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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Dec 27. 2020

"너 화장 이상해" 아직도 듣고 있다.

7년 째  화장 못한다고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나도 화장하면 예뻐지고 싶다.


17살 때, 니베아 체리색 립밤에 빠진 시기가 있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질렸지만, 컬러 립밤을 바른 내 모습이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일부러 과하게 아주 진하게 바르곤 했다. 참고로 컬러 립밤만 바르고 다녔다. 그걸 본 한 친구는 ‘남자 만나러 가니?’라며 너무 괴기스럽다고 지적했다. 촌스러운데 촌스러운 줄 모르고 취해있던 17살의 내가 파국을 예고했던 것일까? 스무살에  ‘화장’을 처음 해보고 7년째 하고 있다.


어느 정도 화장의 역사가 쌓였는데도 화장이 이상하다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너는 화장을 정말 못해’ ‘내가 해주고 싶을 정도야’  노골적으로 들었던 적도 있었다. 내 민낯이 예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메이크업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메이크업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귀찮을 때나 가까운 곳 외출을 제외하면 화장을 꼭 하는 편이다. 1년에 65프로 이상은 메이크업을 한다. 그런데 화장한 지 1년 된 20대 초반보다 못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도대체 왜?


아이는 장난이지만 난 진심으로 해서 더 우스꽝스러웠...


처음 화장은 컨실러, 파운데이션, 틴트로 시작했다. 거울 속의 내가 너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컬러 예쁘기로 유명한 아이섀도 몇 개 구입해 아이 메이크업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연예인 A가 쓰는 거래~’ 라는 말이나 광고 속 리뷰를 그대로 믿고 따라 샀다. 아, 그런데 이럴 수가? 너무 거지 같았다. 나도 절제된 고상한 표현을 하고 싶지만 ‘거지 같았다’ 표현보다 정확한 말이 없다.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이의 첫 화장은 귀엽기라도 했지만, 나는 ‘꾸미려고 진지하게 애썼다’가 티 나서 더 웃겼다. 다시 나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상하게 반짝이가 거슬렸다.  “나는 반짝이가 들어있는 섀도가 안 맞아. 무광 섀도가 맞을 거야!”라며 B사의 아이섀도 5SET를  구입했었다. 그리고 또, 실패했다.


나도 능수능란하게 메이크업을 하고 싶었다.


내 화장이 촌스러웠던 것은 광고에 속거나 어울리지 않는 제품을 사용해서가 아니었다. 물론 맞지 않는 제품으로 인해 단점이 부각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알맞게 조합하여 메이크업 기술을 활용할 줄 몰랐다는 점이다. 대학 시절 내내 나는 서울에 민낯으로 나가기 부끄러우면서 (?)  화장한 모습도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고민이 많았다. 특히 짝사랑 때 그 고민은 절정에 달했고, 이상한 방법을 미봉책으로 사용했다. 조별 과제에서 한 오빠가 마음에 들었는데 잘 보이고 싶었다. 나는 메이크업 샵에서 화장을 받고 그 수업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랬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리석다는 걸 그때 당시도 이미 알고 있었다.  메이크업 샵을 들리지 못했을 때 나는 마스크를 쓰고는 했다. 그때는 코로나 시기가 아니었고 심지어 여름이었기 때문에 “왜 마스크 쓰고 다니니?”라는 질문을 자주 들었다. “미세 먼지”라는 핑계를 댔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메이크업 방법 짤, 참 많이 저장했었지.


어느 순간 다양한 페이스 쿠션 제품이 출시되었다. 편리하고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어 보여서(내 눈에는 그래보였다)  쿠션과 틴트만 바르고 다니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쓴 것 같지만 꽤 험난한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더 이상의 노력이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인조 속눈썹, 속눈썹 연장, 눈썹 다듬기, 컨투어링 등 나름 여러 기술을 연마하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뷰티 유튜버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믿고 싶은 마음에 따라 했고 실패했다. 아이라인은 번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가 아니라 그냥 실패였다.



마스카라는......하 생략한다.



결론을 내렸다. 나는 화장을 못 한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듣는 말이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전에 전 남자친구였던 C가 “너는 쌩얼이 더 낫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C가 괜한 칭찬으로 마음을 사려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쌩얼이 더 예쁘다는 게 아니라 더 낫다는 의미였고, 그 발화의 의도는 ‘화장 이상하다’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틴트를 바르고 외출 전 본 거울은 괜찮았어. 분명히...


현재 나는 쿠션 팩트와 틴트, 코 섀도 , 브라운 아이섀도 바르기까지 한다.  물론 눈썹을 빼놓을 수 없는데, 다행히 나는 살짝만 다듬기만 하면 된다. 눈썹은 살짝 터치하거나 생략한다. 메이크업은 기술이다. 나도 데일리 메이크업, 상황별 메이크업, 컬러별 메이크업 등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고 싶다. 기술이 받쳐주지 않는 나로서는 ‘이상함 덜어내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너무 과하거나, 어색한 컬러를 빼내는 게 나의 최대 난제이다.


 화장 이상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종종 받는 나로서는 그 말로 인해 상처 받은 적은 없다. 상처라고 할 것도 없이 스스로 치부가 들킨 것 같아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당황스럽지도 않다. 불쾌함도 없다. 다만 가끔 누군가 “오늘 화장이 예쁘네요.” 혹은 “화장 잘 되었네요.”라고 말해주는 게 좀더 기쁠 뿐이다. 그게 아이스브레이킹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 나는 센스가 없는 사람이야. (물론 그래도 화장을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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