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의 강아지야,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번이고 고개를 뒤로 젖혀 올려다 보는 너를 나는 이제야 어떠한 다른 잡념 없이 집중하여 본다. 예전에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안이 늘 나를 온전히 널 사랑할 수 없게 한 것 같아. 얼마나 한심하고 어리석은지 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너와의 시간이 도래하고서야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얼마나 너를 의지하고 있는지 깨닫고 몸서리치게 괴로워하고 있어. 나는 어쩌면 좋으니.
너는 특별히 내 성을 붙여 이름 부르지. 정말 나의 자식이라고 나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니 아들이라는 관계를 넘어 너와는 다른 차원의 교감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너의 하네스의 줄을 잡고 걸을 때 영혼과 영혼이 연결된 것처럼 느껴. 너는 그렇게 또 다른 나와 같아. 자거나 쉴 때 우린 늘 몸을 맞대며 누워있지, 멀리 떨어지면 안될 것처럼. 너는 늘 무심하게 뒤돌아 너의 몸을 내게 기대고 엎드려 있곤 하지.
나는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어. 그건 내가 사라지는 일과 같아서 나는 그렇게 힘이 드는 거구나. 그래 그래서 그런 가보다. 나는 요즘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정확히는 죽음 너머의 삶이지. 나는 그 삶이 존재함을 믿어왔지만 지금은 노력을 해야 믿어져. 너를 그곳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겠지. 나는 담담히 너를 그곳으로 보내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 간극에서 몸부림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너를 아직은 놓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잠 못 들고 너에 대해 생각하고 너의 죽음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에 휩싸여 있다.
다시는 그 어떤 존재도 사랑하고 싶지 않다. 너를 잃어가는 동안 나는 다짐해. 이제 더는 견디지 못할 거야. 소중한 존재를 잃는 것을 나는 더는 하지 못할 거야. 나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왜 죽음에 대해 이렇게 무감각할까. 모든 것을 영원할 것처럼 여기다가, 뒤통수를 맞듯이 잃어야 할까. 나는 삶이 이래서 싫고 고통스럽다. 나는 유한한 이 육체가 너무 한스러워. 이제 나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아, 나의 강아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