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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Aug 28. 2023

카카오톡이 개인 유저들에게 관심이 있기는 한가?

만일 누군가 '무슨 앱을 가장 먼저 지우고 싶냐'라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카카오톡'이 0순위라고 말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등장하고, 카카오톡이 스타트업의 서비스였던 시절부터 이 앱을 사용해왔다. 그리고많은 다른 유저들처럼 오랜세월 카카오톡을 써오면서 카카오가 몸집이 커져 대기업이 되고, 그들의 기업비전에 따라 여러 부가서비스가 하나 둘 결합되는 과정도 모두 지켜봐왔다. 하지만 이제는 슬슬 어떻게 해야 최대한 피해없이 이 카카오톡이라는 녀석과 헤어질 수 있는지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이제 카카오톡에게서 비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중 스파이가 있어.

최근, 카카오톡은 '오픈챗 목록 사이 교묘하게 광고 끼우기'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지금까지 카카오톡에서 경험한 것중 단연 최악이었다.

처음에 카카오가 보란듯 광고배너를 온갖 화면들 최상단에 끼워넣기 시작했을 때, 기억하기론 사용자들의 반발이 심했었다. 나도 반대하는 사람중 하나였다.

하지만 기업도 결국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인데, 뭐 자세한 내부사정을 모르니 그저 '그래야만 하는 비즈니스적 사정이 있었나보다'하고 이해했었다. 더군다나 늘 비즈니스/마케팅과 궁극적 사용자의 이익 그 어딘가에서 균형잡기를 해야 하는 내 직업 특성상,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경험에 큰 해악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건 이번에 발견한 카카오톡의 변화는 선을 넘어도 굉장히 노골적으로 넘었다. 일반 채팅방과 광고배너 간 시각적 구분이 거의 되지 않도록 교묘하게 디자인함으로써, 사용자의 실수를 노골적으로 유도해 실제 유저가 의도하지 않은 클릭이 더 잘 유발될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광고는 하나도 아니고, 2개가 껴있다.









그렇다면 다크패턴이란 무엇일까?

반드시 명확히 짚어야 하는 부분이다.


다크패턴이란,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속여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출처: pxd - 넛지와 다크패턴 사이)

우리는 국내를 포함해, 외국서비스들 중에서도 정말 많은 사례들에서 다크패턴의 정수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해외서비스들에서는 '와, 이 신종 돌+I는 뭐지?'싶은 창의적인 다크패턴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 흔한 사례중에는, 쿠키수집과 관련한 팝업에서 의도적으로 '모두 거절'버튼을 task flow 상에서 몇단계 뒤로 숨겨둔 케이스가 있었는데, 사용자가 팝업에 명시된 모든 정보를 꼼꼼히 살피고,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이상 표면적 선택지는 '부분적으로 허용' 또는 '모두 허용'만 남기는 경우였다. 이건 꽤나 대형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들에서도 회사 웹사이트를 들어가면 심심치않게 목격이 가능하다.


지금 카카오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실제로, 정말 클릭할 마음이 1도 없었는데 그 바로 윗 목록을 누른다는 것이 실수로 광고를 클릭해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정말 조심하려고 노력한다.

(그 광고가 뭐였는진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그 광고주께는 사실을 전해드려야 할 것 같다. 당신네 회사에서 분석한 '카카오톡을 통해 얻은 광고효과' 중 일부는, 당신의 제품/서비스 구매 향상과는 절대 연결되지 않을 데이터였다고 말이다.)




카카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카카오팀에는 나보다도 UX의 본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또 훨씬 더 능력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로서 카톡을 통한 경험들 중 가장 중요한 경험을 이렇게나 대놓고 훼방놓는 카카오에 대해, 나는 대단히 실망했고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한가지 가능성있는 가설에 이르렀다.


회사인 '카카오'에게 개인 사용자는 더이상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다. 이제 카카오에게는 다른 우선순위가 생긴 것일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건 확실히 개인 사용자를 기만하면서까지 챙겨야 하는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가 흥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카카오톡'을 써오던 굳건한 개인유저층의 공이 컸기에, 어떻게 이들을 위한 가장 기본적 경험을 가볍게 무시하면서까지 챙겨야 할 우선순위가 있을까 싶지만, 기본적인 사용편리성과 맞바꿨어야 하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


뭐, 그게 카카오의 지향점이라면 뭐라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 지향점에 더이상 박수쳐줄 수가 없다.




굿바이, 카카오톡

사실 영국에 와 살면서 카카오관련 서비스를 하나도 쓰지 않거니와, 어차피 연락의 폭도 넓지 않아 몇가지 내입장에서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메신저 앱을 찾으면, 그쪽으로 넘어가는 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미 나는 왓츠앱을 쓰고 있다.


하나씩 정리가 되는대로, 신속하게 카카오톡 앱을 지울 날을 기다린다 :)


이미지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jonrussell/3956488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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