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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연 Jan 06. 2021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능력이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수했을 가능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때로 자신 또한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굳이 미안하다면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사람이 꼭 나쁜 사람이거나 특별히 이상해서가 아니라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니, 사과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무지 혹은 자신은 옳다는 자의식 과잉은 기본적인 예의를 때때로 놓치게 만든다. 나는 이건 EQ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감정적 유대가 곧 지능 지수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정신과에서 이미 밝힌 바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화가 난다.


지하에서 분리수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내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던 순간 남자는 분리수거를 하러 내렸고, 여자는 내리지 않았다. 올라갈 층을 누르고 있었는데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남자가 곧 오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붙잡으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다른 탑승객이 있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최소한의 양해를 구하는 말을 미리 했어야 했다.



 여자 본인은 자신의 동행이 금방 올 거라는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를 붙잡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건 본인 기준이었고, 같이 있던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었다. 분명히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저 올라가야 하는데요.”라고 말했다. 여자는 내 말을 무시한 채 남자가 올 때까지 ‘열림’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피해를 주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무시로 일관하는 태도가 거슬렸다. 불쾌한 감정이 올라왔고 공동생활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또다시 업데이트되었다. 


왜 기본적인 예의조차 모르는 걸까.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기본 에티켓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지하철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일방적으로 붙잡고 있던 여자가 인성적으로 지나친 결함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 사회에서 충분히 공감할 도덕적 감수성을 가지고,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식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엘리베이터의 그녀는 주변에 있는 보통 사람이다. 사실 한번쯤 나였을지도 모르고, 당신이었을지도 모르는 아주 흔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 다 결점 투성이야. 사과하는 순간이 오는 것도 당연한 거야.


타인에게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건 그 사람이 남들과 다른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다. 모든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사람은 절대적인 도덕과 이타심으로만 구성된 존재가 아니다. 실수, 잘못, 결핍, 결함 또한 인간을 구성하는 요인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건 신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


 스스로 때로 잘못을 저지르고, 타인에게 무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이 본래적 모습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부족한 점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있다. 그 사실을 무시한다면 사람은 주어진 기본값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로 잘못을 저지르면서 살아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고백하건대, 나는 ‘자유주의’에서 나의 가치관을 찾는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인간은 자기 결정권에 따른 자유를 구가할 수 있다.”가 나의 가치관이다. 방점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 찍혀 있다. 피해를 주는 일, 피해를 받는 일 모두 지양되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의지대로만 풀리지 않는다. 서로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에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


사과하는 것도 능력이다.


이로 인해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말이 준비되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존재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랄 게 없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가능성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 이때 서로를 미워하거나 배제하지 않기 위해 사과를 해야 한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했다는 이유로 당신이 못난 사람인 건 아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도 겸양이고,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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