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다양한 영상들을 보다가 수능 영어지문의 '핵심추론' 유형 문항에 대한 공략법을 열을 내며 설명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영상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이런것들이 있었다.
1. However, But 과 같이 문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전환되는 포인트에 집중할 것
2. 그 반전되는 성격의 접속사 이후 내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어구를 주의해서 살펴볼 것
3. 평소 다양한 소재의 글들을 읽으면서, 소재(주제)별로 어떤식으로 글쓰기가 전개되는지 패턴을 파악할 것
물론 '수능'이라는 시험의 고질적 특성 때문에 이런 방법이 그를 위해서는 아예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제한 시간이 주어지고, 개개인이 가진 다양성이나 생각의 힘 따위는 뒷전인 채 누가누가 더 빨리 정답을 찾아내나 시합하는 환경이라면, 어쨌든 '시간'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 단축의 목적이라면 이 방법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정도 점수를 올리는데도 도움은 되겠지.
하나의 언어를 마치 '조립된 기계를 분해하듯' 접근하면, 원문 자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글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은 아무리 반복적인 연습을 한다 한들 얻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는게, 그동안 직/간접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나의 지론이다. 이런식으로 원문읽기를 파고들면, 당신은 그 원서/원문에 담긴 내용과, 작자의 생각, 그리고 그 내용 자체를 온전히 음미할 수 없을것이다.
1. 소재별로 어떤 특정한 글의 패턴이 있다는 건 바보같은 말이다.
물론 수능영어로 출제되는 경우에는 '혹시나' 그런 패턴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영문 글들이 주제별로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건(그게 무슨 패턴이든 간에) 말도 안되는 말이다. 어떤 글의 패턴, 즉 스토리텔링은 글을 쓴 사람이 그 소재를 중심으로 무엇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문화권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영어와 한국어가 대체로 그렇다.
문화에 따른 차이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영국에서 살아보니 느끼게 된건데, 경험상 한국어로 말할 때는 핵심 > 배경의 흐름보다는 주로 '배경 > 핵심' 방식의 소통 패턴을 많이 볼 수 있었고, 나도 한국어로 얘기할 땐 그런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영어환경은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물론 엄밀하게는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내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냐'에 따라 한국어를 구사하는 식의 영어글도 나올수 있겠으나, 대체로 내가 느낀바로는 이들은 주장(핵심) 다음에 그 배경 또는 이유가 온다.
그래서, 차라리 실전 영어는 대부분 주제를 막론하고 공통된 추상적 패턴이 있다고 하면 모를까, 소재별로 패턴이 있다는건 바보같은 말이다.
2. 때로는 주제문장 자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 혹은 글에서 누군가 원하는 게 아주 극명하게 드러난다면, 그보다 더 명확한 것은 없을것이다. 그저 그 문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더 근본적인 핵심 메시지가 은유, 비유, 또는 전체 글을 다 보고 곱씹어보고 나서야 이사람이 어떤식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글이었다면? 아마 당신은 그저 종이/화면 위에 쓰여진 그 문장 이상으로는 절대 그 함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위에 언급된 방식은 영어문장을 오로지 기계적 방식으로만 접근한 이해법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도 참 민망하다.
가끔 보면 많은 영어 선생님들이 유튜브 방송이나 어딘가에 나와 '수능 영어는 일반적인 영어를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라는 점을 명확히 하곤 하시는데, 그 말이 맞다.
그런데 나는, 그 시험 자체에 의구심을 갖는다.
물론 수능이 현실적으로는 변별력을 갈라야 하는 시험이라곤 하나, 만일 그 궁극적&근원적 존재목적이 대학교에서 교수님들이 하는 말씀들이 무슨말인지 알아듣고 그곳에서 제공되는 여러 교육적 자료들을 학습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보고자 했다면, 굳이 영어를 이렇게까지 중고등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에게까지 이렇게 독하게 시켜서 고득점을 얻게할 당위성이 있었을까?
만약, 아이들이 더 풍족한 삶을 위해 영어를 공부하게끔 유도하고자 '마침' 수능시험이라는 제도를 활용해온 거라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떤건지 본질과 핵심도 잃어버린 이처럼 바보같은 시험제도가 또 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