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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 Jul 08. 2023

강아지가 아픈데, 저도 우울증입니다

4.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 줄래.

아픈 강아지와 함께하는 생활 속에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개에게 너무 매여있다 또는 집착한다는 등 나를 향한 타인의 시선이 아닐까. 아니라고, 강아지와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그들의 이해를 구하려 하지 않겠다 다짐하지만 되도록 사람들을 피해 한적할 때 산책을 나가고 싶어 하고 이렇게 강아지 위주의 삶을 살아도 되는 것인지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 수없이 묻는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설사 과거로 시간을 거스르거나 이런 상황에 여러 번 놓인다 한들, 아마 난 매번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내 강아지, 아파서 사라져 가는 녀석과 좀 더 함께하고, 좋은 시간을 만들고 싶다. 혼자 두고 싶지 않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생각보다 타인은 우리의 삶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무심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데도 그 한마디 말에 한 번의 시선에 깊은 고민에 빠져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내 삶을 의심하고 검증한다. 다수가 선택하는 삶이 가장 옳은 것이기라도 한 듯이.


강아솔의 <그래도 우리>를 듣는다. 가사를 놓치지 않고 들으려 애쓴다. 나의 사랑을 함부로 재는 사람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내 강아지의 눈을 흔들림없이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우리 남은 시간 힘껏 사랑하자고 말하고 싶다. 지금 녀석은 글을 쓰는 내 옆에 엎드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고구마를 먹기 위해 보채지도 않고 엎드려 기다린다. 에어프라이기의 군고구마 향이 풍기는 이 시간, 녀석의 설렘이 느껴지는 좋은 아침이다. 나는 그저 그런 녀석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침을 가진 것만으로 오늘 여분의 행복을 구하지 않기로 한다. 더 바라지 않는다. 이런 아침이 모쪼록 오래오래 더욱 여러 번 나에게 주어지길 바란다.



**

<그래도 우리>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사랑을

함부로 재고서는

그건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실은 무심한 사람들


나도 알 수 없는 나의 사랑을

함부로 이해하고는

그건 아니라고

나를 가르치는

사실은 서투른 사람들


그래도 우리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 줄래

이 모진 세상에서 우리

그래도 우리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 줄래


[사랑의 시절], 강아솔

https://www.youtube.com/watch?v=iKMmtf2665Q

 https://youtu.be/-DGx--jc0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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