 좋은 자료가 될 수는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 당신이 퍼소나가 두렵고 막연한 이유는, 강의를 통해 '들어본적은 있지만' 아직 제대로 본질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일 가능성이 있다.
1. 유저퍼소나를 아십니까
2. 왜 하나요?
3. 퍼소나의 종류, 그리고 남의꺼 엿보기
4. 퍼소나에 가이드가 없는 이유
5. 당신의 설득이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
사실 유저퍼소나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일종의 문서양식 같은 것이다.
예를들어, 우리가 새 파워포인트 문서를 생성하면 슬라이드를 꾸밀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양식'도 제공받을 수 있는데, 퍼소나도 어찌보면 UX디자인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서양식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우선 UX하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꼭 들어보았을 닐슨&노먼(NNgroup)에서 정의하는 유저 퍼소나의 정의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의만 일단 봐보자.)
"Personas used in UX work are a quick, empathy-inducing shorthand for our user's context, motivations, needs and approaches to using our products."
UX업무에 사용되는 퍼소나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 니즈, 동기, 그리고 맥락(전후상황)에 대해 (사용자 경험을 함께 완성시켜가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다.
여기서 솔직히 '방법'이라는 마지막 표현은 그냥 '양식', '도구', '수단' 등 여러분이 원하는 어떤 식으로든 바꿔 불러도 좋다.
가장 대표적인 퍼소나의 비주얼은 대-략 다음과 같다.
(대략 뭐 성격같은것도 있고 약간 신상명세서 같은 너낌과, 인상좋은 인물사진 혹은 대충 사람처럼 보이는 스케치가 대신 들어가기도 한다. 무튼 어떤 사람에 대해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것들이 들어간다.)
다시 말해, 퍼소나란 팀 내에서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디즈니랜드에 푹 빠져 자기만의 주장으로 얼룩덜룩 목적과 방향을 상실해버린 UX를 만들어버리기 전에, "야, 우리 사용자에 대한 소개를 잘 봐봐. 얘는 안그렇다잖아?"라고 무한정 뻗어가는 곁가지들 사이에서, 조용히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도구라는 말이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쓰는건지 알아야 쓰든 말든 할게 아닌가?
사실 위의 퍼소나 정의에서도 어느정도 드러나 있는 내용이긴 한데, 유저 퍼소나는 말 그대로, 우리 서비스의 주 사용자에 대해 팀웍을 이루는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부르고, '아 우리가 디자인하려는 제품의 주 사용자는 이런 사람이구나~'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보면, 성격묘사도 있고, 어느 포인트에서 좌절감을 느끼는지, 주된 동기가 뭔지 등을 포함해 성별, 나이, 거주지역, 가족구성 형태 등 여러가지가 들어가 있다.
퍼소나가 있을 때의 장점은 일단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자기주장이 계속 삐죽빼죽 팀의 목표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사공이 많아도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등대같은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퍼소나를 잘 활용하면, 경험상 아이데이션 워크숍 또는 문제정의를 위한 브레인스토밍 워크숍 등을 진행할 때 사람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잘 따라와준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디어 우선순위 평가를 할 때에도, 물론 비즈니스 목표가 좀 더 힘을 받게 되기는 하지만 UX관점에서도 평가를 하다가 중간에 과한 열정으로 중요한 아이디어가 떨어지지 않게도 도와줄 수 있었다.
일종의 참고기준표 같은 것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퍼소나도 그 하위로는 목적에 따라 여러 타입별로 나뉘어 명칭이 붙은 것들도 있는데, 사실 자세히 안을 까보면 별게 아니다. (솔직히 지금 소개하는 퍼소나 종류의 80%는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처음 봤다.)
1. 주요 퍼소나 : 대상 사용자 그룹 중 가장 중요한 사용자 그룹을 대표하는 퍼소나로, 주요 사용자 그룹의 특징과 목표가 가장 잘 드러나는 퍼소나다.
2. 서브 퍼소나 : 주요 퍼소나 외에 다른 부수적인 사용자 그룹을 대표하는 퍼소나로, 다양한 사용자 그룹의 특징과 요구사항을 고려하여 설계할 수 있다.
3. 부정 퍼소나 :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용자 그룹을 대표하는 퍼소나, 부정적인 퍼소나를 고려함으로써 제품경험 설계에서 이러한 사용자들의 니즈를 방지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4. 환경 퍼소나 : 특정 환경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 그룹을 대표하는 퍼소나, 예를 들어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되는 앱을 고려할 때 휴대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환경 퍼소나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5. 금전적 퍼소나 : 재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퍼소나로, 사용자의 경제 상황, 구매력, 소비 패턴 등을 고려하여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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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NNgroup에서 소개하는 퍼소나의 3유형이다)
Proto persona : 현재 가지고 있는 가정들을 바탕으로 팀의 타겟이 될 유저는 누군지 빠르게 정리한 퍼소나 유형으로, 신속성이 생명이기에 이를 위해 새로운 추가 리서치를 수행하지는 않는다.
Qualitative persona : 인터뷰나 사용성 테스트, 또는 다양한 정성적 필드리서치 방법을 통해 얻은 소량의 정성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퍼소나이다.
Statistical persona : 통계적 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퍼소나로, 대규모 샘플을 수집하는데 사용되며 초기 정성조사가 조사 도구를 구성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결국 쉽게 풀어보면, 주요 퍼소나는 '내가 여러개의 퍼소나를 만들었을 때 그중 제일 핵심 타겟이 되는 퍼소나'를 말할 뿐이며, 부정 퍼소나는 '야, 이런 사람은 믿고 거르자'는 경고와 점검의 차원에서 제작된 퍼소나를 말한다. 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대단한 내용들이 없다. 영어라서 그럴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qualitative persona 또한 정성조사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거고, 반면 Statistical persona는 정량조사자료인 통계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퍼소나라는게 있어서 그렇게 이름붙인 것일 뿐이다.
데스크톱이 책상에 놓고 쓰기에 데스크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랩탑(노트북)이 무릎(정확히는 허벅지)에 놓고 앉아서 쓰였기 때문에 Lap(의)top이라는 이름이 붙은것과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튼 퍼소나의 다양한 유형들을 보면 알겠지만, 저마다의 목적과 용도는 조금씩 다르다.
실제 인터넷에서 예시 또는 사례 공유용으로 돌아다니는 퍼소나 타입을 몇가지 빠르게 모아보면 그 다양성이 더욱 돋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대략적인 가이드들이 정말 케케묵은 것들부터 개조된 버전까지, 구글링만하면 아주 다양하게 널려있긴 하다. 그러나, 아마도 이런 케이스 수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 뻔한 소개가 아닌, 좀 더 세부적인 방면에서의 How-to 일 것이라 짐작해본다(아님말고). 그치만 그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치에 돌입하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곤 한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상황이 왠지 낯설지 않다면, 당신은 아직 퍼소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겉 껍데기에 속아 무작정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맨처음에 소개한 퍼소나의 정의 그리고 종류, 목적 등에 대해 다시한번 찬찬히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소화해보자.
퍼소나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분명한 '목적'이 존재한다. 필요로했던 사람이 있으니 이런 방법론도 생겨났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UX팀이 다 같은 상황과 목적을 갖지는 않는다. 일단 대표적으로 Chat-GPT에 의해 열거된 것들만 해도 그렇고, 굉장히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갖고 있으며 NNgroup에서 소개한 퍼소나의 3유형들도 서로 목적이 다 다르다. 즉, 니즈와 대입해야 할 상황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아마 '퍼소나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갈라져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대충 당장 나의 가려움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 템플릿을 찾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당신의 유저 퍼소나 레퍼런스 조사는 거기서부터 망해가기 시작한다.
당신이 지금 처한 상황과 조건에 100% 정확하게 들어맞는 건 당신, 그리고 최소한 당신 팀밖에는 알 수 없다.
뭐 적어도 구글에 자신의 퍼소나 템플릿을 공유한 사람이 당신의 회사에 들어가서 지금 함께 그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 않은 이상, 마치 학교 시험 족보나 중고등 교과목 정답/해설지 처럼 '여기, 당신이 찾던 답이 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자료 자체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
이건 헌법이나 권리장전이 아니다.
내가 학원을 기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인강과 학원코스는 정해진 기간이 있고, 그 안에 많은 것들을 당신에게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뭐 하나만 깊이있게 파고들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어떤 예시나 가이드 하나가 퍼소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그 단일 설명 또는 예시로써 제시한 가이드가 퍼소나의 정석이 되는 것처럼 잘못 비춰질 수 있다. (의도가 그거든 아니든.)
인류는 상당히 응용력이 뛰어나다.
필요하면, 인간은 이리뚝딱 저리뚝딱 잘 개조하고, 변형하여 필요를 충족하는 존재다.
퍼소나에 대해서도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 퍼소나 방법론이라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제작한 가상의 인물 소개서'로, 원론적으로 얘기하는 '그 뻔한 목적들'에 따라 얼마든지 디테일 측면에서 개조가 가능하다. 누구의 것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아무거나 적용해본다고 효용가치가 생겨나는 방법론이 아니다.
뭐, 완성은 되겠지만, 실제로 포맷에 내용을 끼워넣기 급급했던 사례들 중 실질적인 효과를 봤던 케이스가 몇이나 될지는 잘 모르겠다. 말 그대로 모르겠다. 그치만 적어도 내 경우를 포함해 주변에서 빈 껍데기로 남은 경우들을 좀 봐왔다.
(이건 꼭 모두가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근데 내 얘기 같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다. 얼만큼의 공감을 사는 경우의 수일지 궁금하기도 하다ㅎ)
UXer로 일을 하다보면, 꿈에만 그리던 대망의 퍼소나방법론을쓰는 순간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는 그걸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깨너머로 그 형성과정을 지켜보게 되기도 한다.
비록 그것이 기초적 정보라 할지라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우리는 그 기초 정의와 목적등에 대해 배움으로써 이미 웬만큼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수준(퍼소나를 심도있게 파고드는 경우는 제한다)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회사에 들어가서, UX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어느 지점에 퍼소나를 살포시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곤 한다. 그리고 만들기 시작하거나, 또는 만들자고 다른 팀원들을 설득하지만 하다보면 왠지 '내가 이걸 괜히 하자고 했나...'싶고 어딘가 모르게 붕 뜬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설득을 아무리 해도, 좀처럼 회사에서 이를 수용해주지 않는다.
0.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이 회사입장에서도 가치를 느낄정도의 뚜렷하고 자세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일단 점점 필요하단 느낌을 느끼기 시작하니 그 아웃풋(템플릿)을 만들기 위해 너무 성급하게 작업에 돌진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경우의 수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왜 퍼소나가 필요한지 합리적 근거가 존재하는데도 그냥 이해관계자들이 좀 이성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거나 할 때도 결과적으로 같은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 그건 논외로 하겠다.
1. 퍼소나를 만들어서, 정확히 무엇에 쓰려하는지, 쉽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는가?
정말 중요하다. 단번에 대답할 수 없고 우물쭈물하거나 예전에 학원, 또는 인강에서 가르쳐주던 내용을 막연히 떠올리는 상태라면, 아직 제대로된 숙고도 없이 마음만 앞서 막연함 필요성에 돌진하게 된 것이다.
유치하지만 이런 시비를 걸 사람이 정말 있을까 싶어 써본다.
이건 인물퀴즈가 아니다. 1초만에 답하든, 아니면 적절한 표현을 찾느라 조금 시간이 걸리든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명확한 생각과 그 생각을 바탕으로 한 당신의 '판단'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그리고 그건, 즉흥적으로 퍼소나를 만든 과정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하면 정말 쉽게 알수 있다.
2.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봤나요?
비록 UX가 많은 비즈니스들의 핵심 주축이 되는 요소이긴 하나, 비즈니스를 함께 일궈가는 '실무자'로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회사의 상황'과 '지금 그 일의 상황'이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에, 누구는 필요성을 느끼고 누구는 좀 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이 퍼소나를 만들고자 하는 계획, 그리고 그 동기가 사업체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리고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소수인원으로 구성된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거의 대부분 퍼소나는 만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프로젝트는 잘 굴러갔고, 모두 어느 정도 원하는 아웃풋을 챙겨갔다. 회사에서 또한 그랬다. 물론 사용자 문제정의 템플릿과 함께 퍼소나를 살짝 섞어 만든 적도 있긴 하나, 퍼소나를 만드는데 시간을 쓰지 않아도 매일같이 이어지는 회의에서 구두로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간단히 제공해주는 것 만으로도 때로는 어느정도 방향에 맞는 논의가 가능했다.
어차피 배가 산으로 가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중요한 건 퍼소나가 왜 존재하느냐지, 자랑스럽게 나의 포트폴리오에 실릴 뽀대나는 템플릿을 만드는 일 따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예 퍼소나 템플릿을 산출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면 모를까, 실무에서는 퍼소나가 주된 우선순위로 떠오르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실무에서 퍼소나를 주장하려면, 실무자답게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실무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 정말 효율적인지, 이걸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나서야 주장을 해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쟤 또 UX 좀 배웠다고 저러고 있다'는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만들어내게 될지 모른다.
UXer는 뚜렷한 생각과 추진력, 판단, 생각을 맵핑해가는 주체성이 중요한 직업이다.
좋은 UX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위해서는 지금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실험해보고, 이리저리 구성 및 기획해보고 '야 이거 내가 이럴 때 써봤는데 좋더라'하며 공유해주는 것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UXer가 되려면, 몸도 몸이지만 그 전에 생각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UXer는 아무리 잘해봤자 혹자에게는 맨날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라는, 마치 혼자 환상속에 사는 괴짜같은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기 쉽다.
모쪼록, 화이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